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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여당 생활’
어떻게 걱정했던 건 꼭 현실이 되는가.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4·15 총선 승리 이후 시민들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을 주문했다. 처음엔 민주당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 시민의 눈엔 그렇게 비치지 않았다. 여당은 총선 후 두 달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의 순서를 잘 헤아리고 있는가. 21대 총선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5%다. 득표율로만 치면 8.4%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정당투표에서는 통합당에 뒤졌다. 선거를 2~3월에 치렀다면 민주당은 제1당을 빼앗겼을지 모른다. 유권자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건 코로나19 국난을 극복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총선 승리는 민주당에 대한 호평의 결과가 아니다. 민주당이 뭘 하더라도 시민 다수가 찬성해줄 것이란 건 착각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지금은 전시(戰時)상황”이라고 했다. 정세균 총리는 등교개학을 전시 천막학교에 비유했다... -
통합당, 지금은 2020년이잖아요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들이 달려간 미래는 26년 뒤인 2015년이다. 영화 속 과학적 상상은 대부분 현실화됐다. 주인공들이 깜짝 놀란 거리의 3D(입체영상) 광고판, 끈이 자동으로 묶이는 운동화 등은 이제 공상이 아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총리 취임 후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장관에 임명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Because it’s 2015)”라고 했다. 지금은 2020년이다. 자유와 문명과 창의가 만개하는 미래가 되리라 기대했던 때보다 5년이 더 지났다. 인터넷 시대와 스마트폰 시대를 지나 AI(인공지능) 시대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실시간으로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세상이 됐다. 미래통합당이 폭망한 이유는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보수야당은 달라진 세상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합당은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 -
민주당, 회도 불면서 먹어라
2000년 전 폼페이 사람들은 베수비오 화산을 끼고 살면서도 희희낙락하다 하루아침에 4m 두께의 화산재에 파묻혔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닥쳤는지 잘 모르는 모습 그대로 발견됐다. 미래통합당이 딱 그 짝이다. 민심은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지구에 거대한 멸종이 일어난 건 온난화 때문이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소멸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50억년 지구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는다. 인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가장 무지한 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여러 차례 보수야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화산재에 묻히고,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무지한 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선거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4·15 대첩을 기다리고 있었다. 21대 총선 결과를 놓고 가장 두드러진 의미 하나만 들라면 ‘탄핵의 완성’을 꼽겠다. 황교안은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를 지낸 ‘탄핵 총리’다. ...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BC(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코로나 이후)란 새로운 연대가 등장할 정도다. 한국의 방역대책은 국제적 모범사례로 세계에 공유되고 있다. 한 지인은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고속도로변 졸음쉼터 자리마다 119 구급차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방역 매뉴얼이 이런 데까지 치밀하게 짜여 있나 놀랐다.” 미국·유럽 등 이른바 선진국에 머무르던 교민·유학생들이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시민의식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신은 “생필품 사재기가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사재기 패닉’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바이러스 가해자는 없다. 모두가 피해자다. 한데도 보수야당과 언론은 정부가 가해자인 양 몰아세웠다. ‘우한 폐렴’이란 명칭을 고집했고, 감염병 전문가에 ‘비선’ ‘사회주의자’란 낙인을 찍었다... -
‘개혁 연정’이 더 당당하다
사실은 소설보다 기구하다. 김무성·유승민·권성동·김성태·홍준표는 태극기 세력에 ‘탄핵 5적’으로 찍혀 왔다. 미래통합당은 그들을 모두 물갈이했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시대의 강을 건넜다”고 자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보수세력의 대동단결을 지시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결정한 지 꼭 3년 만이다. 정치권은 ‘탄핵세력 대 촛불세력’ 구도로 재편됐다. 보수야당은 ‘탄핵의 강’을 되돌아갔다. 비례 위성정당을 코미디 같은 정치라고 한다면 희극인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보수야당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는 장인과 사위가 서로 사랑하는 시나리오 빼고는 다 나왔다. 숨이 넘어가던 탄핵 세력은 아무런 반성도 쇄신도 없이 대반격을 시작했다. 막장 드라마 뺨치는 반전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세력의 위기를 자초했다. 시민들은 촛불혁명에서 분출된 에너지를 융합해 ‘1987 체제’를 뛰어넘는 제도적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2... -
