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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그들의 타는 목마름 씻을 ‘물 한 잔’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덥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낮기온이 사람 체온을 웃돌고, 아침기온조차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는 기상현상을 넘어서는 재난이다. 거리는 재난의 현장이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도망쳐 극장과 마트와 커피숍으로 대피한다. 그러나 뜨거운 거리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한 마디라도 더, 한 사람에게라도 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7월19일 오후 2시, 서울역(서부) 광장, 33.1도두 번째 단식 들어간 전교조 위원장, 다시 차려진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세 번째 계절 버티는 파인텍 굴뚝농성…파란 천막은 볕을 가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천막에 들어가느라 잠시 벗어뒀던 신발을 다시 신다가 데이는 줄 알았다.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이곳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57일째 농성 중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비교적 평온했다. 해고 이후 12년 동안 단식, 삭발, 고공농성, 사상 초유의 대법원 대법정... -
⑪제주지사 선거에서 ‘녹색 돌풍’ 일으킨 고은영
압도적이었다. 1t 트럭 위에 버티고 서서 ‘포효’하는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사진).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서 사막을 질주하던 여전사 퓨리오사가 떠올랐다. 33세 여성 이주민 후보는 6·13 지방선거에서 ‘난개발 막는 여성청년 도지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제주 제2공항 계획을 백지화하고, 개발사업과 면세점으로 이윤을 챙기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해체하겠다고 외쳤다. 1만2188표, 3.53%, 3위. 국회의원 한 명 배출한 적 없는 녹색당 후보가 원내 2·3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제쳤다.‘낙선자이되 패배자는 아닌’ 그를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초고가 명품브랜드를 홍보하던 자본주의의 첨병이 제주도로 떠난 사연을 물었다. ‘요망진 육지 것’이 괸당(친족·혈족) 문화가 뿌리 깊은 지역 선거판에서 깨지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를 들었다. ■ 왕십리의 딸, 제주로 가다서울 왕십리,... -
⑩“재판 신뢰 다 무너져,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무릎을 탁 쳤다. “심판을 못 믿으면 경기는 없는 거다.” 강문대 변호사가 페이스북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비판하며 쓴 표현이다. 심판이 공정하다는 전제에 선수들이 동의하지 못하면, 올림픽도 월드컵도 불가능하다. 난투극으로 점철되고 말 것이기에. 이번 사태는 분쟁의 종결자인 법관이 헌법적 의무인 ‘독립적 심판’을 포기하고 직접 ‘플레이어’로 뛴 것이다. 페어플레이는커녕 최악의 비열한 플레이였다. 법관 직무의 모든 것인 재판을 매개로 ‘딜(deal·거래)’을 시도했다. 과장이 아니다. 2015년 8월 법원행정처(행정처)가 작성한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 추진전략’에는 ‘빅딜 카드’란 표현이 등장한다. 일부 보수언론에선 계획만 있고 실행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고 한다. 실행 여부는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 설사 ‘미수’에 그쳤다 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심판이 사익을 위해 특정 팀을 도우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실행은 못했다고 치자. 문제가 없나. 이... -
⑨ “‘몰카범죄’ 누적된 사법불신···터져 나온 여성판 ‘이게 나라냐’”
·김민아의 후 스토리 ⑨ ‘불법촬영’에 분노하는 여성들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주머니나 가방 속에 송곳을 넣어 다닌다면, 아니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등을 보면 송곳이나 옷핀, 실리콘이나 스티커, 퍼티(속칭 빠데·아교풀)를 갖고 다닌다는 이들이 눈에 띕니다. 불법촬영(몰카) 공포 때문이죠. 화장실 벽에 구멍이나 틈새가 있으면 송곳·옷핀으로 찔러봐 렌즈를 깨버리거나, 실리콘·스티커·퍼티로 틀어막기 위해서랍니다.‘몰카’는 더 이상 이경규씨의 출세작 ‘몰래카메라’가 아닙니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범죄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극소수의 관음증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보안업계에선 ‘화장실 몰카’가 촬영부터 유통에 이르는 ‘산업’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북핵보... -
⑧책의 해-‘일하는 사람들’의 함께 읽기
정완근씨(37)에게 책은 ‘독약’에 가까웠다. 잘 봐줘야 ‘냄비 받침대’였다. 2016년 12월 지인의 ‘유혹’에 빠져 강원도에 여행 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북클럽의 이효석 문학기행이었다. 요리 잘하는 정씨는 ‘수발이나 들어주자’는 생각에 따라갔는데 얼떨결에 회원이 됐다(문제의 지인 정은주씨는 “일종의 강제가입이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억지로 읽었다. 어느 순간 책을 좋아하게 됐다. 2017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30권을 넘겼다. 정은주씨는 “정완근씨 지인이 ‘완근이가 매일 책을 끼고 다닌다. 도대체 완근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묻더라”며 웃었다.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올해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선포된 ‘책의해’다. 책의해 조직위원회는 ‘함께 읽는 2018 책의해-무슨 책 읽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성인 10명 중 4명이 한 해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는 나라(2017 국민독서실태... -
