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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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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호 칼럼] 허기진 고향
    허기진 고향

    “추석이나 설 명절,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홀로 강가에 서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모두의 고향이 나에게는 타향 같았다”. 시인 김용택이 이용악의 시 ‘눈보라의 고향’에 담아둔 감상이다. 떠난 이들에게 고향은 그리움이다. 하지만 잠시 그 허기를 채우고 떠나고 마는 곳. 더 이상 그곳은 삶의 고향이 아니다. 고향에 뿌리 박은 이들은 떠난 그들의 허기를 채워주다 정작 자신이 허기지고 만다. 20세기 한국인 삶의 가장 큰 사건은 이 ‘도시화’가 만들어낸 허기일 것이다. 삶이 땅이 아닌 공간에 터 잡은 도시화 말이다.고향을 물으면, 우물거리게 된다. ‘서울 외엔 모두 시골’이란 서울내기들에게 자존심 상하면서도, 긴 서울살이에 지방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서울과 지방의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는 ‘1.5세대’가 내 고향 정체성이다.도시민 2세대지만, 기억의 지층에 시골 또한 간직한다. 폭설이 내린 아침 뒷산에 올라 ‘푸드덕’ 소리에 돌아본...

    2026.04.29 18:13

  • [김광호 칼럼] 누가 보수를 재건할 것인가
    누가 보수를 재건할 것인가

    몰락은 예정된 운명이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결과는 그 몰락을 공인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럼 몰락 다음의 시간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신생의 씨를 뿌리려 무엇을 제물 삼고, 무엇을 푯대로 받아들이며, 보다 중요하게 누가 해야 할 것인가.윤석열 이후 보수의 괴멸을 보면 의문은 선명하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극단에 포획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건 허약하고 부패한 구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2000년 이후 보수는 자기 갱신에 실패했다.21세기 보수를 구성한 건 ‘기회주의 보수’와 ‘강성 보수’ 두 갈래였다. 어떤 사변에도 정치생명 연장이 우선인 기회주의 보수는 보수정당의 얼굴을 수혈하는 것으로 연명했다. 강성 보수는 부의 욕망을 자유로 합리화하며 보수 가치 혁신을 틀어막았다. 진영은 그들의 위선을 감추는 더없는 울타리였다.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숙명적 과제는 ‘시장과 공동체의 타협’이었다. 민주 진영도, 보수 진영도 이 자장을 벗어...

    2026.04.01 18:13

  • [김광호 칼럼] 장동혁 대표의 ‘무신불립’
    장동혁 대표의 ‘무신불립’

    정치가 거대한 연극이라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달 20일 ‘윤석열 내란’ 입장은 부조리한 실험극 같았다. 극단 세력의 도움으로 당권을 쥔 그가 그들을 부정해야 하는 정치적 곤경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 예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었다. ‘절윤’ 요구를 침묵으로 뭉갤 거라 여겼는데, 오히려 “무죄추정” 운운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정당 대표 입장이라기엔 하나하나가 참담했지만, “분열은 최악의 무능”이라며 내놓은 ‘덧셈 정치’ 정의는 특히 충격이었다. 장 대표는 윤어게인 세력을 두고 “우리와 조금 다르다 해도 다양한 목소리와 에너지를 담아내는 게 국민의힘이 해야 할 역할”이라 했다. “함께 싸우고 계신 애국시민”을 호출하며 “국민의힘 깃발 아래 힘을 합쳐달라”고도 했다.12·3 비상계엄을 구국 결단인 양 윤석열을 옹호하고 온갖 음모론으로 국민 통합을 부정하는 극단 세력을 ‘당원’으로 격상시켰다. 보수 1당을 공동체 안녕을 위해 도태돼야 할 극단 세력의 ‘숙주...

    2026.03.04 18:17

  • [김광호 칼럼] 정당 상실의 시대
    정당 상실의 시대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과거의 민주당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혁신계가 부재한 우리 제도정치에서 미약하나마 약자와 진보의 벗이던 그 정당의 특별함은 옛사랑이 되었다. 지금의 민주당은 힘을 숭배하는 ‘보통의 정당’들과 그리 구분되지 않는다.두 가지 병증이 완연하다. 무엇보다 승리 지상주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목마름은 ‘선거 승리’ 집착으로 변했다. 정치공학은 문화가 되었다. 차별금지법이 표에 도움이 되나? 지방선거 앞 툭 던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에서 표 계산 외 ‘가치 통합’을 읽어낼 코드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 민주당은 ‘이겨야 한다’만을 ‘목적’하지는 않았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정당의 본질적 생기가 가득했다.두 번째는 부패다. 차명주식 거래, 공천헌금, 시의원직을 ‘가족 사업’ 여물통으로 삼는 일까지. 최근 윤리 난맥을 보면 ‘민주당 너마저’란 신음이 절로 나온다. 당 시스템 자체에 어떤 결함이 있음이다. 안개가 무진을 점령할 수 있는 건 바다...

