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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논란의 9억 화장실, 도쿄엔 더한 곳도 많던데요?
    논란의 9억 화장실, 도쿄엔 더한 곳도 많던데요?

    최근 대구 수성못 인근에 새로 단장한 공중화장실이 논란이 됐다. 이 화장실은 꽤 우아하다. 전체적으로 원통형인데, 목재 루버(가느다란 부재를 창 등 건물 표면에 빗살처럼 설치한 것)가 그 형체를 감싼다. 낮의 루버는 화장실 안에 은은한 자연광을 들여오고, 밤의 루버는 화장실을 자체 발광하는 오브제로 만든다.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 건축가로, 한국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한 다니엘 바예가 맡았다. 이 근사한 화장실이 입길에 오른 건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었다. 신축도 아니고 리모델링인데, 나랏돈이 9억원이나 투입됐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언론은 수성구가 대구에서는 부촌으로 꼽히는데, 그곳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다고 했다. 그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일 테다: 왜 화장실에 이렇게까지 합니까?배경이 공중화장실로 같아서 그런지,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 한 토막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2025.04.05 09:00

  • “망했다” 말 나오는 신촌, 서울시는 90년대에 이미 예견했다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망했다” 말 나오는 신촌, 서울시는 90년대에 이미 예견했다

    사람들은 왜 이제 신촌에 가지 않을까.요즘은 이 물음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한때 ‘신촌을 못가’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신촌은 헤어진 연인과 마주칠까봐 ‘못 가’는 곳이 아니라 연인과 함께하더라도 ‘안 가’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신촌은 연세대·이화여대 등 5개 대학이 가까운 서울의 명실상부 대표 대학가였는데, 지금은 대학생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 상권이 된 것만 같다. 유튜브에서는 ‘신촌은 왜 망했을까?’ 같은 영상이 수십만 조회 수를 올린다. 그런 영상은 마치 오래된 폐가를 탐험하는 듯한 시선으로 텅 빈 신촌 상가를 보여준다. 현재 신촌의 이미지가 딱 이 정도인 셈이다.신촌을 찾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행정당국은 그 이유를 ‘교통’ 문제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정책이 신촌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연세로는 연세대 앞에서 신촌로터리까지 500m가량 뻗은 길로, 서울시가 2014년 대중교통전...

    2025.03.08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건축가 김수근이 정말 남산 녹지축을 끊었을까?
    건축가 김수근이 정말 남산 녹지축을 끊었을까?

    종묘와 남산을 어떻게 이을까?조선왕조의 사당인 종묘, 서울 중심에 봉긋 솟은 남산. 이런 질문을 처음 마주한 사람이라면 이 둘을 왜 이어야 하는지, 이어서 무엇에 쓰는지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를 터다. 3㎞나 떨어진 종묘와 남산을 구태여 잇는다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하거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 질문은 무려 반세기 넘도록 서울 강북 도심의 개발 논의를 지배해왔다. 낙후된 강북의 발전 여부가 종묘와 남산을 잇는 문제에 달렸다는 거다.서울시장 오세훈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천착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2006~2011년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종묘와 남산을 이으려고 애썼다. 종묘 앞부터 충무로까지 약 1㎞에 걸친 기다란 세운상가군을 철거해 그 자리를 공원으로 만들고, 그 주변부 35만㎡(약 10만평)를 10년 안에 재개발하려고 했다. 이 계획은 시작은 거창했는데 끝이 초라했다. 상가 여덟 채 중 한 채를 부숴 3700㎡(1...

