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 명절,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홀로 강가에 서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모두의 고향이 나에게는 타향 같았다”. 시인 김용택이 이용악의 시 ‘눈보라의 고향’에 담아둔 감상이다. 떠난 이들에게 고향은 그리움이다. 하지만 잠시 그 허기를 채우고 떠나고 마는 곳. 더 이상 그곳은 삶의 고향이 아니다. 고향에 뿌리 박은 이들은 떠난 그들의 허기를 채워주다 정작 자신이 허기지고 만다. 20세기 한국인 삶의 가장 큰 사건은 이 ‘도시화’가 만들어낸 허기일 것이다. 삶이 땅이 아닌 공간에 터 잡은 도시화 말이다.고향을 물으면, 우물거리게 된다. ‘서울 외엔 모두 시골’이란 서울내기들에게 자존심 상하면서도, 긴 서울살이에 지방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서울과 지방의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는 ‘1.5세대’가 내 고향 정체성이다.도시민 2세대지만, 기억의 지층에 시골 또한 간직한다. 폭설이 내린 아침 뒷산에 올라 ‘푸드덕’ 소리에 돌아본...
2026.04.2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