    2026.02.04 18:29

  • [김광호 칼럼] ‘정치적 이성’에 관하여
    ‘정치적 이성’에 관하여

    1년 전 새해는 새롭지 않았다. 비상계엄이 몰고 온 불안이 유령처럼 배회했고, 그만큼의 열정들이 행동으로 분출했다. 해가 바뀐 지금 내란 청산은 진행형이며, 시민이 지켜낸 민주주의 발자국들은 선명한 흔적을 새긴다. 하지만 묻게 된다. 한국 사회는 “역사가 인간 가까이 올 때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어리석음과 병적 징후들”(레비스트로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지방선거가 있는 올해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해다. 민주화 출발선이 된 1987년 대통령 직선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불의를 교정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켜왔다. ‘선거 민주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가 ‘내란 이후 1년’의 국가·정치 정상화 시간이라면, 올해는 지속 가능한 한국 민주주의 토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지방선거는 정파들엔 ‘근본 선거’라 할 수 있다. 광역단체장부터 시군구 풀뿌리 의원까지 약 4000명 정치 자원들이 충원된다. 한때 ‘폐족’으로...

    2026.01.07 18:13

  • [김광호 칼럼]‘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가 원청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남긴 답 문자다. 고인은 숨지기 전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며 주 73시간 이상 일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숨진 오승용씨도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했다. 올 들어서만 쿠팡의 택배·물류센터 노동자 8명이 과로로 숨졌다.세계보건기구는 2019~2020년 야간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하면서 노동시간대·반복성·교란 여부를 중요 요소로 평가...

    2025.12.10 20:01

  • [김광호 칼럼]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가 원청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남긴 답 문자다. 고인은 숨지기 전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며 주 73시간 이상 일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숨진 오승용씨도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했다. 올 들어서만 쿠팡의 택배·물류센터 노동자 8명이 과로로 숨졌다.세계보건기구는 2019~2020년 야간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하면서 노동시간대·반복성·교란 여부를 중요 요소로 평가했다. 이...

    2025.12.10 18:24

  • [김광호 칼럼]‘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연휴 일주일 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면회했을 때 정치권은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듯했다. 전당대회 약속 이행이라지만, 애초 해선 안 될 이 약속을 차일피일 미룰 때 식언이 될 거라 여긴 때문이다. 여당은 손뼉을 치며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무겁게 침묵했다. ‘이해 불가’였지만, “분열” 논란에 휘말릴까 속으로 삼켰다. 그저 화내고 황당해할 게 아니다. 그의 돌연한 변신이 ‘어떤 필요’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계산 없는 정치는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추석연휴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가 대선주자 적합도 1위(18.3%)를 차지한 건 꽤 충격이었다. 한동훈 대표 때 당 사무총장이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선 1.5선 소장 정치인에 불과했다. 자기 브랜드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한동훈의 사람’으로 치부됐다. 그런 그가 계엄·탄핵·정권교체 소용돌이 속에 1년도 안 돼 제1야당 대표가 되고 유력 대권주자 반열까지 올라섰으니 놀랄 수밖에. 바람을 탄...

    2025.11.12 20:08

  • [김광호 칼럼]‘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연휴 일주일 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면회했을 때 정치권은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듯했다. 전당대회 약속 이행이라지만, 애초 해선 안 될 이 약속을 차일피일 미룰 때 식언이 될 거라 여긴 때문이다. 여당은 손뼉을 치며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무겁게 침묵했다. ‘이해 불가’였지만, “분열” 논란에 휘말릴까 속으로 삼켰다. 그저 화내고 황당해할 게 아니다. 그의 돌연한 변신이 ‘어떤 필요’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계산 없는 정치는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추석연휴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가 대선주자 적합도 1위(18.3%)를 차지한 건 꽤 충격이었다. 한동훈 대표 때 당 사무총장이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선 1.5선 소장 정치인에 불과했다. 자기 브랜드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한동훈의 사람’으로 치부됐다. 그런 그가 계엄·탄핵·정권교체 소용돌이 속에 1년도 안 돼 제1야당 대표가 되고 유력 대권주자 반열까지 올라섰으니 놀랄 수밖에....

    2025.11.12 18:07

  • [김광호 칼럼] 정청래 민주당의 ‘유능’한 길
    정청래 민주당의 ‘유능’한 길

    개혁의 길은 험하고 위태하다. 개혁 깃발이 올라가면 한 사회는 모세의 지팡이에 홍해가 열리듯 두 쪽으로 갈라진다. 개혁 대상들은 급하면 칼날이라도 움켜쥐며 저항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퇴계 이황이 조광조의 죽음을 보며 “현자들이 위태로울 때 경계하지 않고 너무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탄식했을까. 개혁하려면 늘 ‘작은 생선 굽듯(若烹小鮮)’ 사려 깊게 ‘반동’을 염려해야 한다.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화두는 ‘3대 개혁’이었다. “추석 밥상에 검찰청 해체를 올리겠다”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광석화 개혁론’은 그 핵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추석 민심을 흔든 건 ‘국정 위기 조짐’의 낯선 현실이다. 추석 연휴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정부 국정지지율은 취임후 최저(55%)를 기록하며 이제 과반 지지 수성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재명 정부를 만든 중도층이 여당에 이어 대통령으로부터도 떠나고 있는 결...

    2025.10.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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