    2025.02.08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헤더윅 \'인간적인 건축\'의 눈으로 서울을 본다면
    헤더윅 '인간적인 건축'의 눈으로 서울을 본다면

    토마스 헤더윅, 요즘 이른바 건축계에선 이 이름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헤더윅이 쓴 책 「Humanise」가 최근 국내에 <더 인간적인 건축>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마치 혁명기 대중의 각성을 선동하는 팸플릿 같다. 이 혁명에서 칼 마르크스의 지위는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맡는다. 혁명가의 손에 <공산당 선언>이 있다면, 건축가의 눈은 ‘까사 밀라’를 향해야 한다. 가우디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지은 이 집은 외벽이 물결치듯 굴곡져 전체적으로 조소 작품 같은 기운을 풍긴다. 헤더윅은 가우디의 디자인에 경외심을 감추지 않는다.반면 르코르뷔지에(1887~1965)와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는 타도 대상이다. 헤더윅이 보기에 두 사람의 건축 디자인은 너무 밋밋하고 직선적이며 단조롭다. 특히 르코르뷔지에는 ‘따분함의 신’, 그의 수많은 저작에서 정립된 모더니즘 건축은 ‘컬트’다. 건축계가 헤더윅에 언짢은 건 이...

    2024.12.07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일본풍 집은 문화재, 서민의 집은 무시…한옥의 아이러니
    일본풍 집은 문화재, 서민의 집은 무시…한옥의 아이러니

    북촌 ‘백인제가옥’과 서촌 ‘토속촌’ 삼계탕집처럼 일본·서양의 양식이 섞이거나 상업화한 기와집도 한옥전통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사용’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를…우리 삶에 맞춰 ‘적응력’을 발휘하며서울 종로구 가회동 31번지. 폭 5m 남짓한 골목 양옆으로 기와에 처마, 돌담으로 구성된 집이 통일감 있게 늘어서 있다. 위에서 보면 집들은 거의 다 ㄴ자 혹은 ㄷ자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한옥의 전형. 이런 집이 빼곡한 언덕인 가회동 31번지는 북촌한옥마을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관광객에게 상당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남산까지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속에서 한옥의 정갈한 담장과 처마의 선은 훌륭한 프레임이 된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전통 한옥들이 즐비한 동네’(서울관광재단)라고 소개된다. 이 정의엔 의심할 구석이 딱히 없는 것 같다.31번지에서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양지바른 터, 가회동 93번지. 제법 큰 집이 있다. ‘백인제가...

    2024.11.09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군산의 놀이터가 돌아왔다, 일본에서 성공한 것처럼
    군산의 놀이터가 돌아왔다, 일본에서 성공한 것처럼

    끄트머리를 살짝 들어 올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지붕.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저마다 서로 다르게 생긴 블록들.설계자가 한국의 ‘1세대 근대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건축물은 건축가가 지난 건축 생애에 바치는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주한프랑스대사관(1960), 을지로 중소기업은행(1983), KBS 국제방송센터(1985) 등 김중업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건축물이 하나씩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 건축물은 군산시민문화회관(이하 군산회관). 김중업은 1985년 군산회관 설계경기에서 당선했다. 개관식은 그가 죽은 다음 해인 1989년 열렸다. 군산회관이 있는 전북 군산시 나운동은 서울로 치면 압구정 비슷한 곳이었다고 한다. 적산가옥으로 유명한 영화동·월명동과 달리 나운동엔 1980~1990년대 건설한 아파트가 많다. 아파트가 전체 집의 90%를 넘는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선배는 나운동이 “거대한 놀이터였다”고 말했다. ...

    2024.10.12 06: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길에서 전 부치고 감자 찌면 안 되나요? 성수동의 실험
    길에서 전 부치고 감자 찌면 안 되나요? 성수동의 실험

    서울 성수동2가 299-129번지, 50년쯤 된 상가 1층 점포. 이곳에 그 할머니들이 들이닥친 때는 지난해 여름이었다.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병풍’을 상상하는 전시회가 열린 날. 할머니들은 여기에서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었다. 음, 이건 대관절 무슨 퍼포먼스일까?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입구에서 어리둥절. 어떤 외국인 관람객은 엉겁결에 할머니들이 건넨 찐 감자를 받아 먹었다. 그날 이후 할머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을 점거하고 또 점거했다. ‘병풍의 여행’이란 콘셉트와 어울리게 전시공간에 커다란 평상을 두고 문을 활짝 열어둔 게 좋은 핑계가 됐다. 무릇 평상이란 원래 그렇게 쓰는 물건이니까. 누구도 할 말이 없는 광경. 할머니들은 그해 여름을 그렇게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보냈다.문 활짝 열어두고 커다란 평상 설치하니 삼삼오오 모인 동네 할머니들‘주차장 쉼터’에선 아이들과 즐기기도…내일 성수아트홀에서도 다 같이 놀아요도시를 만...

