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⑧멸종 직전 되살린 제주 흑우·흑돼지··· 천연기념물을 맛볼 수 있다고?
제주 하면 떠오르는 색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한라산의 신록, 샛노란 유채꽃밭과 감귤밭까지 총천연색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이다. 만약 화산암이 수놓은 해안지형을 걷거나 컴컴한 용암동굴에 들어가봤다면 검은색도 빼놓을 수 없다.제주는 현무암처럼 검은빛을 띠는 가축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흑돼지와 흑우다. 두 가축 모두 오랜 세월 제주에서 사육한 재래종인데 제주 흑우는 2013년 천연기념물 546호로, 제주 흑돼지는 2015년 천연기념물 550호로 각각 지정됐다. 문화재로 지정한 건 멸종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요즘 흑우·흑돼지는 희소가치를 톡톡히 누리는 ‘귀하신 몸’이 됐다. 고기맛 덕분이다. 종자 보존을 담당하는 제주축산진흥원은 적정 사육두수를 초과하는 흑우·흑돼지를 문화재 지정 해제한 뒤 농가에 분양하고 있기 때문에 발품을 팔면 시중에 유통되는 흑우·흑돼지 고기를 맛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의 천연기념물과 명승을 소개하는 ‘비경성시’ 시리즈 8번째 주인공... -
⑦국토 최동단 독도에서 보낸 하룻밤··· 그곳은 새들의 땅이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삼대가 덕을 쌓아야 발 디딜 수 있다는 땅. 외로운 섬, 독도(獨島)에 다녀왔다.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336호)이다. 사진으로 익숙한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주변 섬(바위와 암초)을 통틀어 독도라고 부른다. 울릉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독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동도 선착장 주위에서만 20~30분 머물렀다가 다시 같은 배에 올라 울릉도로 돌아가야 한다. 경향신문은 알려지지 않은 독도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얻어 이틀 동안 동도와 서도를 샅샅이 훑었다.■국토 최동단 독도를 밟다거칠기로 유명한 독도 주변 파도는 6월에 평균 0.7m 내외로 가장 잠잠해진다. 조사와 연구를 위해 일년에 여러 차례 독도를 드나드는 문화재청 연구원에게 ‘확실한 날짜’를 받은 게 지난 12일이었다. 강원도 강릉항에서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울릉도로 향했다. ... -
⑥자연에 적응한 선조의 지혜, 수백년 이어져 ‘풍경’이 되다
오래된 풍경은 대개 아름답다. 평범한 사물도 시간이 흐르면 제 나름의 사연을 갖게 되는 법이다. 하물며 수백년 한 모습을 간직한 풍경이라면 묵은 이야기가 없을 리 없다. 그런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죽방렴과 다랑이논, 방조어부림은 경남 남해를 대표하는 경관이다. 남해를 떠올릴 때 누구나 셋 중 하나의 이미지를 먼저 머릿속에 그릴 법하다. 세 장소엔 자연에 적응하고 때로는 그에 맞서 생활을 일궜던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다. 과거의 지혜는 오늘에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 일찌감치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세 명소를 찾아 떠난 남해의 봄날은 더없이 싱그러웠다.■하루 두 번씩 퍼내는 바다의 보물상자죽방렴(명승 71호)은 남해군 창선면과 삼동면 사이를 흐르는 지족해협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에 V자형으로 참나무 말목을 여러 개 박고 말목 사이를 대나무로 발을 엮어 막은 다음 썰물 때 물이 빠지면 그 안에 갇힌 물... -
⑤보이니, 멈춰버린 원시 살결…들리니, 혼 빼는 자연의 숨결
2005년 전신주 공사 도중 발견석회암동굴 닮은 용암동굴 ‘희귀’보존가치 높아 ‘일반인 출입 제한’제주는 화산섬이다. 집집마다 두른 돌담의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도, 바닷가 파도치는 주상절리도 모두 용암이 지나간 자리를 보여준다. 제주 화산의 또 다른 흔적은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용암동굴이다. 현재까지 170여개의 용암동굴이 제주에서 발견됐다. 제주 용암동굴의 학술적·경관적 가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하며 이미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그중에서도 용천동굴(천연기념물 466호)을 소개하기로 한 건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생성물이 대규모로 발견되는 등 석회암동굴의 특성을 함께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동굴이기 때문이다. 길이가 3.4㎞에 이르는 용천동굴은 바다로 향한 끝부분 800여m 구간에 호수가 형성돼 있다. 호수에선 눈이 퇴화된 동굴성 희귀어류가 발견되기도 했다.용천동굴은 2005... -
④공룡들이 뛰놀던 곳…천년 고찰은 묻는다 여기가 땅끝이었나
