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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 전체 기사 51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님’의 회복을 위하여
    ‘님’의 회복을 위하여

    연말이 다가오자 조금은 생뚱맞게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가 생각난다. 물론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실행을 하지 못한 어떤 계획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내 무너지고 만 김소월의 ‘님’이라든가, 보내지는 않았지만 떠나버린 한용운의 ‘님’이 우리 근대시(영혼)의 원형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철학은, 범박하게 말하는 게 용서된다면,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예술을 자기의 ‘님’으로 삼았기에 그렇게 깊고 방대해졌는지 모른다. 그들은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서 자신의 역량만큼 물을 길어왔다. 편리를 위해 노동자가 죽는 시대그것이 때로는 낭만적인 자기 서사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했고 위험한 정치 사상에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를 오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시대를 역사의 지평 위에 올바로 올려놓는 일은 과연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김소월과 한용운의...

    2025.12.21 20:06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대통령의 실용주의와 우리의 미래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우리의 미래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노선으로 실용주의를 내세웠을 때, 이념적 도그마에서 자유로운 실사구시의 길을 가길 바랐다. 보수든 진보든 혹은 좌든 우든 근대적 세계관에 갇혀 있다고 평소에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용주의라는 다소 위험한 언어가 이왕이면 자유롭고 활달한 실사구시적인 맥락을 갖길 바랐던 것이다. 유시민 같은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고가 연역적이 아니라 경험에 근거한 귀납적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논리학적 구분법도 사실 어떤 도그마에 의거한 말이다. 경험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개인의 꿈과 상상력,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비전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 실용주의에 그러한 것이 없다면 그 실용주의는 가벼운 성과주의에 머물고 말며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 공동체에 깊은 내상 혹은 질환을 심어줄 수도 있다.원전 경각심·문화 감수성 등 지워져니체는 약관의 나이에 쓴 <비극의 탄생>에서 소크라테스 시절의 ‘그리스적 명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 적이 ...

    2025.11.23 21:39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아름다운 나라’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나라’란 무엇인가!

    백범 김구는 1947년에 ‘나의 소원’을 쓰면서, 이것은 “우리 동포가 진실로 독립정신을 가지는 날”을 위함이라고 말했는데, 백범이 꿈꾼 진정한 독립은 “우리의 철학을 찾고 세우고 주장”하는 일이었다. ‘나의 소원’에는 요즘 너도나도 입에 올리는 “아름다운 나라”와 “높은 문화의 힘”이 언급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장이 포함돼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로 시작되는 이 장에서 백범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회자되는 현실의 맥락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치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있다. 뉴스를 통해 접한 바로는 이 애니메이션이 외국 관광객까지 불러들이고 있다니 과연 ‘문화의 힘’이 세긴 세다.K컬처 환호 속 기초예술은 ‘홀대’이른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는 것은 꽤 된 일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를 ...

    2025.10.26 19:53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학살 시대의 복판에서
    학살 시대의 복판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에서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바탕에는 ‘근대적 합리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나치 시절 근대적 합리성의 비근한 예로 관료제를 들었는데 사실 관료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R 베니거는 19세기의 관료제는 정보의 프로세싱을 ‘줄이면서(preprocessing)’ 통치의 합리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근대적 합리화는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것들을 통치의 효율을 위해 줄이고 덜어내는 것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서구, 대량학살에 침묵으로 동조베니거가 근대 관료제의 특징으로 의도적인 ‘줄임’을 말할 때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거론되다 1970년대에 마이크로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도약하게 된 정보사회의 본질을 제어(control)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하다가 흘린 말이다. 하지만 근대 관료제가 ‘줄임’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합리성을 ...

    2025.09.21 21:24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이라는 퇴행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이라는 퇴행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삼례 그림책미술관에 강의를 다니던 작년이었다. 농촌의 읍 단위에서는 드물게 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신선한’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드나들게 된 것이다. 처음에 통합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도대체 이 식상하고 진부한 상상력은 언제쯤 사라지나 답답하기만 했다. 완주군은 동쪽 지역인 동상면 사봉리에서 만경강이 발원하는 지역이다. 고산면에서 북쪽 물길과 만나 ‘강’이라는 지위를 얻는 이 강물이 완주군을 빠져나가기 전에 소양천과 전주천을 받아들여 전라도 북부 지방의 젖줄이 된다. 강이 흐르다 범람하다 하면서 만들어진 평야를 충적평야라고 하는데, 완주군의 경우 봉동읍에서 시작돼 삼례읍에 이르는 널찍한 들판이 생겼다. 강을 중심으로 하자면 호남평야는, 동진강과 섬진강 상류를 수원지로 둔 호남평야 ‘남접’과 만경강 중심의 호남평야 ‘북접’으로 나눌 수 있다.1894년에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을 중심...

