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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죽어도 서울’서 ‘곳곳이 중심’으로…지역 도시들이 뭉치는 이유
지난해 9월10일 광주시청. 이용섭 광주시장이 깜짝 발언을 했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각자도생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다.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나흘 뒤인 9월14일 대구시 온라인 확대간부회의.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행정이 나뉘어 있었지만 대구와 경북의 시·도, 군·구가 따로따로 해서는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광역경제권으로의 통합이 시대적 추세이고 소명이다.”‘메가시티’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화두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이상의 매우 큰 도시’를 이르는 말이다. 국내에선 행정적으로는 구분되나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이 연계된 복수의 도시 권역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행정구역 통합도 함께 논의된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으로 ‘동남권 메가시티’가 주목을 받았지만 부·울·경 외 대구·경북, ... -
누가 나를 들여다보라 하였는가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추락’은 시민들이 서로 평점을 매기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친절한 이웃에겐 만점인 5점을, 거리에서 욕설을 하거나 새치기하는 사람에겐 1~2점을 매긴다. 이 점수는 은행 대출이나 주택 구입 평가자료로 활용된다. 높은 점수를 유지해 선망하던 주택에 입주하려던 주인공은 사소한 실수로 평점이 자꾸 깎이고, 결국 유치장에 수감된 뒤 참았던 욕설을 내뱉는다.디스토피아를 그린 SF시리즈 속 이야기 같지만, 중국에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면 도입을 예고한 사회신용시스템은 개인의 이름, 결혼 여부, 직업은 물론 대출·납세·범칙금 납부 내역, 전과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채무 불이행 등으로 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공공장소의 스크린에 이름이 공개되고, 열차표도 사지 못한다.지난해 국내에서 시행된 데이터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은 비금융 개... -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 된다”…언론의 무심한 받아쓰기에 주거약자는 두 번 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벼락거지’라는 말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사에 인용됐다. 짧은 시간에 파급효과는 컸다. 각종 기사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됐다. 벼락거지라는 표현은 자신이 갑작스레 ‘거지’가 됐다는 식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는 집값이나 보유주식의 액면 가치가 폭락했다거나 사기를 당해 자산을 잃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주식·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 동안 자신의 소득과 자산은 늘지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는 뜻이다.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수도권 중산층이 느낄 법한 이야기를 언론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은 수도권 혹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자가소유자인데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그들을 대변하고 가시화한다”고 지적했다.실제 언론이 ‘자가 소유’나 ‘개발 이득’ 욕... -
서울 하늘 아래 ‘내 집’이 없다는 게 ‘부의 불평등’을 각오해야 하는 일일까
집 소유 여부, 계층 간 불평등 ‘페달’로정치권, 세입자 불만 ‘문구’로만 이용정작 귀 기울이는 건 집주인들 목소리집이 자산 증식 수단 안 되게 하려면 중장기적 철학 담은 정책 만들어내야IT업계 디자이너 A씨(33). 서울 서남권 원룸에 전세로 산다. 계약 만료를 1년쯤 앞두고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경기도에 새 거처를 마련할 생각도 있지만, 적당한 시세의 집은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셋방살이를 오래하는 건 싫지만, 낡은 집을 사면 분양주택 청약순위가 밀릴까봐 망설여진다.전문직 직장인 B씨(33). 경기 남부 부모집에서 거주한다. 1시간반쯤 되는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직장이 있는 서울에 집을 얻고 싶지만 결혼 때까지 결정을 미뤘다. 그사이 서울 집값은 치솟았고, 부모가 보유한 집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가족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가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청약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억울하다.... -
코로나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불확실한 내 삶 지켜줄까
‘전 국민 재난지원금’ 경험이 마중물로모두에 무조건…정치권서 뜨거운 이유단순 분배보다 복지 체계로 접근 필요재난으로 예측 불가한 위험에 처할 때공공부조 형식으로 ‘안전망’ 기능해야서울 4년제 대학 중국어학과 졸업반인 이현경씨(25·가명)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카페 아르바이트는 주 4회에서 2회로, 근무시간은 반 이하로 줄었다. 과외도 끊겼다. 대신 온라인 튜터링 사이트를 통해 홈스쿨링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중국어를 가르쳐주고 얼마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교재값이나 생활비, 월세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경기 수원시에서 4년간 운영하던 PC방을 올해 초 접고 배달원으로 나선 신주원씨(38·가명)는 “PC방이 집합금지업종에 지정되면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입임에도 월세, 업그레이드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빠져나갔고 나중엔 아르바이트생 퇴직금도 겨우 지급했다”며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몇번이고 잠에서 깰 정도였다”고 말했다.... -
어른들, 추상적이고 먼 목표에만 합의…가까운 실천에는 왜 머뭇대죠?