우리가 가진 공룡에 대한 지식은 다섯 살 때 정점을 찍은 뒤 하강곡선을 그리다 자기 아이가 다섯 살이 됐을 때 다시 급격히 상승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실제로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주말마다 공룡 모형이나 화석 등을 갖춘 박물관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할 것이다. 고만고만한 박물관을 돌며 엇비슷한 전시를 반복 관람하는 것이 질린다면 땅끝으로 떠나보자. 전남 해남에선 거대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바로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공룡에 대한 모든 것을 종합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박물관도 그곳에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어른과 아이를 고루 만족시킨다. 공룡 여행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눈앞에 공룡 흔적이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천연기념물 394호)는 국내에 지정된 천연기념물 459개 가운데 가장 가까이에서 문화재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희귀 동식물에 비해 공룡화석은 훼손이나 생태계 교란의 위험도 적고, 화석을 관찰할 수 있는 시설도 ... -
③ 살아 움직이는 산처럼…모래와 바람과 시간이 빚어낸 언덕
바람이 분다. 백사장의 모래알이 쓸려 뒹군다. 모래는 육지 방향으로 계속 굴러가 쌓인다. 쌓인 모래는 어느덧 커다란 언덕을 이룬다. 바람은 사철 밤낮으로 쉬지 않고 제 일을 한다. 모래언덕은 점점 커진다. 둔덕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다. 그렇게 모래 한 알, 한 알이 모여 이룬 거대한 풍경이 바로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다.■ “산이 움직인다”해안사구는 바람과 모래, 언덕을 형성할 해변 공간 등 세 요소가 갖춰져야 만들어진다. 겨울이면 북서 계절풍이 부는 서해는 사구 형성에 좋은 조건을 가졌다. 국내 190여개 해안사구의 절반이 충남과 전남 등 서해안에 몰려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모래 벌판은 한동안 공사용 트럭이 마구잡이로 모래를 퍼나르는 등 훼손이 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신두리의 사막 지형이 관심을 받으며 2001년 천연기념물(431호)로 지정됐다. 빙하기 이후 1만5000여년 전부터 ... -
② 벼슬을 물리치고 학문을 택했다, 그곳에서 선비는 신선이 되었다
굽이치는 계곡을 버티는 거북바위근심을 떠나보낸다는 ‘수송대’아름다운 풍광과 안 어울린다며퇴계가 개명시 ‘수승대’를 남긴다벼슬은 남에게 받는 것이라며하늘이 준 내 인품을 지켰던남명학파 선비들이 새겨 있다휘어진 나무를 닮은 관수루가을 병풍 두른 용암정…아무마을엔 휴대폰도 안 터진다선조들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빼어난 곳을 동천(洞天)이라 불렀다. 신선이 노니는 곳에 비유한 것이다. 조선시대 영남에선 안의현의 원학동(猿鶴洞)과 심진동(尋眞洞), 화림동(花林洞)이 안의삼동(安義三洞)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유명했다.그중에서도 원학동을 으뜸으로 쳤다. 선비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계곡을 찾고 싶어 했다. 원학동은 지금의 경남 거창 땅이다. 덕유산 자락에서 발원한 위천을 따라 기암괴석과 수려한 숲이 이어지는 절경의 연속이다. 그 자연 속에 거창 선비들이 묻혀 살았다. 벼슬을 탐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하... -
①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폭포’ 용암이 만든 주상절리 틈새로 세찬 물줄기 ‘불과 물의 합작품’
경향신문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천연기념물과 명승지를 찾아갑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은 동물·식물·지질·보호구역 등 459건에 이릅니다. 경관이 뛰어난 명승도 111곳이나 됩니다(2018년 9월 기준). 이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을 골라 소개하려 합니다.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해당 문화재에 담긴 역사와 문화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전할 계획입니다. 우리 자연유산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소개하며 든든한 국내 여행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코너 제목인 비경성시는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혹은 남이 모르는 곳이란 뜻의 ‘비경(秘境)과 사람이 붐빈다는 뜻의 ‘성시(成市)’를 합친 말입니다. 천연기념물 하면 멸종위기의 새나 물고기, 곤충이 먼저 떠오른다. 죽을 때까지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일은 왠지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실컷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도 있다. 게다가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