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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방콕음식, 한입에 시고 짜고 달고 맵고…집콕생활 이겨낼 다양한 자극의 조화로다
기계 아닌 절구에 카레 빻고 태국산 유기농만 고집하는 레스토랑과 수백년 된 요리책 연구하며 최고급 재료·기술로 태국요리 진수 알리는 셰프들 정통 태국음식 추구하며 외국인들과의 교류로 다문화적 맛과 포용력 음식에 담아내이국적이고 동양 느낌 가득한 음식으로 발전…동서양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나라로실의에 빠졌던 자영업 친구는 디저트 ‘카놈 투어이’ 먹고서 이렇게 외쳤다 “그래도 인생은 행복해”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졌다. 오랜 ‘방콕(방에 콕 박혀 있기)’ 생활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제 음식으로라도 여행 기분을 내보면 어떨까? 집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한 재료로 외국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근처 외국 음식점으로 잠깐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음식으로 오감에 새로운 자극을 주다 보면 이 난리 통이 사그라들고 난 뒤 떠날 여행도 비로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시기를 조금 더 버티자는 의미에서 미식의 천국 태... -
(18)홍콩 음식문화를 찾아서
포용과 진화, 정체성 담은 딤섬영국·중국도 아닌 동서양을 닮은 나이차·뽀로바오차찬탱부터 파인다이닝까지 다양성 품은 홍콩지난 몇 년간 페이스북에서 홍콩을 여행하는 ‘페친’들이 올린 수많은 딤섬 사진을 봐왔다. 나날이 화려해지는 딤섬이 궁금해 지난해 10월 초 홍콩을 여행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 있었지만 외교부가 발표한 안전지침만 잘 지키면 다칠 일은 없어 보였다. 여행경보단계도 ‘여행유의’일 뿐, ‘여행자제’까지는 아니었다. 평소 예약하기 힘들던 식당도 갈 수 있고, 평소의 반값으로 숙박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인류학자로서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것 등 얻을 것이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여행 막바지였던 어느 날 자정 느닷없이 복면금지법이 긴급 발효됐다.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점거했고 교통은 거의 마비됐다. 남은 반나절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홍콩 대탈출 작전’을 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언론과 학자들의 분석을 종합... -
(17)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음식들이 융합된 마카오
미식 도시로 탈바꿈하는 카지노의 도시에 창의적인 음식들 맛있고 저렴한 값으로 미식탐방가들 유혹초호화 호텔엔 미쉐린 ★★★ 레스토랑 즐비13만~14만원대 점심 코스 단연 ‘가성비 갑’동서양의 조리법이 절묘하게 버무려진광둥 레스토랑과 매캐니즈 맛집까지2박3일 일정도 빠듯해주말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미식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내 답은 항상 마카오다. 3시간 반만 날아가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음식이 융합된 놀라운 요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만 한 좁은 땅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19곳이 밀집해 있는 것도 놀라운데,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접근성도 좋다. 442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탓에 남유럽 풍경이 스며든 거리는 슬슬 산책하며 소화를 시키기에도 제격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31곳이나 무료로 볼 수 있다. 개성만점의 호텔들은 어찌나 많은지, 에펠탑 속에서 식사를 할 수도 ... -
(16)이끼, 꽃잎, 개미까지… 먹을 수 있는 ‘접시 위의 예술’
미식의 불모지가 ‘미쉐린 별’이 빛나는 도시가 되기까지북유럽서 나는 재료 본래 맛을 살린 ‘뉴 노르딕 퀴진’이 있었다순수하고 조화로우며 절제된 맛…예술작품에 가까운 요리들프랑스·이탈리아의 화려함과 달리 미니멀리즘 강조된북유럽의 디자인은 그들의 음식과 닮은꼴이다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갈 일이 생겼다. 코펜하겐에는 2010·2011·2012·2014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서 1위를 4번 차지한 노마(NOMA)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미식의 불모지였던 덴마크에 ‘뉴 노르딕 퀴진’ 트렌드를 만들어 전 세계의 미식가들을 불러들이면서 덴마크의 관광산업은 물론 농업·어업·낙농업까지 성장시킨 곳이다. 오너 셰프인 르네 레드제피는 2012년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고, ‘뉴요커’의 표현에 따르면 “햄릿 이래로 가장 유명한 덴마크인”이 되었다.■ 미쉐린 별이 빛나는 도시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노마를 비... -
⑮토마토 흰 치즈 초록색 바질, 피자로만 널리 알려진 마르게리타…원래는 왕비 이름이랍니다
하층민들이 거리에서 먹던 음식관광지임에도 가격 여전히 저렴크기 작고 얇아 ‘1인 1피자’ 기본기존의 토마토·치즈·바질 토핑을1889년 움베르토 1세·왕비 대접 때브란디가 ‘마르게리타 피자’ 명명나폴리서 팔면 전부 나폴리 피자?재료·이스트 함량·바삭함 등 깐깐장작 화덕에 구워내야 ‘정통’ 인정이탈리아에 여행을 가면 대부분 두 가지는 꼭 먹어본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음식인 파스타와 피자다. 둘 다 세계적인 음식이지만, 특히 피자가 더 친숙할 것이다. 집, 학교, 교회 등 사람이 모이면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 문화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원조국에 갔다 하더라도 전기로 데워 파는 관광객 식당의 피자는 맛이 없다. 반드시 ‘피체리아’(pizzeria)라고 적힌 피자 전문가게에서 장작 화덕에 갓 구워낸 피자를 먹어보기 바란다.■ 혼자서 피자 한 판은 기본배낭여행 인솔자로 일할 때, 이탈리아에 도착한 첫날... -
