한지에 깊이 스며든 먹물이 검은 어둠을 만들었다. 그 까만 바탕이 얼굴 하나를 떠올려준다. 타원형으로 기운 얼굴이 달 같고 하얀 눈동자가 별처럼 빛난다. 구름을 헤치고 나온 달, 새까만 하늘에 박힌 별이다. 하늘의 무수한 별은 지상의 숱한 인간들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그래서 별자리를 헤아리며 살 자리, 죽을 자리를 찾았다. 그 별이 지상의 산 자들에게 구원같이 떠 있었던 것이다. 아래를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이 얼굴은 흡사 지상을 굽어보는 하늘의 시선이다. 이마와 볼, 반듯한 콧대와 턱이 반짝인다. 저 코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신성의 자취다. 그래서 신들의 코는 반듯한 직선이다.(김정욱전, 갤러리 스케이프, 2013·1·18) 무엇을 바라보는 슬픈 눈일까?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마구 묻어난다. 단순화시킨 얼굴에 눈만이 치명적으로 뚫려 까만 어둠을 응시한다. 작가는 오직 그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발설한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기술될 수 없는 문장, 그릴 수 ...
2013.01.11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