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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엄마를 이렇게 살게 해선 안될 거 같아’ 그녀의 이혼을 돕기로 했다, 우린 동거에 돌입했다
“너희 아빠가…” “그 소리 지겨워” 그렇게 멀어진 엄마가 날 찾아왔다 둘이 살 집 구하고 변호사비 내느라 3년 모은 돈 다 썼지만 안 아까웠다 그 후 2년, 우리 모녀는 더 깊어졌고 엄마는 당신의 삶을 향하는 중이다엄마 이정희씨(가명)와 딸 김민지씨(가명)는 2년 차 ‘동거인’이다. 딸이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떨어져 지낸 후 10년 만에 같이 살게 됐다. 여느 모녀 사이처럼 매일 툭탁대며 다투지만 딸은 이제 적어도 엄마에게 “왜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했냐”고 묻지 않는다. 엄마도 딸에게 “왜 연애는 안 하느냐”고 타박하지 않는다.사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마냥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민지씨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릴 때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뻑하면 악을 썼던 거 같아요. 가족들과 최대한 떨어져 혼자 사는 것이 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대학 입학과 함께 독립한 후에는 1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 때만 가족과 만났다. ... -
(6)‘몸의 안부’를 묻는 연대…그들의 ‘돌봄 품앗이’가 나를 살게 했다
3주 입원에 항암치료 넉 달동네 사람이자 같은 ‘페미’들이 가족 대신 ‘릴레이 간병’ 자청 이런 연대, 내 역할 생각하게 해방골성 골육종. 희귀암 진단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됐다. 3주를 넘긴 긴 입원 기간과 퇴원 후에도 이어진 넉 달간의 항암치료는 더욱 예기치 못했던 투병의 일상이었다. 혜영(39)이 인생에서 가장 깜깜했던 터널을 지나던 그때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이 있다. 곁에 있어주었던 이들은 아팠던 그 시간들을 인생의 자원으로 바꿔놨다고 했다. 지난달 3일 만난 혜영은 몸의 안부를 묻고 돌봐주었던 여성들, 병마보다 강했던 정의로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투병 생활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2017년 11월 말 암 진단을 받고 12월 초에 바로 수술을 했어요. 퇴원하고도 4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았죠. 2018년은 전부 회복하는 데 보냈어요. 지금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수술을 받... -
(5)“일상에서 페미니즘 실현시키려면 반드시 정치가 역할 해야”
|페미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정다혜·최여진씨국회엔 너무 비슷한 사람만 있어…페미니즘 의제 몰입 정당도 필요다양한 삶을 상상할 기회 주는 ‘생활동반자법’ 가장 주력하고 싶어정치 문화, 타인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결혼 생활은 어딘가 이상했다. 물음표가 자꾸 생겼다. 명절에는 왜 시댁에 먼저 가야 하나. 친정은 시댁과 왜 동등하지 않나. 2014년 스물다섯에 결혼한 정다혜씨(31)의 머릿속에는 ‘왜’라는 말이 꼬리를 물었다.“주변에선 다 그렇게 산다고, 참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다 그렇다고 무조건 따라서 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잖아요.” 지난달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정씨는 크고 작은 ‘왜’를 거듭하다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했다. 모순 투성이인 결혼을 포함해서 여성이 살아갈 만한 모습의 세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페미니즘을 직접 실천하고 싶었다. 무엇이 필요할까.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페미니스트 국... -
(4)‘엄마 배우’는 왜 다시 무대에 설 수 없나요
