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⑩안소정 "존엄한 노동자로 살고픈 사람들을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김용희다 #내가노동자다 #내가존엄한인간이다김보림(“모두의 생존을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님,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는 서초동과 광화문이 아닌 강남역에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존엄한 노동자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 2019년 10월 6일 자로 119일 째. 강남역 한복판, 몸 하나 제대로 누일 수 없는 좁은 철탑에 한 노동자가 있습니다. 1980년대 그가 입사한 삼성, 지금 대한민국 제1위 재벌기업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한 노동자의 시도에 폭력, 감금, 누명, 납치, 부당전보, 일가친척 위협, 아내 성폭행, 부당해고로 응답했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1995년 5월부터 2019년 10월 지금까지 만 24년 동안 그는 해고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 노동자에게 보장된 법적 권리를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사회, 지극히 당연한 사회를 위해 자본의 심장부에서 온 몸으... -
⑨김보림 "모두의 생존을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기후위기당사자이다 #내가현재이며미래이다 #내가불평등이다신지예님(“이름이 불리지 못하는 이들 곁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협에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세상이 서초동과 광화문에 가득 집중하며 시끌벅적한데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야간자율학습을 매일 매일하며 지극히 평범한 10대를 살며 피라미드 경쟁사회의 잣대에 맞추어 열심히 무조건 수능이란 목표를 보며 입시를 위해 달렸고, 수능 끝엔 그 다음은 당연히 취업이라는 것을 성공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여느 10대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도 별 꿈도 없이 당연히 사회적 기준에 맞춘 취업을 위해 달려왔던 너무나도 평범한 20대를 살아 왔습니다. 피라미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입시와 취업을 잘 하는 거라 ... -
⑧신지예 "이름이 불리지 못하는 이들 곁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나는 조국이 아니다 #나는신지예다레마님(“성소수자를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주말 어디에 계셨나요? 피곤함을 뒤로하고 서초동으로 향했나요, 아니면 긴 시간 버스 타고 올라와 광화문으로 가셨나요? 저는 서초동과 광화문 어디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서고 싶은 자리는 그곳에 없었습니다.조국 사태는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합니다. 분노의 대상과 이유는 각자 서 있는 위치마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공정하지 않음이 문제고 누군가에게는 이 사태가 사법개혁을 피하기 위한 꼼수처럼 보일 겁니다. 누군가는 내로남불처럼 느껴지고 누군가는 과거 노무현의 서사를 떠올릴 겁니다.저는 조국 장관이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검찰개혁 임무에 최선을 다하길 그리고 검찰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조국 장관에 관한 의혹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 -
⑦레마 "성소수자를 위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성소수자다 #내가성소수자군인이다 #나도잡아가라빛나님(“밀양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나는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 종로3가에 있습니다.나는 여기서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성소수자 군인들을 위한 촛불을 들겠습니다.“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무 중에 동성애의 경우에 있어서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면, 휴가 중에, 당연히 영외죠, 그래서 그 경우까지 형사 제재를 하는 것은 조금 과한 게 아닌가 해서 세분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질의응답 中나는 성소수자입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입니다. 나는 단지 나와 같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었던 군인들을 기억합니다. 나는 2011년에는 군형법 제92조의5(현 군형법 제92조의6)를... -
⑥곽빛나 “밀양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지역이다 #내가밀양이다 #내가불평등이다신현정님(“시민 아닌 시민, 난민을 위해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는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밀양에 있습니다. 나는 밀양에서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조국사태라고 불리우는 일련의 과정들이 2019년 8월 말부터 시작되어 10월, 현재까지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모든 언론이 이 주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양 세력의 처절한 싸움판이 되어 대한민국사회는 양당 말고는 마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저는 밀양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밀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청년들과 모여 매주 책을 읽는 모임을 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세상이 미친 듯이 외치는 계급사회와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정치에 관심 없이 책만 읽는 모임은 아닙니다. 박근혜 탄핵집회부터 최근에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기후... -
