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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김종철의 수하한화
  • [김종철의 수하한화]새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새 정권이 탄생했다. 이 정권은 그냥 주기적인 선거가 아니라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로 어둠을 밝히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절규했던 시민들의 궐기로 세워졌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권은 지금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그들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압도적인 민주적 열망을 어떻게 국가운영에 반영할지 깊게 고뇌하지 않으면 안된다.이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만약 새 정부의 요직을 맡았다고 가정할 때,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풀지 엄두가 날까? 군사정권이나 역대의 퇴영적 정권이라면 매우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 즉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폭력으로 제압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민주정부’가 그런 비열한 통치방식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어쨌든 현명한 방책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지 문재인 정권의 성공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특히 오늘의 청년세대와 아이들이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

    2017.05.10 14:09

  • [김종철의 수하한화]‘시민권력’을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
    ‘시민권력’을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

    결국은 탄핵이 될 것임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지만, 막상 이정미 재판관이 “그러나 (세월호 사태가) 참혹한 것이긴 하나 탄핵 사유까지는 안 된다”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 갑자기 불안해졌다. 하지만 잠시 후, 이 역사적인 판결의 결론은 ‘피청구인(대통령)의 파면’이었다. 너무나 오랫동안 몰상식이 활개치는 사회에서 살아온 탓일까. 생각하면 매우 당연한 결론인데도 이 결론을 듣자 나는 눈물이 날 만큼 크나큰 해방감을 느꼈다.지난 몇 달동안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열심히 광장으로 나갔던 사람들, 그리고 몸은 못 나갔어도 마음만은 촛불을 든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수많은 한국인들이 느낀 감정도 기본적으로는 같았을 것이다. 우리는 무책임하고 개념 없는 대통령 하나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오랫동안 옥죄어온 거짓과 위선, 불의와 부패의 사슬들을 걷어내고 이제는 인간답게, 정말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 때문에 이토록 기쁨을 느끼는 게 ...

    2017.03.15 20:35

  • [김종철의 수하한화]미국과 한국의 다른 선택
    미국과 한국의 다른 선택

    우려했던 대로 트럼프의 난폭한 통치가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들어가자마자 뜸도 들이지 않고 곧장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이 반문명적인 (혹은 심지어 반인륜적이라고 해야 할) 조치는 곧 미국의 한 연방법원이 위헌적이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당분간 집행이 보류되었다.그럼에도 트럼프의 공격적인 행동은 거침이 없다. 그는 자신의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는 선거운동 중 공약한 것을 실천할 뿐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그리하여 멕시코와의 국경에 견고한 장벽을 설치하고, 오바마 정부에 의해서 중단되었던 대규모 송유관 건설의 재개 등등, 기습적인 조치들을 주저없이 감행하고 있다.의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모든 민주주의적 상식을 무시하면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이 난폭한 행보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지금 기막혀 하고,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

    2017.02.15 21:06

  • [김종철의 수하한화]새로운 정치와 ‘경제성장’
    새로운 정치와 ‘경제성장’

    새해 첫 월요일 저녁 JTBC 신년토론을 유심히 보았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전국의 광장에서는 사상 최대의 촛불데모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떠오른 방송사의 특별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또 예고된 출연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컸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지금 한국의 제도권 정치에서 이른바 양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 측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 즉 이재명과 유승민이 공개토론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매우 궁금했다.알려진 대로 둘은 곧 닥칠 차기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과연 소속정당의 공식후보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지금 미지수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실제로 대통령이 되는 것과 관계없이 이미 꽤...

    2017.01.18 20:47

  • [김종철의 수하한화]‘시민권력’으로 세상을 새롭게
    ‘시민권력’으로 세상을 새롭게

    시인 김해자는 미발표 근작시 ‘여기가 광화문이다’에서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이것은 지금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수많은 시민들의 공통적인 심경일 것이다.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빛이 사방을 덮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으로 모이는 까닭은 명백하다. 세습권력들과 그들에게 빌붙어 충성해온 직업정치인, 관료, 언론, 각종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배체제를 탄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 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져버린” 나라를 다시 일으켜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열자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경이롭게도, 토요일의 광화문 풍경은 우리가 평소에 안다고 생각했던 그 한국 사회가 아니다. 거기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배려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들로 충만한 공...

