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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일주일에 3시간씩 2번 ‘초단시간 노동’…개인 연습은 노동시간으로 안 쳐줘요”
단원 임금 월 75만원…개인 과외나 택배업체 등 ‘알바’ 병행노조 결성했다는 이유로 전원 해촉…투쟁 끝에 복직하기도성악가 김민정씨(38)는 경기 양주시립합창단에서 일한다. 합창단은 20여명으로 구성돼 있고 김씨는 알토 파트의 수석단원이다. 1년에 서너 차례 큰 규모의 음악회를 진행하고, 그 중간에 청소년 등을 상대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연다. 김씨를 인터뷰한 지난 10월5일, 합창단은 ‘가을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다. 관객 없는 유튜브 중계다.준비해야 할 노래가 많지만 ‘비상임’인 단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한다. ‘초단시간 노동’이다. 김씨는 “근무시간은 온전히 다른 단원들과 협업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석 달에 한 번씩 연 4회 음악회를 연다고 가정할 경우, 단원들이 음악회를 한 번 준비할 때 고작 72시간(일주일 2회×3시간×12주)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그 전에 개인적으로 합창에 맞는 소... -
④“정규직 교수와는 임금도, 사회적 지위도 5배 이상 차이”
강사에게도 교원 지위 부여했지만대학 내에서 의사결정권은 없어강사법 피하려 초빙·겸임 등 직함연봉 1188만원…사립은 더 열악해“비정규직 강사는 대학에서 유령 같은 존재다.”국립 경상대학교에서 행정학 등을 4년째 강의하는 시간강사 최승제씨(45)는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2019년 8월부터 일명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이 시행되면서 대학강사에게도 ‘교원’ 지위를 부여했지만 대학 내에서 의사결정권은 없다”고 밝혔다.최씨는 향우회나 동호회 등 모임에서도 자신을 ‘비정규직 경상대 교수’라고 소개한다고 했다. 경상대 비정규직 강사는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이 아니다. 그래서 총장선출권 등 권한이 없다. 최씨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강사들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상대분회는 지난 4월 ‘강사들의 총장선거권이 배제된 후보자 선정은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 -
③“주 80시간 넘는 노동시간 감안하면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셈”
2017년 ‘전공의 특별법’ 시행됐지만여전히 근무시간 제대로 안 지켜져감정노동 시달려도 상담할 곳 없어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밀어둔 채병원이 삶의 전부가 돼 있어 혼란“일주일에 밤샘 근무만 3일이거든요. 제가 하루 몇 시간이나 일하는지 모르겠네요.”지난 9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김진우씨(31)는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모습을 비쳤다. 퇴근 직전 간손상으로 내원한 10대 응급환자가 있어 제시간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레지던트 1년차인 김씨의 정규 노동시간은 오전 7시부터 12시간이다. 여기에 병동 전체 환자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 당직만 일주일에 3번이다. 밤을 지새운 후에도 주간에는 정상 근무를 한다. 1년에 2주간의 휴가를 제외하고 매일 병원에 출근하는 김씨. 어림잡아 주당 법정근로시간(40시간)의 2배를 훌쩍 넘는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다는 답이 나왔다.김씨는 “병원, 과마다 차이는 있겠... -
②“앞에 ‘특고’라는 단어 하나 붙여 차별…일하면 누구나 똑같은 ‘노동자’였으면”
가정과 사무실에 놓인 정수기 등을 관리하는 김순옥씨(49)는 ‘코디(코웨이 레이디)’라고 불리는 서비스 점검 노동자이다. 경향신문과 만난 김씨는 경기도의 한 상가에서 얼음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치고, 입술엔 살짝 붉은빛이 도는 립스틱을 발랐다. 검정 신발에 하늘색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복장 규정이 엄격하다고 했다. 다양한 제품을 점검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일이다보니 교육도 잦다. 지점에서는 수시로 업무를 지시한다. 김씨는 “코웨이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기본급이 아닌, 수수료를 가져간다.정수기 필터 교체에 내부 청소까지 40분이 걸렸다. 자차로 이동한 시간까지 1시간이 소요됐지만 그가 번 돈은 얼음 정수기 점검수수료 8700원이 전부였다. 시간당 최저임금 8590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노조 수석부지부장으로 활동하는 김씨는 노조 업무를 겸업하기 전까지 한 달에... -
①노동부 알선 농장서 “3년 넘게 일하고 3400만원 못 받아…한국 사람 나쁜가요?”
하루 11시간 비닐하우스서 작업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뿐이고이듬해부터는 임금도 주지 않아그 농장을 소개한 건 노동부였다“노동자를 혹사시키지 마라”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50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 사회 한편에서 반복되고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하루 10시간 넘는 노동시간, 한 달에 이틀뿐인 휴일, 비닐하우스 숙소생활을 견뎌야 한다. 2015년 한국에 온 캄보디아 출신 A씨(27)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도 3년8개월간 임금 34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임금체불을 한 농장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그를 만났다.A씨는 캄보디아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에서 5㎞ 떨어진 신발 공장에 다녔다. 수입은 월 30만원 정도였다. 폐병을 앓는 어머니 약값과 생활비에 보태기엔 부족했다. 그 무렵 한국에 일하러 간 이웃이 많았다. “한국에 오면 월 100만~2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어요.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