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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계정 팔로 왜?” 직원 ‘사상 검증’ 와글와글
온라인 PC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트오세·사진) 인터넷 게시판에 지난 26일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트오세의 개발사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직원의 ‘사상’을 검증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해당 직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페미니즘 관련 계정을 팔로하거나 몇 건의 게시글에 공감·공유 버튼을 누른 것 때문에 논란이 된 사람이었다.김 대표의 글은 자못 비장하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직접 ‘문제의 사원’과 인터뷰를 진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선 이렇게 되묻는다.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했나요?”이 같은 사건이 게임업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게임·문화계에서 일하는 여성이 페미니즘 관련 글이나 현상에 관심을 보이거나 지지하는 의사를 표시했을 때 그들은 비난을 받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번 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 -
태극기 집회
3·1절 이후 주말까지 서울 도심이 태극기로 분분했다. 그로 인해 소셜미디어도 분분했다.지난 1일 오후 친박 정당 대한애국당과 보수 단체들이 서울역 앞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와 문재인 정권의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보수 세력 내에서는 연이은 집회의 참가 규모에 고무된 듯하다. 보수 인터넷 언론들은 “태극기 집회가 흥행했지만 기성 언론이 외면했다” “범국민 저항운동이 될지 주목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집회 후 한 보수 월간지 기자는 “집회가 전보다 젊어지고 짜임새가 있어졌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참가자들이 모인 모습을 보면 이렇게 평가하기엔 어려울 듯하다. 이들은 행진을 하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대형 촛불 조형물을 부수고 방화했다. 경찰은 폭력 행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저들은 보수가 아니라 폭력을 즐겨 쓰는... -
국민청원과 올림픽
지난 19일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김보름(25)과 노선영(29), 박지우(20)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은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메달을 못 땄기 때문이 아니다. 이날 보여준 선수의 태도가 문제였다.이날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는 두 선수보다 50m 넘게 뒤처져 마지막으로 골인했다. 마지막 주자가 팀 전체의 기록을 결정하는 팀추월 경기 특성상 체력이 떨어진 동료를 북돋우며 함께 기록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선수는 늦게 들어온 노 선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노 선수 탓을 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까지 지었다.국민들의 분노는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보름과 박지우의 자격 박탈, 빙상연맹 관계자 엄중히 처벌하라”는 청원에 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올림픽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독과 선수가 기자회... -
평창과 새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의 모습. 으레 떠올리게 되는 명절의 풍경이다.올해 새해의 풍경은 조금 각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함께한 새해였기 때문이다.‘스포츠는 스토리’라는 말도 있지만, 올해 평창 올림픽에선 많은 스토리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먼저 지난 15일 열린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캐나다와의 경기(사진)가 그러했다. 전통적인 강호인 캐나다팀을 한국팀이 8 대 6이라는 스코어로 이겼다. 의외의 결과와 함께 한국 대표 선수들이 컬링을 하게 된 계기도 더불어 이슈가 됐다. 김영미 선수 등이 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실제이지만 비현실에 가깝게 느껴졌다.한 트위터리안은 “이런 이야기가 만약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할지라도 비현실적이라며 욕을 들었을지 모른다”며 “이처럼 굉장한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
평창 올림픽 개회식
국내에서 열리는 두번째 올림픽인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9일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이어지는 주말 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되었다.개회식 공연의 만듦새는 누리꾼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에선 고구려 벽화부터 시작해 거북선, 천상열차분야지도, 달항아리 백자까지 다양한 문화재들이 소개됐다. 녹화 영상으로 선보인 사상 최대 오륜기 드론쇼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개막식이 그저 그런 영상들로 채워졌을 줄 알았는데 ‘사이버펑크’ 등 세련된 이미지들에 놀랐다” “올림픽에 관심 없는 척하다가 다들 개막식을 보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예산과 준비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개회식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송승환 총감독에게도 관심이 모였다. 이낙연 총리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적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에, 최고의 올림픽 개막식을 만드셨다”며 치하하는 글을 올렸다... -
me, too
