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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쓰레기’ 모아 ‘윤석열 대통령 초상화’ 만든 이화여대 학생들
탄핵 집회에서 활용됐던 손팻말이나 전단을 잘라붙여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한 미술작품이 이화여대 교정에 설치됐다. 학생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염원하며 만든 작품이다.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 놓인 캔버스에는 ‘탄핵’ ‘내란범’ ‘촛불’ 등의 글씨가 적힌 손팻말 조각들과 신문기사 조각 등이 윤 대통령의 얼굴 모양으로 이어 붙여졌다. 작품을 감상한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라” “지키자 민주주의”등의 메모지를 작품 옆에 붙이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이 작품은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학생 5명(김수빈·권다현·석지우·신경민·윤정원)이 제작한 것이다. 이들은 작품 설명에 “12월7일 105명의 국민의힘 당원이 본분을 저버리고 조국의 미래를 도외시하는 장면을 수많은 깃발과 촛불 사이에서 뜬 눈으로 지켜봤다”며 “재료로 쓰인 모든 종이는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서 내비친 결의의 흔적이자 저항의 목소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안보를 위협받지 않는 세상을 조각하고 이 ...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것”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시상식은 오후 4시 정각에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작가는 검은색 이브닝드레스와 검은 파우치를 들고 시상식장 무대 왼편의 의자에 착석했다.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문학상이 네 번째로 호명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이 한강의 이름을 영어로 호명하며 “친애하는(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향하자 1500여 명의 청중이 기립 박수로 축하했다. 그는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고, 미소를 지으며 국왕과 악수한 후 청중에게 인사했다.... -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 ‘빛과 실’
빛과 실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그건 일종의 표지화였을까? 아니면 그저 낙서였을 뿐일까?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이, 내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시들이 표지 제목과 같은 연필 필적으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페이지의 하단마다에는 각기 다른 날짜들이 시간순으로 기입되어 있었다. 여덟 살 아이답게 천진하고 서툰 문장들 사이에서, 4월의 날짜가 적힌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의 두 행짜리 연들로 시... -
‘촛불소녀’가 ‘2030여성’으로 돌아왔다, 광장의 주인이 되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 당시 촛불집회. 언론은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묘사했지만, 여성에겐 때로 적대적인 공간이었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여성 전체를 모욕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혼란을 틈탄 성추행도 빈번했다.12월3일 계엄령이 발표되자 곧장 달려간 국회 앞에서 비슷한 광경을 마주했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보다 김건희를 욕하는데, 특히 “쥴리 계엄이다” “대통령 옆에서 술을 먹이고 조종한 것이다”라면서 그가 “술집 출신”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입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박근혜 탄핵 당시 박지원 의원은 “앞으로 100년 안에 여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지금 그는 “남성 대통령은 이래서 안 된다”라는 말 대신 윤석열을 “미친 바보”라고 말한다. 여성의 실패는 성별 전체의 책임이 된다. 반면 남성의 실책은 개인의 문제로 일축되는데, 심지어 이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여성 혐오, 성노동자 혐오까지 동원되는 것이다.광장에 내 자리는 없다는 절망감을 ... -
슬픔의 K팝 집회
‘여자는 감정적’이라는 말은 쉽게 사용되지만, 정작 화가 난다고 사람을 위협하고 물건을 던지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새삼 얼마나 상투적 표현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마음을 누르고 감추어야 하는 사람의 손은 늘 비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자리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사람은 짱돌 하나만 쥐고 있어도 용기가 생기는 법이니 손 안을 채운 그들의 얼굴이 자유롭고 비장해 보인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K팝 응원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8년 출시된 NCT의 ‘믐뭔봄’(기존의 둥근 형태에서 벗어난 직육면체 모양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을 보고 나서였다. 압도적인 크기와 생김새 때문에 종종 ‘돈까스 망치’에 비유되기도 하는 ‘믐뭔봄’은 발광 또한 남달라 어두운 곳에서는 그 적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봐도 그것은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건 마치 어둠 속에서 몇 명이나... -
구걸도 못하는 아프간 여성들… ‘반구걸법’으로 체포당한 이들은 구타·성폭행 당해
