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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책임지는 ‘돌봄’ 구조…대선주자에 해법 물었습니다
19대 대선에서 양성평등한 육아, 일과 가정·삶이 조화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 확대, 칼퇴근법 등을 발표하는 등 선도적으로 정책을 내놓았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남성 육아휴직 의무할당 등을 핵심으로 하는 ‘슈퍼우먼 방지법’을 발표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임금 감소 없는 유연근무제를 제시했다. 경향신문의 신년 기획 ‘맘고리즘(momgorithm)을 넘어서’팀은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algorithm)’을 바꾸기 위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심각한 저출산, 세 아이를 둔 보건복지부 워킹맘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상차림은 풍성해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주자들이 저출산 문제와 일·가정 양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맘고리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 -
‘맘고리즘’ 바꾸고 고치고 끊어 1인2역 지친 ‘맘’ 어루만진다
경향신문 신년기획 ‘맘고리즘(momgorithm)을 넘어서’ 팀은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algorithm)을 바꾸기 위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각 대선주자들이 보내온 답변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분석·진단했다. 기준은 구체성, 실현가능성, 성평등성, 혁신성 등이었다. 자문단에는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참여했다. 각 주자의 배치 순서는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 순서를 참고했다.■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 임금 줄이지 않고 노동시간 줄이기간판 정책은 ‘임금 감소 없는 유연근무제 시행’이다. 미취학 아동의 부모가 ... -
⑤양성 평등과 ‘법대로’ 작동되는 정책…맘고리즘 끊을 절대조건
김소영씨(가명)는 임신 14주째 하혈을 했습니다. 피만큼이나 ‘절박유산’이란 단어도 무서웠습니다. 안정이 필요했지만 시간강사인 그는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학기 도중에 일을 그만두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고도 50일 만에 강의를 다녔습니다. 출산 전후 90일의 출산휴가를 어느 때라도 쓸 수 있게 한 근로기준법 74조가 비정규직인 김씨에게도 보장됐다면 어땠을까요. 정규직인 이지연씨(가명)는 처지가 조금 나았군요.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썩 행복하진 않았습니다. 눈치 보며 퇴근을 해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 남아있는 아이 중 하나였습니다. 전염병에 걸려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데 연차는 이미 소진했고, 더 이상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었을 때, 선택의 순간이 왔다고 느꼈습니다. 탄력근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전례가 없었습니다. 30대 기혼여성 경력단절자 101만2000... -
우리는 요구합니다, 모두가 행복할 부모의 권리
경향신문은 여성(mom)에게 육아와 돌봄을 전담시키며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 방식(algorithm)을 ‘맘고리즘(Momgorithm)’으로 명명했다. ‘맘고리즘’은 심각한 저출산을 초래하고 여성 고용률을 낮추는 원인이다. 여성이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살아갈 권리,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고 일과 육아라는 이중의 짐을 짊어지게 한다. 경향신문은 한국의 부모·예비 부모들로부터 행복한 육아와 행복한 삶을 위한 요구사항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부모권리헌장’을 만들었다. 1. 부모는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 있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야근과 회식, 주말을 빼앗는 워크숍과 산행을 거부한다. 남녀 모두 일찍 퇴근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워킹맘을 이등 시민으로 만들고 아빠를 아이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야근·회식 문화다. 부모가 모두 일찍 퇴근해야 퇴근 이후 엄마의 삶도 나아진다. “우리 땐 다 이렇게 애 키웠다”는 상사들... -
하루 6시간 근무에 ‘칼퇴’하라고 등 떠미는 회사…‘로또’ 같은 직장, 한국에도 있네요
롯데그룹이 자녀를 출산한 아빠가 최소 1개월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호응은 ‘대박’이다. 벌써 이 제도를 사용했거나 사용하겠다는 아빠들이 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의무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직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하루 6시간 근무보리출판사는 2012년 하루 6시간만 근무하는 단축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보리출판사 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쯤 퇴근한다. 보리출판사는 업무시간을 줄이면서도 근무 집중력을 높여 업무량이 줄어들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월급도 이전과 동일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이 회사의 엄마·아빠들이었다. 보리출판사 편집자이자 17개월 아이의 엄마인 박세미씨(34)는 퇴근시간이 이른... -