    2025.08.24 20:57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기후재난이 ‘뉴노멀’이라고?
    기후재난이 ‘뉴노멀’이라고?

    이번 여름도 상당히 길 것이라 예상을 했다. 무슨 정보와 자료 때문이 아니라 기후의 변화 폭이 매년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고, 봄 더위·가뭄과 이어 벌어진 무자비한 산불을 보면서 여름에는 해수면 온도가 올라 폭염과 폭우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다. 예측하기 힘든 기후가 됐다고는 하지만 다르게 보면 예측이 더 쉬워진 측면도 있다. 아마 예측하기 힘든 것은 재난의 장소와 현상이다. 폭우가 어디에 얼마만큼 내릴지 기상청이나 기상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하게 된 상황은 그만큼 대비를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일상의 생활을 재난 대비에 다 쏟아붓는 것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새로운 재난 대응책 마련만 몰두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일상화를 적잖은 사람들이 ‘뉴노멀’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폭우로 인한 재난 상황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짚으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이제 ‘안전뉴딜’이라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는 지금의 재난을 대비할...

    2025.07.27 21:06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이준석 제명이 의미하는 것들
    이준석 제명이 의미하는 것들

    이준석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지난 27일 현재 59만명에 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22대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진보당 손솔 의원은 “국회가 국민의 요청에 답해야 한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하루빨리 구성돼 징계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준석이 지난 대선 때 보여준 충격적인 발언은 물리적 상해나 경제적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정신적, 정서적 학대에 가깝다. 따라서 이준석 ‘의원’을 일벌백계로 징계해야 온라인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언어의 타락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준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댈 만한 정신적 거점 없는 사회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이 사회의 나쁜 문화를 거리낌 없이 따라 하는 것은 단순한 모방범죄가 아니라 범죄를 선동하는 일과 다름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터무니없는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고 현재 내란죄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의 경우를 ...

    2025.06.29 20:51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이익균점권을 생각하다
    이익균점권을 생각하다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에 의해 저질러진 압도적으로 해로운 성폭력 발언으로 나라가 들썩거렸는데, 이날 소중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권영국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이익균점권에 관해 묻자 이재명 후보가 그 필요성만은 인정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떻게, 그리고 과연 현실화할 수 있는지는 좀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다. 이준석 후보의 해로운 발언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속에서도 몇몇 언론은 이익균점권을 언급했는데 우리는 한국전쟁과 더불어 잊혔다가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정권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익균점권을 ‘지금’ 다시 호명할 필요가 있다.제헌헌법에도 담겨 있었던 조항1948년 제헌헌법이 제정될 때 가장 논란이 됐던 조항이 제18조 2항이다. 그 내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이다. 바로 이익균점권이다. 자본주의 기업이 얻은 이익을...

    2025.06.01 20:44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민주주의, 이상을 가진 개인들의 연합체
    민주주의, 이상을 가진 개인들의 연합체

    윤석열‘들’이 저지른 친위쿠데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 패배가 명확해지자 이번에는 대법원이 그들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군부 독재 이후 법치를 강화해온 시간을 통해 법률가들이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먼저 변호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정치 검사가 등장했으며 마침내는 검사가 직접 정치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게 윤석열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검사나 판사처럼 은폐된 장막 안에서 법률을 휘두르지 않고 언제나 시민들과 함께 살아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상대적이다.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지만 법치를 핑계 삼아 법이 민주주의의 원리 위에 군림하게 된 것은 법률가들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기득권과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다.민주주의 위에 ‘군림’하게 된 법최근에 고 김종철 선생의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다시 읽으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결국 이 모양이 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새삼 깨닫게 됐...

    2025.05.04 20:22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4월은 갈아엎는 달
    4월은 갈아엎는 달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 안국역 인근 도로에 모인 시민들은 만세를 부르고, 부둥켜안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난해 12월3일에 일어난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는 122일 만에 헌법이 윤석열의 대통령직을 파면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전 국민이 목격자가 된 현행범은 자신의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나라를 극도의 내분 상태로 처박기까지 했다. 심지어 1987년 체제의 한계를 들먹이며 자신의 쿠데타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파렴치도 보여줬다. 박정희도 자신의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불렀으니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말이다.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아니, 민주주의는 안심하고 나태해지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윤석열‘들’의 쿠데타가 새삼 보여주었다. 사실 윤석열의 등장과 대통령 당선 자체가 우리의 민주주의에 결함이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검사 윤석열에게 대부분 속았으며, 그것을 알고도 ...

    2025.04.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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