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권력이 설계하고 구현한 특별한 공간이다. 인간은 문명 발생의 여명기부터 자기 공동체가 이룬 경제적 문화적 성과를 증명하는 물질들과 그를 통제, 지배하는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고 저장하는 행위를 거듭해왔다. 이리하여 도시, 특히 으뜸가는 도시인 수도(首都)는 그 외형만으로 국가 공동체의 문명적 성취와 정치적 지향을 표상하는 구조물들의 집적체가 되었다.한 국가의 실질적, 상징적 중심이 수도라면, 수도의 중심은 최고 권력자의 거소(居所)다. 고대 로마 이래 유럽 도시들에서는 신전과 정청(政廳), 법원 등으로 둘러싸인 포럼(Forum), 즉 광장이 도심부의 기본 형상이었다. 광장은 그 도시가 단일한 신을 섬기는 종교적 공동체이자, 단일한 법체계와 행정 질서로 통합된 정치적 공동체임을 표현하는 공간이었다. 반면 유교 국가의 수도 조영 원칙을 제시한 <주례>는, 왕궁 정문에서 도시의 정문으로 뻗은 대로에 권력의 의지와 지향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유교적 이상 국...
2016.12.29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