“민주당, 왜 그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서울 강북을)은 지역 민심이 싸늘해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길에서 만나는 시민들, 특히 중도층들의 태도와 말투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종전에는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박용진이 열심히 하니까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박용진은 열심히 하지만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못 찍겠다고 한다. 이건 어마어마한 변화다.”민심의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여당 승리론’은 지난달 52%에서 39%로 줄었다. 반대로 ‘야당 승리론’은 37%에서 50%로 높아졌다. 여당을 향해 있던 중도층이 야당으로 돌아선 때문이다.불과 한 달 만이다. 올 초만 해도 민주당은 예산안과 선거법,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면서 자신감이 충만했다. 인재영입과 공약 발표 등에서도 한 발짝 앞서 나갔다. 거칠 게 없던 민주당의 발목을 잡은 악재는 여러 가지이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
추미애·윤석열, 잘잘못 따져보기
폭풍 같은 인사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전격전(blitzkrieg)으로 하루 만에 폴란드를 점령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전격전으로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와해시켰다. 윤 검찰총장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 고위인사로부터 ‘윤 총장의 전언’이라며 “이번 인사는 수용할 만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인사 파문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보수언론의 ‘대학살’ ‘인사 참사’란 호들갑이 무색하게 검찰 내부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온하다. 부글부글 끓는 건 검찰이 아니라 보수언론이다. 그들은 검찰이 부글부글 끓지 않는 데 화가 나고, 그래서 더 악을 쓰는 것 같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전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복잡한 것 같지만 상식의 잣대로 보면 단순하다. 잘잘못을 따진다면 내 생각은 이렇다.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쌍방 과실이 있다. 검찰총장이 요... -
“윤석열은 여포다”
검찰의 유재수 수사는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다. 울산시장 사건은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직격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사건 하나만으로도 전 국민의 환호와 박수를 받을 만한 수사들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되레 냉소와 불신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난마처럼 얽혀 있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다. 조국 수사는 4개월째 지지부진하다. 국회 청문회 협상 과정에서 급박하게 수사에 뛰어들었던 게 이해가 안될 정도다. 유재수 건은 지난 2월 소장이 접수된 뒤 묵혀진 사건이다. 조국을 잡기 위해 재개했다. 결국 검찰은 유재수 건으로 조국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울산시장 건은 검찰이 스스로 불기소했던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이런 수사를 뭐하러 했냐며 경찰을 힐난하기까지 했다. 그런 사건을 윤석열은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져와 하명수사 의혹으로 둔갑시켰다. 역시 조국을 잡기 위해서다.지금 검찰은 윤석열 친위대가 장... -
임종석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53)은 86그룹의 상징이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 사무총장에 대통령비서실장 경력 등 정치적 무게로 치면 86그룹 중 가장 비중 있는 인사다. 내년 총선은 어디에 출마할지가 관심사였을 뿐, 3선은 대권 가도로 진입하기 위한 몸풀기쯤으로 여겨졌다. 그런 그가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모두 궁금해했지만, 제3자의 전언과 추측만 무성할 뿐 정작 본인은 침묵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언론과 일절 접촉을 피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 열흘 뒤인 지난달 26일 저녁 그를 만났다. 그는 홀가분하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 왜 정치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건가.“2000년 만 34세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50대 중반쯤엔 정치를 그만하고 싶었다. 정치는 나 말고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그게 통일운동이다.”- 전격적이었다. 언제 결심했나.... -
총선 D-5개월, 3대 변수
내년 총선은 여야 모두 정치 명운이 걸린 격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탄탄하게 끌고 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자유한국당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자신들이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단죄받고 보수세력이 궤멸되다시피 한 마당에 총선마저 실패하면 더 이상 재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총선 D-5개월. 예측 가능한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 지지율이다. 2015년 11월. 지금처럼 총선을 꼭 5개월 앞둔 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은 39%, 야당인 민주당이 22%였다. 17%포인트 격차다. 여야가 바뀐 현재 민주당은 41%, 한국당은 25%다. 놀랍게도 격차가 비슷하다. 그런데 다섯 달 뒤 총선에선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이 123석 대 122석으로 승리, 제1당을 차지했다. 왜일까. 그때는 국민의당이란 3당이 있었지만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