⑦“의료수가 ‘원가+a’ 보장 안 하면 병원·문재인케어 둘 다 망해”
미국 의료시스템을 경험한 한국인은 대체로 애국자가 된다. 심각한 영리화·상업화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의료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구멍투성이다. 국민건강보험을 갖췄으나,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대부분 민영병원이다. 공공병상 비율은 10% 수준으로 미국보다도 낮다. 가계가 의료비를 직접부담하는 비율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8배인데,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평균(80%)에 크게 못 미치는 60%대 초반에서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급여)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비급여)의 덩치는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는 실손보험과 ‘결합’하면서 의료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치료행위 전부를 건보 시스템 안으로... -
⑥미투 두 달, 그리고 언론- “피해자가 신원 공개했다고 언론이 신상털기할 권리 생긴 건 아니다”
# “회색빛 컨테이너의 크기는 20㎡ 남짓.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졌다. 안(희정) 전 지사는 밤에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한다고 한다”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속죄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 한두 끼 정도 먹었다. 매 끼니 밥을 반 공기도 먹지 않았다” “(숙소 주인인 대학 동창) A씨에게 ‘아이고 내가 이렇게까지 돼 버렸다, 친구야’라고 말하기도 했다”(동아일보 3월20일자 <“내가 이렇게까지…” 친구에 토로, 부인-아들과 열흘 칩거>). 이 기사의 인터넷판에는 [단독]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다. 바이라인(기자 이름을 적은 줄)에는 이름이 세 명이나 등장한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자의 ‘은신처 생활’이 이 정도 보도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취재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가해자 미화·옹호일 뿐이다.# 안 전 지사 비서 김지은씨가 JTBC에 출연해 안 전 지... -
⑤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하늘나라 가면 말할 수 있어요. 정말 행복했다고. 두 가지 인생을 살아봤다고”
■ 2018년 3월 한국 강릉10일 오후 1시15분.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30명은 돼보이는 사람들이 강릉올림픽파크로 향하는 건널목에 서 있었다. 고요했다. 둘러보았다. 고요하지 않았다. 수어(手語)가 오가고 있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소리가 나야 한다는 고정관념. 부끄러워서 길을 재촉했다.오후 3시30분. 강릉하키센터 관중석이 가득 찼다. 입장객 6058명. 파라아이스하키(para ice hockey·장애인 아이스하키의 공식 명칭) 예선 한·일전에 나설 양국 대표선수들이 입장했다.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졌다.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세계적 골잡이 정승환(32)이 소개되자 함성은 더 커졌다.휘슬이 울렸다. 1피리어드는 잘 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구호가 나왔지만 ‘의무방어’처럼 들렸다. 2피리어드. 장동신(42)의 첫 골이 터졌다.관중석 온도가 급상승했다. 사내 입장권 추첨에서 당첨돼 왔... -
④성폭력 가해자들 향한 외침 - 이젠 장벽을 부술 때…“우리는 몇몇 괴물이 아닌 구조를 바꾼다”
안태근 전 검사장이 26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지현 검사가 안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28일 만이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 이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숨가쁘게 전개됐다. 특히 문화예술계로 확산된 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인 고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인간문화재 하용부, 배우 조민기·조재현·한명구, 사진가 배병우,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 등의 사례가 드러났다. 종교계(가톨릭 사제)와 언론계(KBS 기자)의 성폭력도 폭로됐다.발화(發話)는 시작됐다. 이제는 장벽을 부술 때다. 지난 23일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미투 운동 지지 자유발언대회’와 25일 열린 ‘연극·뮤지컬관객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한다) 집회’에서 나온 구호들을 중심으로 미투 한 달을 짚어본다.■ “더 이상 괴물들이 두렵지 않다”“외교통상부 청사 10층의 남자화장실이 여자화장실로 바뀐다고 한다. ‘우먼 파워’를 ... -
③이상헌 ILO고용정책국장- 최저임금은 나를 위해 추운데서 일하는 이에게 ‘스웨터’를 입혀주는 것
새해에 최저임금이 16.4% 올랐다. 시급 7530원. 수요일마다 집에 오시는 가사노동자를 떠올렸다. 혹시 최저임금도 못 드리는 건 아닐까. 계산해봤다. 시급으로 1만원 이상 드리고 있었다. 안도했다.내가 하는 노동의 성과를 계산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매달 25일 회사 인트라넷에 찍히는 급여액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사용자 입장이 돼보니 달랐다. 당장 타인의 노동과 임금을 저울질했다. 누구나 자신의 노동은 귀하게 여긴다. 반면 타인의 노동에 대해선 까다롭게 따진다.국제노동기구(ILO)가 주창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상헌 박사(51)에게 최저임금에 대해 물었다. ILO에서 17년간 근무해온 이 박사는 지난달 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장(고용정책국장)에 올랐다. 고용정책국장은 회원국의 고용정책, 노동시장정책, 청년고용 등 분야에서 정책자문과 협력사업 수행 등을 담당하는 ILO의 핵심 요직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머물고 있는 이 박사에게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