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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한 달 반, 민주당이 한 일
고인돌은 시신과 유물을 묻고 그 위에 큰 덮개돌을 올린 구조물을 일컫는다. 덮개돌의 무게는 보통 10t 미만이지만, 큰 것은 100t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고인돌이 만들어진 건 청동기 시대라는데, 그 시절 그렇게 큰 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 돌을 무덤까지 옮기는 과정이었다. 실험 결과 1t짜리를 옮기는 데도 20명가량이 필요했다니, 100t이 넘는 돌을 옮기려면 정말 많은 인력이 동원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많이 발견되는 나라로, 지금까지 남한에서만 3만여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대체 왜 이리도 많은 고인돌을 만들었을까? 무슨 대단한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건축학자 유현준이 쓴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ㄱ이라는 부족이 정복을 위해 군대를 이끌고 이웃 마을로 간다. 그런데 그 마을을 가니 100t은 됨직한 거대한 고인돌이 서 있다면, ㄱ부족은 전쟁을 할 의욕이 꺾인다... -
정은경 본부장을 쉬게 하려면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건강해 보였다. 그 뒤 정 본부장의 모습은 점차 초췌해졌는데, 외모만 본다면 요 몇 달 사이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본부장의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아침 7시, 새벽 사이에 발생했던 코로나19 소식을 보고받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 8시 방역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11시에는 확진자 관련 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한다. 이런 일정은 밤늦게까지 계속되는데,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종합보고를 받고 전략 수립을 세우는 게 끝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주 52시간이 의무화된 시대에 하루 14시간씩, 휴일도 없이 일하는 분이 있다니, 아무리 비상시국이라 해도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원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나 질병관리본부(질본)처럼 국민 건강을 다루는 부처에서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구호가 상식이었다. 열심히 해도 티가 잘 나지 않지만, 한 번 실... -
황교안의 꿈, 그리고 현실
“정부가 의료협회, 전문가의 권고에 따라 빗장을 걸어 잠그고 방역망을 강화했었다면 우한 코로나는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3월28일 미래통합당 대표 황교안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윗글은 미래통합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우한 코로나’라는 시대착오적 명칭을 쓰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안타까운 일은 코로나19를 물고 늘어지는 게 그들의 유일한 선거전략이라는 점이다. 현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데는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 감염을 확산시켰고, 코로나19가 곧 종식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적절치 못했다. 종주국인 중국을 제외했을 때 우리나라가 한동안 확진자 수 1위를 달렸으니, 황 대표가 ‘아몰랑 코로나19!’ 전략에 올인한 것도 이해는 간다.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차기 대선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는 거야. 으하하하….’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탈리아의... -
대통령의 사과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정치를 싸움으로 본다. 선한 자신들은 소수인 데 비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 악 그 자체인 미래통합당 등등,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은 극도로 좋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악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명.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안을 내 편과 네 편 간 치열한 전투로 승화시킨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금기 사항. 현 정부가 유난히 사과에 인색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시위 때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억지로 눈물을 짜내면서까지 사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마스크 관련 사과를 제외하면, 국민에게 사과한 기억이 거의 없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진보의 몰락을 가져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사과는커녕 “마음의 빚” 운운하며 오히려 상처를 키웠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
난세의 법무장관 추미애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최근 이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분이 바로 추미애 법무장관이다. 추 장관이 취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다.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비리 혐의자를 참지 못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밑바닥이 다 드러난 조 전 장관이 황급히 사퇴했지만, 수사의 칼끝은 이미 정부의 핵심을 겨누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총선 참패는 물론이고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을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이 선택이 의외였던 것은 그 이전까지 추 장관의 정치 이력에서 남다르게 뛰어난 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희대의 삽질에 동참했던, 현 정부의 실세라 할 친문들이 곱게 봐주기 힘든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 뒤 극한의 고통이 수반되는 삼보일배로 용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의 삼보일배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했기에 표를 얻기 위한 행위... -
한국 남자의 스트레스 풀기
<말죽거리 잔혹사>는 <쇼생크 탈출>과 더불어 TV에서 틀어줄 때마다 보는 영화다. 채널을 돌리다 이 영화를 발견하면 하려던 일을 다 때려치우고 보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본 횟수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열 번은 넘을 것이다. 선도부 소속으로,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일진인 이종혁 패거리는 학교를 쏘다니면서 일반 학생들을 괴롭힌다. 그 폭력에 다들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인, 그래서 싸움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권상우는 이들에 맞서려고 기회를 엿본다. 이종혁 패거리가 자기네 반에서 행패를 부릴 때, 권상우는 그쪽을 향해 빈 도시락통을 집어 던진다.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상으로 올라와.” 중간부터 봐도 괜찮은 이유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옥상 싸움 장면이 맨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이다. 권상우가 쌍절곤과 태권도로 패거리를 제압할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 영화에 열광하는 건 나만은 아니어서, 네이버 한줄... -
배워야 산다
학교 교육만 받아서는 세상을 잘 살 수 없다. ‘어려운 남을 도와주라’는 구절을 보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돈은 물론이고 우정까지 잃게 마련이다. ‘늘 정직하라’는 말에 꽂혀 자신을 평가해 달라는 부장님에게 “능력도 없으신데 그 자리까지 올라가신 게 신기하다”고 한다면, 더는 회사에 다니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학교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용도로 치부하되, 삶에서 필요한 지식은 경험을 통해, 또는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배워야 한다. 후자의 지식이 어려운 것은 시대가 바뀌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서,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정권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검사는 대통령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는, 어느 검사의 오래된 푸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검찰이 대통령보다 더... -
우리의 후손들은 어떻게 사나요?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하는 것이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자는 것이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말이다. 정부가 돈을 지나치게 쓴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저 말을 했는데, 돈이 작물처럼 썩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직책이 대변인이니 이 발언은 그의 소신이라기보다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현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왔다. 지난 9월 말 기준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26조5000억원. 그런데도 경제 상황이 어려워 연말까지 계속 돈을 써야 한다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사의 혁명이라 할 소득주도성장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왜 경제가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설령 어려운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재정을 무한정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
SNS 함정에 빠진 조국의 아름답지 못한 퇴장
우리나라 최고의 무장을 뽑으라면 십중팔구 이순신 장군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업적이 가장 큰지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으리라.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일본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3국을 통일한 김유신의 업적이 더 커 보인다. 우리에게 대국이었던 수나라 군사를 수장시킨 살수대첩의 명장 을지문덕도 업적 면에선 이순신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순신이 최고의 무장이 된 이유는 뭘까? 모함으로 인한 투옥과 백의종군, 12척으로 133척에 달하는 적을 물리친 명량해전, 자기 죽음을 부하에게 알리지 말라 한 마지막 순간까지, 이순신에게는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드라마가 있었다. 김유신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라곤 자기 잘못을 말한테 뒤집어씌워 목을 벤 게 다이지 않은가?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 이순신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접촉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이 잘못했다... -
조국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이를 향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원칙으로 받아들였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당시 이 말이 유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건, 그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여겨서였다. 불과 2년여 만에 대통령이 확 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도 있다. 자녀교육, 재산증식, 가족관계는 물론 민정수석 업무에서마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조국이 사법개혁 면에서는 이 나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자일 가능성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지율에 신경을 쓰는 대통령께서 인기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조국을 임명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조 장관이 펼칠 사법개혁이 어떤 것인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어쩌면 향후 100년 정도는 건드리지 않아도 될 만큼 대단한 사법개혁을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큰 행복이며, 과반수의 국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