“기후위기는 우리 일상이 무너지는 일” 목소리 내면 인식·정책 바뀔 거라 생각 현실은 투표권 없어 국회에 압박 안 돼“온실가스 감축 방기한 정부 책임져야”“기후위기는 내가 살아가는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에요. 당장 이번 여름에 엄마나 할머니가 폭염에 쓰러질 수도 있는데 손놓고 기다릴 순 없지 않나요.”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의 활동가 윤현정(17), 김서경(20), 김보림(28)씨가 모였다. 하루 반짝 모임이 아니다. 청기행 상근활동가인 이들은 하루 8시간, 주 5일 오피스텔에 나와 직장인처럼 일한다. 모든 시간을 자료 조사, 홍보, 올해 활동 계획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쓴다. 방으로 들어서는 문엔 “기후위기 대응하자 청소년기후행동” 글자를 골판지에 적어 붙였다.2018년 단체를 결성할 때만 해도 이 정도 열심은 아니었다. 김보림 활동가는 사람들의 인식과 정부 정책이 빠르게 바뀔 거라 ... -
오늘도 42도, 쌀은 품절이다…45세가 된 준혁씨의 2050년
농산물 수출입 제한…쌀 자급률 47%온난화로 벼 생산량 줄어 ‘귀한 몸’ 돼영주 사과는 옛말, 식탁 위엔 파파야가집중호우 잦지만 씻고 마실 물은 부족수몰돼 사라진 방콕·호찌민, 남일 아냐뉴욕 매거진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월리스웰스는 2050년 세계 약 50억명이 물부족 위기에 직면한다는 등 내용을 담아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썼다. 2050년이면 먼 미래가 아니다. 현재 10대는 40대가, 10세 미만은 30대가 되는 시점이다. 그때 한반도 상황은 어떨까. 최근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해 2021년 10대인 가상의 인물 이준혁씨가 2050년 맞는 미래를 그려봤다.비싼 감자 대신 카사바로진공쌀통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오늘 저녁밥을 짓고 나면 바닥이 보일 모양이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쌀 품절’ 글자가 뜬 지 오래다. ‘마트에 가면 재고가 있으려나.’ 준혁씨는 혼자 고개를 저었다. 흰쌀은 귀한 식품이다. 가격도 비... -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서 시민의 삶은 밝아지지 않았다
문화·인권적 측면은 진보했지만경제에 대한 총체적 시각이 부족적폐청산 등 굵직한 의제에 가려소득주도 성장·비정규직 문제 등성과 없이 존재감 잃은 정책 많아구호는 근사했지만 내실은 부족했다.경향신문은 신년기획 ‘흑백 민주주의’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학자·활동가 62명에게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권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적폐청산,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의제들이 많았으나, 실질적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등 경제 분야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외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포용성을 강조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의 원리·원칙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과 처방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갑작스럽게 출발했기 때문인지 경제에 대한 총체적인 시... -
자영업자가 ‘독박’ 쓴 고통 비용, 공정한 분담은 가능할까
■잠시, ‘방역’이 있겠습니다…‘공정’은 잠깐 넣어두세요2020년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고 문을 닫는 가게들 또한 늘어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의 개인정보와 동선을 공개한 데 이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전염병 확산이 생태·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정부와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도 구체화됐다. 산업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변화는 논란을 낳았다. 방역 때문에 입는 피해가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수도권 소상공인들은 지난 2일 방역당국이 내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영업을 이어가는 ‘오픈 시위’에 나섰다. 더 급진적인 탄소중립을 주장하는 환경운동단체와 탄소배출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운동단체가 기자회견장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는 방역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문제에 대해 충분한 ... -
‘탄소중립’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게…‘정의로운 전환’ 할 수 있나
■잠시, ‘방역’이 있겠습니다…‘공정’은 잠깐 넣어두세요2020년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고 문을 닫는 가게들 또한 늘어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의 개인정보와 동선을 공개한 데 이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전염병 확산이 생태·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정부와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도 구체화됐다. 산업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변화는 논란을 낳았다. 방역 때문에 입는 피해가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수도권 소상공인들은 지난 2일 방역당국이 내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영업을 이어가는 ‘오픈 시위’에 나섰다. 더 급진적인 탄소중립을 주장하는 환경운동단체와 탄소배출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운동단체가 기자회견장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는 방역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문제에 대해 충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