    2016.12.21 20:58

  • [김종철의 수하한화]‘들사람의 얼’이 필요하건만
    ‘들사람의 얼’이 필요하건만

    일각(一刻)이라도 빨리 대통령직 수행을 정지시켜야 한다. 이대로 두면 너무 위험하다.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이 거의 일치된 목소리로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물러가라고, 주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명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이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들을 새로이 임명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조약까지 맺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국가·국민의 운명을 파탄으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이와 같은 짓들을 계속해서 저지를 게 아닌가?이 나라가 지난 수년간, 선출된 공적 권력이 아니라 사실상 최아무개라는 사인(私人)에 의해 지배돼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폭로되었을 때, 대한민국 국회는 즉각 대통령의 직무 정지에 착수해야 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공화국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정치가라면 10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에 마땅히 탄핵 절차를 서둘러야 했던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국회가 아무리 ‘...

    2016.11.23 21:07

  • [김종철의 수하한화]그들은 뭘 하고 있었나
    그들은 뭘 하고 있었나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하나? 황당하다고 해야 하나? 국회에 나와서 임기 내에 개헌을 주도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할 때만 하더라도 독선적인 표정이 역력했는데, 바로 이튿날 “국민들께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과한다면서도 빤한 거짓말을 몇 마디 하고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하는 것을 보고 그걸 진솔한 사과라고 받아들일 ‘국민’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래도 늘 자기만 옳다는 독선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권력자가 저렇게 힘이 빠진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낯선, 결코 유쾌하다고 할 수 없는 경험이다.생각할수록 기괴스럽다. 국정원의 개입 덕분이든 뭐든 박근혜 정부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정권의 막후에서 국가운영을 사실상 조종하고 좌우해온 실질적인 권력은 최아무개라는 개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박근혜 정권이라고 생각했던 정부는 실제로는 허깨비에 불과했고, 실상은 최...

    2016.10.26 21:20

  • [김종철의 수하한화]자유시민-농민 백남기
    자유시민-농민 백남기

    기어이 저세상으로 그이는 갔다. 뇌가 심하게 손상되어 317일이나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다가 국가로부터 아무런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채 영영 불귀의 객이 되었다. 사과는커녕 소위 공권력은 이제 와서 부검을 하겠단다. 천하가 다 아는데도 오직 대한민국 경찰만은 그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겹겹이 차벽을 쌓아놓고 거기로 접근한다고 무지막지하게 물대포를 쏘아댄 당사자 자신이 말이다.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렇게 형편없는 저질국가로 전락해버렸을까? 이런 나라에 정말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문득 120년 전 나라를 구하려고 궐기했다가 반동적인 지배층과 외국군대에 의해서 무참한 학살을 당했던 동학농민군을 생각해본다. 그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면서 염원했던 ‘좋은 세상’이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이었을까?그리고 망국의 한(恨)을 품고 낯선 땅, 낯선 거리에서 풍찬노숙의 쓰라린 세월을 감내하며 항일운동에 일생을 바쳤던 독립투사들이 생각했던 새 나라는 어떤 것이었는가? 우리가 다...

    2016.09.28 20:37

  • [김종철의 수하한화]몬스 사케르
    몬스 사케르

    언제라고 딱 점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머잖아 이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설령 완전히 망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상황이 닥치는 게 아닐까, 그런 불길한 예감이 날이 갈수록 짙어진다. 지금 이 나라 지배층과 그들을 에워싼 이른바 ‘엘리트’들의 정신상태는 120년 전 조선왕조 말기의 지배층의 그것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살리겠다고 일어선 백성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진정한 요구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 군대를 불러들여 제 나라 백성들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그 조선의 지배층 말이다.지금은 120년 전과는 다른 세상이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든든한 ‘동맹국’ 미국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그리하여 그저 미국에 순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이 나라 주류 기득권층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엊그제 청와대와의 갈등 때문에 사표를 낸 모 신문사...

    2016.08.31 20:51

  • [김종철의 수하한화]백합이 썩을 때
    백합이 썩을 때

    절집에서는 밥을 공양이라고 말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왜 그렇게 부르는지 꽤 궁금했다. 어떤 사람은 “자연과 뭇 중생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보살로서 살겠다는 의지와 깨달음을 얻겠다는 의식”이 공양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즉 ‘발우공양’을 줄인 말이 공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밥을 공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내가 확실히 납득한 것은 그게 공희(供犧)와 같은 말이라는 것, 그리고 공희란 산스크리트어 야즈나(yajna)의 번역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야즈나’는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전체를 통해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고대 이래 인도의 성자들은 생명·삶의 원리는 무엇인가의 끊임없는 희생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야즈나’라는 말로 설명해왔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생명·삶은 누군가가 내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그리고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한순간도 영위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2016.08.0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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