④한국의 일상…휴일도 야밤도 ‘동원 명령’…맘고리즘 쳇바퀴로 굴러가는 일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매년 초 임직원들과 동반 산행을 한다. 대개 1월 한달간 주말마다 그룹 계열사를 돌아가며 산에 오르는 식이다. 올해는 하나금융그룹도, 에쓰오일도 산 정상에서 시무식을 열고 새해 각오를 다졌다. 명분은 소통과 통합이지만, 직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휴일이나 주말에 이뤄진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또 이렇게 새해벽두를 가족이 아닌 회사에 얽매여 한해를 시작했다.■ 저녁은커녕 주말도 없는 삶회사는 수시로 ‘동원 명령’을 내린다. 한 의류업체는 최근 본사 직원들에게 주말 대리점 영업 지원을 지시했다. 그러나 수당도, 대체휴일도 없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주말 근무는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 국·과장들은 일요일 출근이 불문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무가 많아 평일근무만으론 부족하다”며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일요일 출근은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야근은 일상이다.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 -
야근의 역설…야근 시간과 생산성은 ‘반비례’
■ 프로야근러 야근은 일상, ‘칼퇴’는 이벤트. 밥 먹듯 야근을 일삼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퇴근 시간 30분 이후, 2시간 이내에 퇴근하면 야근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정시 퇴근하는 부모들이 ‘일찍 퇴근한다’는 착시현상에 시달리며 불필요한 눈치를 보게 된다. 비슷한 말로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삶을 사는 직장인을 뜻하는 ‘쉼포족’, 휴가도 마음 놓고 떠나기 힘든 직장인의 비애를 뜻하는 ‘출근휴가’ 등이 있다.■ 야근의 역설경영자들이 주목할 용어다.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이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해 3월 매킨지 조사 결과, 습관성 야근을 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근로자들의 생산성 58%보다 낮았다. 한국이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면서도 노동생산성에서는 바닥을 치는 이유다. ■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 -
출산부터 만 15세까지 병원비·약값 무료 “외국인인 저도,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아요”
15년 동안 일본에서 살아왔지만 딸이 태어난 뒤의 생활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랐다.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하거나 마트에서 이유식 도구를 준비하는 등 딸과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도전이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하라다다. 70대 여성인 하라다는 우리가 살던 도쿄 신주쿠구가 지원하는 ‘홈스타트’ 사업의 자원봉사자였다. ‘홈스타트’ 사업은 육아 경험이 있는 ‘선배’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는 가정을 방문해 부모의 고충을 들어주고 아기를 돌봐주는 일을 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5년 넘게 자원봉사자로 일해온 하라다는 초보 아빠·엄마인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줬다. 일본 육아지원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고코로 즈카이(헤아려주는 배려)’다. 부모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세심히 뒷받침해준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아기를 키우는 게 엄마 혼자만이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출산을 하면 보건소에서 조산사와 보건사가 집으로 찾아와 아기의 상태를 체크하고 엄마의 고민을 상담한... -
스웨덴의 상식…가정이 무너지면 회사도 사회도 무너진다…육아, 당연히 아빠도 해야 하는 일
나는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거의 모든 워킹맘이 그렇듯 너무나 바쁜 엄마였다. 잦은 야근에 아이들은 엄마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회사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첫아이를 낳고 힘겹게 이어가던 회사생활은 둘째를 낳은 후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익숙해질 수 없는 두 아이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을 근근이 이어가던 중 남편이 스웨덴으로 발령이 났다. 우리 가족의 스웨덴행은 갑자기 결정됐다. 스웨덴에서는 공원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스웨덴 부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웨덴 엄마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면 어김없이 “어떤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엄마도 당연히 직업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직업의 유무를 묻는 질문은 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부터 묻는 것이다. 스웨덴의 여성 취업률은 주변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톡홀름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스웨덴 여성들은 거의 모두가... -
정부 지원과 기업의 배려, 남편의 지지로 행복한 ‘싱가포르 워킹맘’
“엄마, 밀크!” 오늘도 알리시아의 목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아침 내내 옆에 찰싹 붙어있는 아이와 장단 맞추며 준비를 끝낸 후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선다. 도우미 이모에게 아이를 안겨주고 늘 그렇듯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뒤로한 채 남편과 문을 나서면 하루가 시작된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의 제도적 지원, 유연한 기업 문화, 그리고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양성평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여성 고용률도 높은 편이며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80%에 달한다. 싱가포르에선 여성들이 아기를 낳고 직장으로 돌아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을 위한 다양한 세금혜택 및 출산과 육아비용 보조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는 가사 도우미 제도다. 싱가포르에는 20만 명이 넘는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대부분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