⑤신현정 "시민 아닌 시민, 난민을 위해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제주의난민이다권우현님(“멸종의 문턱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는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멀찍이 떨어진 섬 제주에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저는 광화문도 서초동도 아닌, 멀찍이 떨어진 제주 섬에서 태어나 살아간지 20년이 넘어가는 한 청년이자, 난민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실래요?제 삶에서 정말 온전하게 평화를 배운 시간이 있다면, 작년 6월 전쟁으로 갈 곳이 없어져 제주를 찾은 난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반(反)난민 여론이 조성될 때, ‘경해도 구제할 사람은 구제해사주’라며 뭐라도 하려는 도민들이 있었습니다. 선뜻 잠자리를 내어주고, 일자리를 주고, 밥을 차려주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그들에게 매주 두 시간씩 한국어를 알려주며 할 수 있는 것을 했습니다. 고국에... -
④권우현 “멸종의 문턱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멸종의문턱이다 #내가기후위기다 #내가비상이다서랑님(“보수와 진보 모든 남성연대와의 싸움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나는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멸종의 문턱’에 있습니다. 나는 이 문턱에서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지구의 생명들이 점차 소실되어 간다는 기후위기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매일이 잔치입니다. 대한민국의 ‘영감’님들이 모여 지낸다는 동네에서도, 조선의 영감님들이 모여 지냈다던 동네에서도 연일 ‘조국’과 ‘공정’과 ‘개혁’과 ‘정의’를 부르짖는 말의 성찬을 차려놓고 뻑적지근하게 손님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나는 그 말의 성찬으로부터 한 숟가락도 얻어먹은 게 없습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외치는 그 어떤 구호에서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폭력적인 정치검찰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구호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습니다. 주어진 특권을... -
③서랑 “보수와 진보 모든 남성연대와의 싸움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여성정치다 #내가페미니스트다변재원님(“탈시설과 장애인 학습권을 위해 깃발을 들겠습니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금 안녕하냐는 이 질문은 저에게 조국 사태에 관한 첫 질문이었습니다. 조국 수호 또는 조국 반대로 양분되어 가득 차버린 이 세계에서 페미니스트, 20대, 여성, 녹색당 지지자인 나의 목소리를 궁금해하는 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저 언저리에서 슬슬 배회하며 이 싸움의 전선이 내 싸움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은 아직 당신들의 세계라는 당연한 사실을 마주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라는 두 진영만 존재할 리 없습니다. 새로운 정의를 바라는, 그래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아주 많을 수 있다는 생각합니다. 또 이들에게 지금 사태를 보며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기에 자신도 말할 ... -
②변재원 “탈시설과 장애인 학습권을 위해 깃발을 들겠습니다”
#나는나의깃발을들겠습니다 #서초동도광화문도아닌#내가장애인야학이다 #내가장애인이다고은영님(“하루하루 버티는 이들 옆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나는 지금 혜화에 있습니다. 나는 오늘 이곳 혜화에 오기 위해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을 지나왔습니다. 4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지점에는 출근 시간만큼 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해지기 전 오후 무렵, 애매한 이 시간에 2호선 환승 구간이 이렇게 붐비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오늘 서초역 집회를 위해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이 인파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정된 집회와 정반대인 강북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토요일(5일) 오늘 이곳 혜화에는 노들 장애인 야학 탈시설 기원 잔치가 열렸습니다. 1993년, 광진구, 어느 모퉁이에서 시작된 장애인 야학 노란들판은 이제 26살이 되... -
①고은영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 옆에서 깃발을 들겠습니다”
조국 정국은 ‘두 개의 광장’을 열었다. 서초동에 모인 이들은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를, 광화문으로 간 이들은 조 장관 사퇴와 문재인 정부 반대를 외쳤다.두 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광장에 ‘사이’가 존재한다. 두 광장 사이에는 주목받지 못한 다양한 불평등, 목소리를 얻지 못한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서초동에도 광화문에도 쉽사리 발길을 향할 수 없었다는 10명의 청년들은 “나는 나의 깃발을 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안자들은 “세상이 다시 납작해졌다. 오직 두 갈래만 존재하는 것처럼 쪼개졌지만 그 사이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는 수많은 섬들이 존재한다”며 “우리 각자를 향해 안녕의 당부를 담은 편지를 보내자”고 했다.한 명이 “장애인 야학 교실을 지키기 위해 광화문도, 서초동도 아닌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깃발을 들겠다”고 하면, 다음 사람이 “나는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자매들 속에 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