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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굴뚝농성’ 2명 중 1명 내려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에서 굴뚝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이 88일 만에 농성을 해제했다. 함께 농성 중인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오후 2시20분쯤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김 사무국장이 스스로 내려왔다. 이날 쌍용차지부는 지부장 명의의 입장 자료에서 “5번의 실무교섭과 이유일 사장과의 본교섭에도 불구하고 26명의 희생자 문제와 해고자 복직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사무국장이 교섭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굴뚝에서 내려가겠다고 결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창근 정책실장에게도 굴뚝에서 내려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실장은 26명의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이날 트위터에 “김 사무국장께서 최종식 신임 사장님을 뵙고 사태 풀겠다는 믿음 하나로 방금 땅을 밟았다. 많은 격려 부탁한다”는 글을 게재했다.김 사무국장과 이 실장은 해... -
이창근 “굴뚝 농성 해제한 쌍용차 사무국장 병실 경찰 두명 버티고 있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이 88일 만에 농성을 해제한 가운데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실장이 “김 사무국장이 평택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데 경찰 두명이 병실 안에서 버티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 실장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욱 사무국장은 울렁증과 멀미 증상으로 면회를 사절하고 짧게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어쩐 일인지 경찰은 아직 병실 안에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20분쯤 김정욱 사무국장이 88일 만에 굴똑에서 내려왔다. 이 실장은 굴뚝에 남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이 실장은 “경찰이 말하는 그 현행범 김정욱 사무국장의 수장인 지부장과 회사의 대표가 교섭을 진행했고 다음주 교섭 날짜도 잡아둔 상태”라며 “그럼 노와 사는 현행범을 끼고 무슨 모의라는 하는 건가? 당장 경찰이 병실에서 나가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이번주 이유일 사장과 쌍용차노조 김규한 위원장, 그리고 김득중 지부장이... -
쌍용차 사무국장, 굴뚝 고공농성 88일 만에 해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이 88일만에 농성을 해제했다.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0분쯤 쌍용자동차 금속노조 김정욱 사무국장이 굴뚝에서 내려왔다. 김 사무국장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 함께 농성을 시작한 이창근 실장은 굴뚝에 머물러 있다.이창근 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사무국장이 굴뚝을 내려가는 사진과 함께 “김정욱 사무국장께서 쌍용차 최종식 신임 사장님을 뵙고 사태 풀겠다는 믿음 하나로 방금 땅을 밟았다. 힘든 결정을 내린 정욱형에게 많은 격려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사무국장이 농성을 해제한 것은 건강상 이유 외에 사측과 대화를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해고자들과 교섭을 이어왔던 이유일 사장이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기 때문이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 -
‘분홍도서관’ 함께 짓자
반짝 빛났다. 햇살이 바퀴살에 닿았다. 부산 영도 바닷바람을 돛대 삼아 자전거가 앞으로 나갔다. 몇 미터 지나기 무섭게 기우뚱. 평소 자전거 타지 않은 탓이다. 3월 초. 따뜻했다. 상가 앞 묶여 있는 짐들이 검은 고무 밧줄로 악착같이 묶여 있다. 짐수레 끄는 노인의 허리가 자전거 타는 우리보다 더 휘어 있다. 봄이 악착같이 굽은 겨울을 펴댄다. 부산을 출발해 평택 쌍용차 굴뚝까지 700㎞를 자전거로 달리는 ‘희망질주’. 거리 가늠하니 아득했다. 겨울 장작처럼 바짝 마른 두 다리 내려다보니 더욱 까마득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그 시각 평택 노조사무실이 분주했다. 굴뚝에 아침밥 올리는 해고자는 죽을 젓고 샌드위치를 타지 않게 뒤집었다. 기름을 얇게 두르고 연신 불 조절을 한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희망질주 3일째 아침. 사타구니가 아팠다. 꼬리뼈가 욱신거렸고 골프공 여러 개가 들어 있는 것처럼 종아리가 뭉쳤다.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바큇살을 돌려본다. 공... -
“쌍용차를 봐주세요” 기도한 가증스러움
