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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마이클 코넬리 (1956~ )
여기 쌍둥이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놀란 한 남자가 있다. 경찰이라는 자신의 일에 의욕이 넘치고 정의심도 불타는 젊은 형의 사인은, 아니나 다를까 자살이란다. 거기에다 어울리지 않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까지 남겼다.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남자는 형의 죽음을 뒤쫓는다. 그리고 발견한다. 수년 동안 이어져온 경찰 연쇄살인범의 진실을….마이클 코넬리는 영미권 스릴러 장르에서는 일찍이 크게 알려진 작가였으나 국내에 팬층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초기 대표작 부터다. 1956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코넬리는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플로리다의 데이토너 비치와 포트 로더데일에서 저널리스트로 근무했다. 85년 일어난 델타항공 사고의 생존자 인터뷰 기사로 퓰리처상 후보까지 올랐던 코넬리는 역시 이 기사를 계기로 메이저 신문사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로 스카우트된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범죄 담당 기자로 일하며 크라임 스릴러 소설... -
(22) 퍼트리샤 콘웰 (1956~ )
메인 스트림의 범주를 벗어난 고독한 형사나 사립탐정이 경험과 직관에 의거하여 갖가지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전통적인’ 추리소설들이 위세를 펼치고 있을 무렵, (지금은 어느덧 하나의 장르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의 추리소설이 이제 갓 데뷔한 소설가에 의해 발표되었다. 그것은 바로 1990년에 발표된 이다.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의 수석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가 자신이 부검하는 시체를 통해 숨겨진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이 작품은 발표 직후 그해 최고의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가 상과 존 크리시 상, 앤서니 상 등을 석권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2009년 현재까지 17편의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초판만 100만부를 찍는 슈퍼 히트 시리즈가 되었으며 미국 최고의 드라마인 CSI 시리즈의 원조로도 유명하다.지적이고 냉철한 완벽주의자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미모의 40대 법의관 스카페타의 모습은 퍼트리샤 콘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 -
(21) 데니스 루헤인(1965~ )
영미권 베스트셀러 차트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작품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스릴러의 본고장답게 미국에서는 소위 ‘크라임 픽션’이라고 불리는 범죄소설이 종합 베스트셀러의 50% 이상일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다 보니 이 장르는 기교적인 면에서도, 문학적인 면에서도 발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년 사이 국내에 소개된 해외작가 중에서 개인적으로 문학적인 면과 기교적인 면을 가장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범죄소설계의 두 마스터 데니스 루헤인과 마이클 코넬리다. 두 작가 중 더욱 깊숙하게 사회적 담론을 다루는 루헤인을 소개한다.1965년 미국 보스턴 근방에서 태어난 루헤인의 데뷔작은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첫 편인 94년작 이다. 뛰어난 문장력과 탄탄한 이야기구조, 사회성은 데뷔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결같다. 거의 평생을 보스턴에서 보낸 루헤인의 작품 속에는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인간 군상이 벌이... -
(20) 아날두르 인드리다손(1961~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이슬란드 작가다. 1961년에 태어나 아이슬란드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기자 일과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다 작가로 데뷔해 로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유리열쇠상’을, 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황금단도상’을 수상하며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라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 공화국은 영국의 북서쪽, 그린란드의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크기는 딱 한국만한데, 인구는 30만명 정도이니 5000만명에 달하는 한국과 비교한다면 꽤나 한산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한국처럼 북적거리는 나라에서도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면 금방 인적 드문 곳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슬란드가 얼마나 한적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범죄율도 낮은 곳이라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 -
(19) 제프리 디버(1956 ~ )
냉면 한 그릇에도 원조 타령을 하는 세상에 장르소설이라 해서 다르지는 않으리라. ‘과학수사’를 도입한 현대적 스릴러 소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토머스 해리스의 일 터이다. 냉철하고 지적이면서 감성지수도 뛰어난 미모의 연방수사국(FBI) 요원 클래리스 스털링과 천재 과학자이자 엽기적인 연쇄살인범 한니발 렉터 박사는 이후 생산된 많은 소설과 영화, TV 드라마 시리즈의 유전적 조상이랄 수 있다. 해마다 엄청난 수의 작품이 쏟아지는 북미와 유럽 스릴러 시장에서도 선조의 DNA를 뛰어넘는 후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 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한 장르의 클리셰(cliche)와 스타일을 변화, 발전시켜 가며 장수하는 몇몇 시리즈들이 있다. 마이클 코널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퍼트리셔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그리고 오늘 소개할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등이다. 스릴러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점점 더 화려해져, 이제는 트렌치코트를 걸친 ... -
