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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나고 자란 곳서 배우고 일하는 나라가 되면…‘in 지방’ 하겠습니다
균형발전 정책 20여년 노력에도 여전히 대학 진학·취업 등 이유로 지방에서 서울로 인구 이동 계속최정아씨(50·가명)는 1990년대 초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인근 도시에서 굴지의 한 은행에 취업했다. 고교 시절 성적이 상위 5% 안에 들었고, 당시에는 은행권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수십년간 일하면서 취업시장이 변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신규 직원들은 거의 대학교 졸업이고 특히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거점 국립대를 나오면 지역에 있는 대기업이나 은행에 어렵지 않게 들어갔지만 이제는 서울의 주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돼 재수, 3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는 자녀들이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적극 찬성했다고 한다. “저는 지방에서 나고 쭉 살았지만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딸아이는 거점 국립대에 동시 합격했... -
③ 살려고 뭉친다는데…소도시·농촌도 살림살이 좀 나아집니까
지방 인구 유출 ‘절박함’에서 시작 지난달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 나서 “농경사회에선 농장이 혁신의 컨테이너였고, 산업화 시대엔 기업이 그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도시 자체가 컨테이너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의견이다. 대도시 예찬론자인 그는 “도시가 창의력의 산실이고 대도시에 자치권을 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며 향후 세계경제는 ‘메가시티’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메가시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메가시티에 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는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균형발전 의제를 집어삼킬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메가시티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19년 처음 제안했다. 당시 그는 “메가시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길”이라며 부산·울산·... -
② 텅텅 비고 허허벌판…공공기관뿐인 도시에 ‘정착’할 삶은 없다
‘기존 인프라 공유’ 부산 제외하곤 대부분 교육·문화 인프라 빈곤 정부 방치에 도시 성장 멈춰버려 “혁신도시는 하나의 큰 산업단지예요. 근무시간엔 조용했다가 점심시간, 퇴근시간에만 붐비는 모습이 똑같잖아요.”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강민우씨(40·가명)는 직원들끼리 혁신도시를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 비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중심으로만 돌아가다보니 발전도 더디다고 했다. 강씨는 2014년 기관 이전과 함께 내려와 3년간 생활하다가 인사발령을 요청해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혁신도시로 내려와 근무 중이다.첫 발령 당시 강씨는 배우자와 두 자녀 등 온 가족이 나주에 왔지만 지금은 홀로 거주하며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처음엔 정착하는 것까지도 고민했지만, 3년 살아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교통·문화·쇼핑 같은 모든 생활여건이 몇년째 그대로예요... -
(1) 다 있어서 온 서울···왜 ‘내 것’은 없을까
기회 찾아서 왔지만 수도권도 ‘팍팍’…지방 소멸 땐 공멸울산에서 나고 자란 김모씨(30)는 학창 시절 줄곧 서울살이를 꿈꿨다고 한다. 처음 입학한 지방 사립대에 이틀 만에 자퇴서를 내고 이듬해 들어간 인천의 한 대학도 한 달 만에 관둘 정도로 간절했다.“서울에 있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등은 못 되더라도 그 언저리, 그러니까 2-1등, 2-2등은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3수 끝에 ‘서울 입성’에 성공한 그는 지금 서울의 한 광고대행사에서 일한다. 김씨는 “울산은 애초에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기회 자체가 서울에 많잖아요. 일자리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요. 고등학생 때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석하려고 처음 서울 땅을 밟았던 날이 기억나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보면서 ‘여기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전북 정읍 출신인 최모씨(26)는 전주에 있는 국립대를 졸업했다. 최씨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고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