탈레반이 제정한 ‘반구걸법’에 따라 체포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2일 가디언·잔타임스에 따르면 구걸을 하다 체포된 아프간 여성들은 자신이 구금 중 성폭행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적 학대를 비롯해 구타, 고문, 강제 노동을 당했으며 아동이 학대당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전했다.탈레반은 지난 5월 일명 ‘반구걸법’을 제정해 ‘건강하며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에 따르면 아동과 장애인을 구걸에 동원하거나 지원을 받으면서도 구걸을 계속하는 이는 구금된다. 구걸하는 이들을 관리·분류하기 위한 위원회가 설립됐으며 지문을 비롯한 생체 데이터 채취도 가능해졌다. 수도 카불에서만 이미 5만명 이상이 법 위반으로 잡혔다고 알려졌다.그러나 이 법은 경제 활동이 금지된 아프간 여성을 옥죄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 자녀를 둔 한 여성(32)은 남편이 실종된 후 음식을 구걸하다 잡혀갔다. 그는 ... -
비상계엄 경험한 주디스 버틀러의 초현실적 한국 방문기
12월3일 새벽, 인천공항 6번 게이트 앞.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그마한 사람이 온화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게 해서 미안해요. 수고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는 악수를 청하고는 내 차 뒷자리에 올라탔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였다. 그는 “민주주의와 인문학의 위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버틀러 교수가 내 차에 타고 있단 사실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그가 ‘빅네임’이라서가 아니었다. 10여년 전 <젠더트러블>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낀 충격과 흥분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에서 평생 느껴왔던 어떤 불편함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바로 ‘젠더 수행성’이라는 개념이다.젠더 수행성이 뭘까? 누구는 이것이 세상을 망치는 ‘사탄 언어’라며 반발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이렇게 한번 설명해 보자.대한민국에선 이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고지가 가능해진다. 12월2일 국회... -
“페미 동아리가 계엄군 행세”…‘동덕여대 시위’를 ‘계엄군’에 비유한 개혁신당 최고위원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사흘째인 5일 동덕여대 시위와 관련해 “페미니즘 동아리가 계엄군 행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학생들을 총을 든 채 국회에 강제로 진입했던 계엄군에 비유했다. 학생들의 시위를 계엄군에 빗댄 것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플랫]침묵 깬 동덕여대 교수들 “고소 취하하고 회복 방안 마련하라”이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에 내려진 ‘페미 계엄의 포고령’도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최고위원은 “선량한 시민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평결하고, 문화콘텐츠를 검열하고, 제도적 특혜를 요구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을 파괴해 왔다. 이번 동덕여대 사태는 그 화룡점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이 최고위원은 이 글에서 주간조선의 ‘동덕여대 졸업연주회 녹취 단독입수’ 기사를 공유하며 “늘 현실은 상상을 상회한다.... -
미완의 1980, 밝혀야 할 2024
정부 수립 이래 가장 길었던 계엄은 1979년 10월27일부터 440일간 지속된 비상계엄이다. 신군부 세력의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계엄은 5·18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 과거처럼 보였던 ‘역사’가 ‘현실’로 들어온 것은 지난 4월 44년 만에 5·18 당시 계엄군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를 취재하면서다. 여전히 일상에서 계엄의 시대를 지우지 못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계엄군 여럿에게 강간을 당한 피해자는 아직도 계엄군이 입고 있던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그때 맡았던 술 냄새, 땀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구토한다고 했다.1981년 해제됐던 계엄령이 2024년 다시 선포됐다. 스웨덴에서 열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의 상처를 들춰냈고 ‘친위쿠데타’나 다름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했다.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에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 -
침묵 깬 동덕여대 교수들 “고소 취하하고 회복 방안 마련하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들이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을 고소한 학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공개했다.4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교정에는 ‘동덕여대의 평화를 바라는 교수들의 소리’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붙었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학생에 대한 형사 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이들은 “학생들의 행동이 거칠고 성급하긴 했지만 우리가 품고 졸업시켜 종국에는 동덕의 일원으로 남을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가 이렇게 전면전을 치를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교수들은) 학생들을 위로하고 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치를 장기화할까 봐 참아온 것”이라고도 했다.이들은 “학교가 요구한 ‘교수 호소문’에 이름을 올린 것도 학생들과 대화하고 합의해 교육을 정상화하라는 의도였는데 오히려 학생들과의 대화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학생들에게) 강경하게 하는데 사용된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했다.교수들은 학교가 사태를 해결하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