(18) 할런 코벤(1962 ~ )
미국의 3대 추리소설상인 에드가 상, 셰이머스 상, 앤서니 상을 모두 석권한 첫 번째 작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열성 팬을 자처하며 친필 팬레터를 보내는 작가, 의 댄 브라운이 ‘진정한 스릴러의 거장’으로 칭송하는 작가, 이 모두가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를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수식어들이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명탐정이나 잔인한 범죄자가 벌이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음모론 같은 추리소설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나 소재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할런 코벤의 소설이 미스터리 전문가들과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할런 코벤은 첩보전이나 폭력세력의 암투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에게 닥친 위기 상황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의 의외의 관계, 그리고 그런 삶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 -
(17) 딘 R. 쿤츠(1945 ~ )
딘 R. 쿤츠는 매년 2000만부 가까운 책을 파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총 3억부가 넘는 책이 팔렸고, 그 중 열세 편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라기보다 주로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초자연적이며 초현실적인 기괴함을 바탕으로 한 심연의 심리를 들여다본 작품이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호러 마스터’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그래서 종종 스티븐 킹과 비교되곤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드러난 공포를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지니고 있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의한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억눌려 있는 어둠을 공포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스티븐 킹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실 그의 작품에는 SF, 고딕, 판타지, 미스터리에 심지어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최근에 쿤츠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표출한 작품 대신 “일상에서... -
(16)제임스 엘로이(1948~)
미국의 1940~50년대는 묘한 시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지배권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던 시기이면서도, 전쟁으로 인한 암울한 혼란과 극단의 화려함과 어둠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1948년생의 제임스 엘로이는 이 시대의 빛과 어둠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현대의 하드보일드 누아르 픽션 작가다. 에 밀려 아카데미에서는 정작 2개의 상(각색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지만, 은 한 치의 틈이나 여유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꽉 짜인 완벽한 구성의 영화였다. 여기엔 엘로이의 원작의 힘이 가장 컸고, 원작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고서도 영화의 미학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 각색가와 감독의 힘이 컸다. 50년대 초, LA 최대의 범죄조직 두목인 미키 코헨에 대한 소탕 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범죄 조직과 경찰 내부의 결탁과 비리를 파헤쳐가는 세 명의 LA 경찰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완벽한 시대 묘사는 물론 특유의 짜임새 있는 플롯과 캐릭터의 ... -
(15) 윌리엄 아이리시(1903~1968)
아내와 다투고 집을 뛰쳐나온 평범한 남자 스콧 헨더슨. 눈에 띄는 오렌지색 모자를 쓴 한 여인과 우연히 만나 홧김에 아내와 하기로 한 일들을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공연을 보고 술까지 한 잔 걸친 후 집으로 돌아온 그 앞에 놓인 건, 자신의 넥타이로 목 졸려 죽은 아내의 시신이었다. 잠복한 형사에게 체포된 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우연히 만났던 여인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구도 여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흔적도 기억도 남기지 않은 그 여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수감돼 사형을 기다리는 헨더슨을 위해 친구들이 ‘환상의 여인’을 찾기 시작한다. 시쳇말로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사형 집행일이 카운트다운되는 긴박함과 흔적 없는 여인을 찾아 헤매는 특유의 서스펜스는, 독자들에게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다.‘누아르의 아버지’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 그는 본명과 자신의 중간... -
(14) 레이먼드 챈들러 (1888-1959)
한 남자가 있다. 전직 경찰 출신의 탐정인 그는 터프하고 냉소적이며, 고독하고 과묵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정의를 위해 온몸을 던진다. 그의 주위에는 항상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위험한 여자들이 있다. 그는 사건을 파헤치고 그 뒤에 숨은 진실에 염증을 느끼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잊지 않는다. 여기에 해당되는 수없이 많은 탐정소설 속 주인공은 거의 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탄생시킨 캐릭터인 필립 말로의 후손이다. 즉 필립 말로는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도회적 우수에 젖은 ‘소설 속 탐정’의 원형인 셈이다.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를 시조로 둔 하드보일드 소설들은 셜록 홈스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인물들로 대변되는 영국적 ‘미스터리’와 달리, 트릭이나 두뇌게임보다는 ‘현재진행중’인 사건의 추적과 묘사에 기반을 둔다. 극히 미국적인 이 장르는 19세기 말부터 쏟아져나온 서부개척 시대를 묘사한 싸구려 읽을거리들로부터 태동하여, ‘금주법’과 갱스터들이 암약하는 시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