⑭치즈·후추만 뿌려도 맛있다…고급식당 부럽지 않은 단순함의 미학
파르마 프로슈토·모데나 발사믹…특색 있는 식재료 넘치는 이곳에선식료품점도 미식여행 코스다지역마다 모양과 맛 다른 파스타는신대륙 발견 때 토마토가 더해졌고산업혁명 이후 ‘국민 음식’이 됐다시칠리아의 ‘정어리·잣 파스타’와로마의 ‘카치오 에 페페’를 맛보면아랍·로마인 미각을 짐작할 수 있다<셰프의 테이블>은 넷플릭스에서 야심차게 만든 다큐멘터리다. 이 시리즈는 국제적 명성을 얻은 스타 셰프들이 재창조하는 고급 요리와 주방, 그리고 요리에 대한 독특한 생각과 철학을 들려준다. 이 시리즈의 1번 타자로 나오는 이탈리아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 편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음식문화가 극히 보수적인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용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유명한 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미디어에서 이탈리아를 맛있는 음식의 천국으로 묘사하지만, 미쉐린 스타를 받... -
⑬고야가 접시 닦고, 헤밍웨이가 단골이던…지금도 사랑받는 ‘300살 식당’
‘음식에 미친 도시’ 마드리드 맛집 골목의 핵심 마요르 광장엔 1870년 개점한 병아리콩 스튜점 4대째 영업 중인 130년 된 제과점 1894년 문 연 초콜릿 가게 등 100년은 가뿐히 넘긴 노포들 즐비‘최고령’ 식당은 소브리노 데 보틴 1725년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19세기 보헤미안 예술가들 아지트 화가 고야가 웨이터로 일했던 곳 단골손님 중 하나였던 헤밍웨이는 자신의 작품에 식당을 묘사하기도 300년 전 오븐·장식 그대로 간직 19세기 음식문화 무르익으면서 ‘음식 정체성 찾기’ 운동도 일어나 다양한 요리의 발전으로 이어져 스페인서 흔히 보는 ‘오늘의 요리’독재자 프랑코 총통의 아이디어 하지만 뭘 먹을까 고민이라면 가성비 갑 ‘오늘의 요리’ 선택하길우리는 보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우리는 새끼돼지 구이를 먹고 리오하 알타 와인을... -
⑫‘1와인 2핀초’ 먹고 일하러…스페인 작은 마을서 본 인생의 낙
작년 세계 최고 미식 여행지 1위인구 대비 미쉐린 스타 식당 최다막상 가 보면 핀초에 와인 곁들이는타파스 바가 한 집 건너 한 집맛 의심 품고 간 의자 없는 식당서인생 ‘푸아’·인생 문어를 만나가게·메뉴, 현지인들이 왜 그렇게열심히 알려주었는지 이해돼스페인 독재서 벗어난 ‘바스크’자신들의 정체성 지키려는 노력지리·역사와 연결시킨 요리들세계적 음식문화로 발전한 원동력전 세계에서 가장 미식여행을 하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영국의 케이터링 온라인 플랫폼 케이터윙스(Caterwings)가 발표한 ‘2017·2018 최고의 미식 여행지’ 100개 도시 리스트에 의하면 1위는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 8위는 바르셀로나였다.산세바스티안이 1위를 차지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미쉐린 스타를 받았거나 월드 베스트 ... -
⑪왁자지껄 수다 속 쌓여가는 접시마다 추억도 쌓인다
올리브·치즈부터 튀김까지 작은 접시에 내놓는 ‘타파스’ 초파리 막으려 술잔 덮던 풍습 메뉴판 대신 제공한 샘플 음식 다양한 유래에 역사·문화 담겨 전통시장서 부담 없이 푸짐하게 가장 유명한 곳은 ‘바 피노초’ 현지인과 어깨 부딪치며 먹거나‘티케츠’ ‘텐즈’ 같이 고급진 바에서 개성만점 미식을 즐길 수도 있다여행을 떠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버킷 리스트에 ‘현지 체험’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현지인들만의 삶의 방식 들여다보기, 그들과 어울리기, 그리고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등등.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부족해서, 외국어가 짧아서, 용기가 없어서가 주된 이유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스페인으로 떠나기 바란다. 다양한 타파스 바(tapas bar)를 다니다보면 현지 음식문화 체험은 물론 역사까지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작은 접시에 담긴 역사단수형으로 ‘타파(ta... -
⑩럭셔리 공간, 품격 담긴 맛에 감동…실험실 분위기, 혁신적 맛에 감격
‘10스타’ 셰프 베라사테기 운영화려하지 않지만 섬세함 돋보여 올리브 오일·5색 버터의 ‘참맛’ 메인·디저트 모두 ‘담백·순수’ 스페인 고전적 미식의 교과서 음식과 조화 와인 페어링 감탄‘이런 감동을 나 혼자 누리기는 너무 아깝지 않아?’ 유럽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을 맹렬히 드나들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여행사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상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명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최대 8명까지만 예약을 받으며, 그것도 몇 달 전 예약을 하고 예약금까지 완납해야 하기 때문이다.요즘 발달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이런 상품도 팔 수 있지 않을까? 관광인류학자로서 너무 궁금한 나머지 내가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목적지는 어디가 좋을까?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이어야만 했다. 일단 스페인 자체가 음식의 천국인 데다 다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