19년차 배우이자 엄마 유정민씨 임신 알리자 돌아온 건 “미친X” 출산 후 잡혀 있던 공연도 ‘해지’ ‘프리랜서’에게 경력단절은 운명“연기, 혼자만의 욕심인가 생각” “미친X아!” 선배들에게 아이를 가졌다고 이야기하자 돌아오는 건 축하가 아니었다. “경력 잘 쌓아가고 있었는데 임신을 하면 어떻게 해!”극단의 9번째 커플이던 배우 유정민씨(43·사진)는 극단 생활을 시작한 지 4년이 넘었을 무렵 첫아이를 가졌다. 축하 대신 걱정하는 말만 쏟아내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아이 낳고도 계속 활동할 거예요!” 당당하게 말하는 그에게 선배들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들이밀었다. 복직한 사람은 0명. 그때까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여자 선배들은 모두 일을 그만뒀다.정민씨는 19년차 배우이다. 그리고 열한 살, 일곱 살, 다섯 살, 세 아이의 엄마다. 첫째를 가졌을 때 ‘미쳤다’ ‘독하다’는 말을 들었고, 셋째가 생겼을 때는 주변에서 ‘활동 포기했구나... -
(3)법적으로 ‘남’이지만…한 지붕 아래 모인 그들 “우린 가족”
비혼 여성 셋 모여 사는 ‘하오까’“서로 돌볼 수 있는 혈연 이상 관계” 병원·관공서는 ‘진짜 가족’ 요구 ‘가족’이라고 하면 결혼한 여성과 남성, 혹은 이들이 낳은 자녀들로 이뤄진 조합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틀 밖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다른 관계의 그물로 엮여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사회는 그들의 삶이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과도기 과정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법적 가족’으로 정의를 내리지도, 제도와 정책이 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먼 미래까지 궁리하는 이유는 하나. ‘함께 사는 게 좋아서.’서울 강서구 화곡동 언덕배기에 있는 집 ‘하오까’. ‘하우스 오브 까치’의 줄임말이다. 근처에 있는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지만 ‘까치’가 갖는 의미가 마음에 들어 붙인 이름이다.“까치가 길조잖아요. 영리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까치는 ... -
(2)주거정책 바깥의 비혼 ‘같이 살진 않아도 연대하고 싶어’
꾸베·나옹·닐라·오로시·새말‘비혼 지향 여성 공동체 주거’ 모임 3개월간 만나 책 읽으며 공부 안정적 주거 목표 공동체 고민 현실은 부닥칠수록 변수 많아 국가 주거 지원은 청년·신혼 위주 비혼 여성은 대출조차 ‘제한적’‘비혼은 임시적’ 시선 전환 필요 주거 안전망, 모두에게 제공돼야비혼 여성 주거 공동체. 꾸베와 나옹, 닐라, 오로시, 새말.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이 3개월간 만나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던 주제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녹색친구들’의 나옹이 기획한 ‘비혼 지향 여성 공동체 주거’ 공부 모임에는 이들을 포함해 열다섯 정도가 모였다.“청소기가 고장 났어요.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친구가 쓰지 않는 것이 한 대 집에 있다며 가져가라고 했죠. 헌 청소기를 낑낑거리며 받아들고 가는 퇴근길이 피곤하지만 발걸음이 따뜻했어요. 필요할 때 손 벌리고, 나도 도움을 줄 수 ... -
(1)노년의 길목에 들어선 비혼 여성들, 또다시 같이 살기로 했다
플랫(flat)의 뜻은 다채롭다. 평평하거나, 딱 떨어지고 반듯하며, 균질한 사물을 꾸미는 데 붙이기도 하지만 반음 낮고, 단조로운 상태도 표현한다.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 플랫이 수식하는 단어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언니들의 플랫한 생활’ 연재로 플랫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플랫팀누구와 살 것인가. 같이 사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을까.여섯 명의 여성이 유럽으로 떠나기로 한 건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의 같은 동 혹은 옆 동에 살며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인 서로의 존재를 응원해왔고, 앞으로도 각자의 삶을 지지해줄 사람들. 전주에서 ‘비혼들의 비행’(비비)이란 이름의 공동체로 따로 또 같이 18년을 살아온 이들이 새삼스럽게 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우리에게 독립이 중요한 때가 있었어요. 1인 가구로 18년이 흘렀고, 저는 50대로 접어들었죠. 결혼하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