    2024.09.07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에어컨 없는 파리올림픽에서 배운다, 바로 \'15분 도시\'
    에어컨 없는 파리올림픽에서 배운다, 바로 '15분 도시'

    이번 파리 올림픽 내내 에어컨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에어컨 없는 선수촌에서 잇따라 탈출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오가는 버스에서도 ‘노(No) 에어컨’에 시달렸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한발 양보해 에어컨 2500대를 선수촌에 제공했는데, 대신 사용하려면 요금을 내라고 했다. 조직위는 기후위기를 내세우며 한여름 올림픽을 이렇게 운영했고, 그 의도와 상관없이 폭염을 피하는 데 돈이 들게 만들어 부국과 빈국 사이 격차만 더 벌린 것 아니냐고 비판받았다. 탄소를 실컷 배출해 발전한 선진국이 이제 와서 후진국·개발도상국에 엄격한 재생에너지 기준을 들이대며 갈등하는 장면이 떠오른다.이런 모순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거칠고 꽉 막힌 운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으나, 올림픽이란 국제무대를 배경 삼아 기후 의제를 부각한 효과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강단이다. 냉방 기술이라면 오직 에어컨만 떠올리게 길든 우...

    2024.08.10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우리가 사회적 약자의 집에 허락하는 입지는 어디인가
    우리가 사회적 약자의 집에 허락하는 입지는 어디인가

    요즘 여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한동훈은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다다름하우스’란 다가구주택을 방문했다. 당시 그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그는 여기서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그를 마중 나온 청년 장애인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는 구도에 카메라 셔터음이 폭발했다. 이날 떠들썩한 방문 일주일 후, 국민의힘은 아동양육시설을 떠나 홀로 생활을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맞춤형 주택과 전세금 지원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한동훈은 알았을까? 그가 자립준비청년을 만날 장소로 고른 다다름하우스에는 이날 그를 안내한 청년과 같은 장애인이 16가구 산다는 사실 말이다. 자립준비청년 4가구보다 이들이 훨씬 더 많지만, 국민의힘이 다다름하우스 방문 이후 공개한 공약에서 장애인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훈이 알아야만 했던 중요한 사실은 또 있다. 다다름하우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인데, 이 매입임대주택...

    2024.07.13 09:00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콸콸’ 물을 끌어와야 복원? 얕은 물길에도 이야기는 흐른다
    ‘콸콸’ 물을 끌어와야 복원? 얕은 물길에도 이야기는 흐른다

    청계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태평로 청계광장 앞에서 동쪽으로 10㎞쯤 흘러 한양대학교 부근에서 중랑천에 합류하는 이 물길의 시작이 그냥 광장일 리는 없다. 중랑천은 청계천을 흡수한 다음 서쪽으로 계속 흘러 서울숲 근처에서 한강과 한줄기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청계천은 이렇게 중랑천을 거쳐 흘러든 한강에서 온다. 한강 물을 정수해 하루 4만t씩 끌어다 만든 물길이 지금의 청계천이다. 이걸로도 부족해서 주변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도 하루 2만t씩 청계천에 흘려보낸다.청계천은 2005년 ‘복원’되었다. 복원, 즉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 것이라면 청계천엔 원래 이렇게 물이 콸콸 흘렀단 말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청계천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었다. 평소엔 말라 있거나 물줄기가 끊긴 물웅덩이만 듬성듬성 자리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고인 물에 오물이 섞여 썩은 내가 진동했다. 콜레라·장티푸스가 유행하자 일제 조선총독부는 청계천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19...

    2024.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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