미국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해 10월16일 트위터에 “당신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면 이 트윗에 ‘나도(me, too)’라고 답해주세요”라고 올렸다. 이 트윗은 2만4000회 넘게 리트윗되고, 답글이 6만800개 넘게 달렸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폭로가 촉발시킨 고발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그는 내 의붓아버지였다’ ‘15살 때 3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등 수많은 미투가 줄을 이었다. 사실 미투의 역사는 10년도 더 됐다. 2006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흑인 사회 내의 성폭행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오래도록 수많은 미투가 쌓여 이제 역사를 바꾸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6년 가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계_내_성폭력’ 운동이 시작됐다. 그렇게 용기를 낸 목소리들이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폭발력을 얻었다. 하지만 서 검사의 대리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의 과거 경력과 발언으로... -
대통령 생일, 축하와 조롱
시작은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영상이 서울 광화문 등지에 설치된 역내·옥외 광고 전광판에 붙었다(사진).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흔한 ‘생일 광고’가 처음으로 대통령을 대상으로 이뤄지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생팬’(사생활을 쫓는 팬)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신기하고 새롭다’는 반응도 나와 설왕설래했다.전광판 생일 광고는 미국 뉴욕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튀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거리의 한 전광판에도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상영됐다. 그런데 사흘 뒤 같은 장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이 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코알라 사진과 합성하고, 조롱하는 문구를 단 비하 광고였다. 이 광고를 제작해 게재한 사람은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 생일축하를 보고 감명을 받아 사비로 광고를 했다”... -
단일팀과 2030
다음달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다. 경기당 최소 3명의 북한 선수가 투입돼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게 된다. 국제 경기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 것은 1991년 탁구와 남자 청소년 축구에 이어 3번째이지만 올림픽에선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정부가 남북한 단일팀이 출전하는 종목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가 개인이 노력으로 따낸 출전 기회를 뺏고 단일팀을 추진하는 게 대의(大義)냐”고 반문하거나 “국가의 국민에 대한 폭력 #단일팀”(@lu***)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치개입으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선수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대한 반발이었다.@di***는 “단일팀 구성은 어쩔 수 없지만 선수들의 노력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이 과한가”라고 했다. @wa***는 “일회성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공정성과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일 듯”이라고... -
‘각본’ 없는 신년 기자회견
지난 10일 열린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진행됐다. 질문하는 매체부터 순서, 내용까지 마치 방송 시나리오처럼 철저히 마련해놓았던 지난 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질문자도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이날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은 제각기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한 지역언론 기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손에 번쩍 들고 질문권을 얻기도 했고, 튀는 색깔 옷을 입거나, 자신을 지목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나 질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토록 질문이 넘치는 장면은 다소 낯설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콕 찝어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질문도 나오지 않았던 일로 한때 “질문 없는 한국 교실”에 대한 성찰까지 이끌어냈던 기자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질문은 많았지만 ‘좋은’ 질문은 적... -
영화 ‘1987’의 연희
영화 <1987>을 놓고 무성한 뒷얘기들이 오간다. 영화가 그린 6·10 민주항쟁이라는 실화는 묵직하고 컸다. 당시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보탠 수많은 이들이 현재를 살고 있기에 ‘그때 그 사람들’이 계속 소환되고 회자되고 있다.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에서 부검 영장을 받아낸 검사, 사건을 처음 알리고 추적한 기자, 사건을 조작·은폐한 정황을 밝히는 ‘비둘기(비밀서신)’를 바깥세상에 전한 교도관 등 모두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배우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유일한 주요 여성 캐릭터이자, 허구의 인물이다. 박종철·이한열 두 사람을 잇는 장치이면서 고민을 거듭하는 대학생으로 그려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영화 내 여성 캐릭터의 비중과 연희의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si***는 트위터에 “정의로운 남자, 나쁘지만 이유 있는 남자 등 온갖 남자들 (배역에)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된 와중에 주요한 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