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조금은 생뚱맞게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가 생각난다. 물론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실행을 하지 못한 어떤 계획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내 무너지고 만 김소월의 ‘님’이라든가, 보내지는 않았지만 떠나버린 한용운의 ‘님’이 우리 근대시(영혼)의 원형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철학은, 범박하게 말하는 게 용서된다면,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예술을 자기의 ‘님’으로 삼았기에 그렇게 깊고 방대해졌는지 모른다. 그들은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서 자신의 역량만큼 물을 길어왔다. 편리를 위해 노동자가 죽는 시대그것이 때로는 낭만적인 자기 서사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했고 위험한 정치 사상에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를 오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시대를 역사의 지평 위에 올바로 올려놓는 일은 과연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김소월과 한용운의...
2025.12.21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