얼마 전에 책 한권을 받았다. 평택 쌍용자동차(쌍차) 공장 굴뚝에서 오늘로 84일째 고공농성 중인 쌍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의 해고일기다. 책 첫머리엔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천사가 실려 있었다. 추천사를 읽다가 눈과 마음에 오랫동안 머문 글 내용이 있었다.“어쩌면 저들이 더 절박할 텐데 그러나 난 그걸 애써 외면했다. 한진에 와야 할 관심이 혹여 쌍차로 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들보단 우리가 더 절박하다고, 우리를 더 먼저 봐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쌍차를 봐주세요 했던 가증스러움. 인간은 다급하면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란 말, 그래서 찔린다.”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증스러움과 본성이라는 두 단어의 절묘한 조화였다.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몇 번이고 되뇐 가증스러움이다. 그 절박함에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일까? 따지... -
쌍용차 해고자 “사측 희생자 유족 위한 대책 마련하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5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쌍용차 해고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지난 1월부터 쌍용차 측과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숨진 해고자 26명의 유가족들에 대한 생계 지원 대책 등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실무교섭 진행 횟수만 채우려 하지 말고 유가족 지원대책 마련, 해고자 복직 등 4제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켜 실질적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4대 의제는 해고자 복직, 회사 등이 제기한 200억원대 손배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 숨진 해고자 등 26명의 유족에 대한 지원 대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지난 1월 29일부터 4대 의제를 놓고 사측과 ... -
김득중 지부장의 하얀 종이 두 장
그가 죽었다. 한 명 두 명 그가 죽어 나갔다. 자동차가 만들고 싶어졌다. 공장 안에서 파업이 길어질수록 그 자동차 한 대를 꼭 만들고 싶었다. 회사 망한다는 소리가 억울했고 옥쇄파업이 생산시설을 부수는 파업으로 보도될 땐 숨이 턱턱 막혔다. 2009년 8월 결국 그 자동차 한 대를 만들지 못하고 공장에서 끌려 나왔다. 그는 또 죽어갔다. 그를 잊고 싶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현실이 아니었으면 어떨까 상상했다. 만약에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다시 그 시기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상황은 사라지는 것일까. 상상 속에서 밤길을 헤맸고 천막을 뚫고 들이닥친 빗물을 맞아야 아침 길이 열렸다. 입안이 텁텁했고 물병 찾아 몸을 돌리면 그가 있었다. 까만 밤 하얀 촛불을 벗 삼아 휘고 꺾이고 눌어붙도록 그는 어떤 말을 뱉어냈지만 동글동글 촛농처럼 굳었고 바닥에 굴러다녔다. 천연덕스럽게 천막을 걷고 냉기를 털었다. 국밥 한 그릇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허기를 달랬다. 바닥에 걸터... -
“철탑 대신 굴뚝 오를 뿐, 야만적 상황 달라진 게 없다”
“철탑이 굴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거액의 손해배상·가압류 고통에 노동자들이 줄줄이 목숨을 끊는 암울한 세상을 바꿔보자며 시작한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가 26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손잡고의 조은 공동대표(동국대 명예교수)와 한홍구 운영위원(성공회대 교수)은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굴뚝으로, 전광판으로 오르고 있고 야만적 상황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수는 노동운동을 둘러싼 현 상황이 박정희 유신정권 때보다 되레 못하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늦깎이로 성공회대에 들어온 동일방직 출신 여성 노동자에게 물었다. “당시에도 요즘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이 있었나요.”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한 명도 없었다.” 동일방직은 1978년 여성 노조지도부 결성을 방해하기 위해 어용 노조원들이 똥물을 투척하는 엽기적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한 교수는 “두들겨맞... -
국기는 어디에 걸리는가
주영이가 보고 싶어졌다. 우리 집 아이 주강이의 유치원 단짝이었고 지금은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생이다. 주영이에게는 형이 한 명 있는데 또래보다 키가 크고 탄력이 좋아 학교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주영이에겐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된 늦둥이 여동생도 한 명 있다. 주영이 아빠 프레디는 앙골라에서 태어났고 엄마는 강원도 땅에서 자랐다. 예전에는 밥도 함께 나눠먹고 연극도 함께 만들었으며 주영이와 주강이가 싸울 땐 상대 아이를 먼저 안아줬다. 곱슬머리 주영이는 귀여웠고 눈망울에 꿈이 가득했다. 둘은 사이좋게 놀다가도 싸우고 때리고 잡겠다고 도망다니곤 했다. 흙탕물 가득한 연못에 개구리 잡으러 들어갔을 때다. 까만 주영이 손과 누런 주강이 손이 그물처럼 한짝이 되어 수풀을 훑고 지나가면 러닝셔츠가 물에 젖고 까만 몸과 누런 몸이 햇살 아래에서 빛났다. ‘개구리다’ 소리치며 들어올린 것이 서로의 손이었고 뭐가 그리 웃긴지 둘은 나자빠지듯 연못 언덕에 널부러져 낄낄거렸다. 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