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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 찾기, ‘미드’와 현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코미디 드라마 <비프(Veep)>는 지난 5월 방영분에서 부통령인 셀리나 마이어(사진)가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며 ‘러닝메이트’로 누구를 세울 것인지 고민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비프는 VP(Vice President), 즉 부통령을 이르는 은어다.마이어는 여성 부통령 후보를 고려해보자는 한 참모의 제언에 “우주를 폭발시키려고 하느냐. 누가 여성-여성 콤비를 좋아하겠느냐”며 코웃음을 쳤다. 어쩐지 낯익은 장면이다. 요즘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러닝메이트로 자주 언급되는 사람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워런은 월가 금융규제와 경제 불평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면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거론된다. 각료들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겠다고 밝힌 클린턴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다.하지만 현실에서도 선... -
샌더스의 마지막 희망 ‘캘리포니아 드림’은 이뤄질까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의 포티에이커 국립공원에 들렀다. 1965년 전설적인 히스패닉계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가 농장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외치며 가두행진을 시작했던 곳이다. 샌더스의 옆에는 차베스의 조카가 함께했다. 샌더스는 6월7일 캘리포니아주 경선을 앞두고 지난 한 주 동안 내셔널시티, 어바인, 샌타모니카, 애너하임, 이스트로스앤젤레스, 샌버나디노 등 구석구석을 돌며 가는 곳마다 구름같은 청중을 모았다.AP통신이 최근 집계한 대의원 수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슈퍼대의원을 포함해 2305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샌더스는 1539명으로 힐러리에게 뒤처져 있다. 대의원 546명의 캘리포니아에서 압승하더라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대의원 142명의 뉴저지에서는 힐러리가 이길 것이 확실하다. 캘리포니아 투표 결과를 볼 것도 없이 힐러리는 7일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 2383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하지... -
모두가 안전한 화장실
미국에서도 공중 화장실에서 불편이 덜한 쪽은 남성이다. 이따금 화장실 이용료를 내야 하는 극소수의 경우가 아니라면 불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성들은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넘어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은 더욱 취약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출생 때의 성이 아니라 지금의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다가는 이용 권리를 거부당할 수도 있다.워싱턴은 안전 면에서 가장 선진적인 화장실 법제를 갖고 있는 곳인 것 같다. 워싱턴은 공공건물에 ‘성중립적 화장실’을 의무화했다. 시 의회가 2006년 채택한 이 법에 따르면 남녀 공용 화장실은 성별 표시를 떼어내고 그냥 ‘화장실(restroom·사진)’로 표시하게 돼 있다.여기에는 트랜스젠더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화장실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그 혜택이 미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는 이 법으로 인해 혜택을 입는 사람들을 네 가지로 예시했다. 우선 트랜스젠더와 젠더비순응자(남녀의 젠더 규... -
오바마의 ‘외교 책사’ 38세 로즈
요즘 워싱턴 외교가의 (뒷)담화에서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 벤 로즈(사진)이다. 문학 전공자로 20대 때 오바마를 만난 뒤 백악관에 입성해 오바마 행정부 내내 외교안보 이슈에 깊이 관여한 38세 ‘소년 책사’다.발단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지난 5일 로즈를 띄워주는 장문의 기사를 실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포린폴리시, 폭스뉴스 등 다른 매체들은 이튿날 ‘얼간이’ ‘역겨운 놈’ ‘거짓말쟁이’라는 원색적 용어로 로즈를 비난했다.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새뮤얼스가 쓴 이 글은 몇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됐다.우선 로즈가 오바마 본인을 제외하면 미국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과시한 부분이다. “요즘은 어디서부터 내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오바마의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로즈가 푸념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조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로즈의 허풍이 아니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오바... -
100살 공산주의자 추모글 쓴 ‘우파’ 매케인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에 특이한 부음이 실렸다. ‘어느 공산주의자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제목의 이 글은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를 위해 싸운 ‘링컨 여단’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델머 버그의 부음이었다.1915년 캘리포니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접시닦이 청년 버그는 스페인의 민주적인 좌파정권을 전복하려는 프랑코의 군대와 맞서 싸울 전사를 모집한다는 광고판을 보고 링컨 여단에 자원했다. 그는 극우 전체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좌파 청년들처럼 눈 덮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 들어갔다.미국 정부는 이 전쟁에서 중립을 지켰으나 버그를 비롯한 미국인 3000여명이 전쟁에 자원했다. 내전은 나치 독일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군대의 승리로 끝났고 37년간의 군부독재로 이어졌다. 부상을 입고 귀국한 버그는 미국 공산당에 입당해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폈다. 미국 최대 흑인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지부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
조지 워싱턴의 행복한 노예?…비판 받은 동화책
미국의 어린이책 출판사인 스콜래스틱이 <조지 워싱턴의 생일 케이크>(사진)라는 동화책 판매를 중단했다. 워싱턴의 흑인 요리사 허큘리스의 딸을 통해 전달되는 이 이야기는 허큘리스가 곳간에 설탕이 떨어진 상황에서 주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워싱턴이 소유한 노예 318명 중 한 명이다.허큘리스 부녀는 비록 자신들이 만드는 케이크처럼 자유의 달콤함을 누릴 수 없는 신분이었지만 시종일관 행복하게 주인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한다. 삽화를 그린 바네사 브랜틀리-뉴턴은 후기에서 “미국에서 노예제는 엄청난 불의였지만 내가 고증한 바에 따르면 허큘리스 등 조지 워싱턴의 주방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그런 지위의 사람을 위해 요리할 수 있는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행복한 모습으로 그렸다”고 밝혔다.이 책이 온·오프라인 서점에 출시된 지난 5일부터 노예제의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작가... -
‘꽃피는 겨울’ 아름답기만 할까
올해는 워싱턴에 벚꽃이 두 번 피었다. 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12월 기온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20도 이상의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지역 언론들은 이것이 내년 봄 벚꽃축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을 보였다.WTOP 라디오 방송의 정원가꾸기 담당 에디터 마이크 맥그래스는 “내년 봄 벚꽃 개화가 최상에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벚나무 한 그루에 꽃이 1000여송이 핀다면, 겨울에 100송이가 먼저 피었다고 해서 나머지 900송이가 봄에 피지 않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겨울에 활짝 피어난 것은 벚꽃뿐만이 아니다. 반팔옷 입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에도 화색이 돌았다. 덤으로 얻은 좋은 계절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동네 산책로에서 조깅을 하던 한 여성은 여름과 달리 모기가 없어 야외활동을 하기에 너무 좋다고 했다.우리 집 마당의 작은 사과나무에 핀 꽃을 본 것은 엊그제다. 봄에는 다른 화려한 꽃들에 가... -
미 대선도 ‘투표율 싸움’
미국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공화당에 유리하다. 중간선거나 대선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든 투표율을 낮추려 하고, 민주당은 투표율을 높이려 한다. 투표율을 낮추는 방법은 투표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 가령 얼굴사진이 있는 신분증이 없으면 투표할 수 없도록 한다든지, 감옥에 다녀오면 투표인 등록을 어렵게 한다든지, 조기투표 제도를 없앤다든지 하는 방법이 동원된다.2013년 연방대법원은 주 정부들이 투표제도를 바꿀 때 연방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1965년 투표권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앨라배마 등 남부 9개 주는 이런 방법으로 투표 요건을 엄격히 했다. 그 결과 2014년 11월 중간선거 투표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인 36%를 기록했고,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이었다. 30대 미만 젊은층의 투표율은 13%였으며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중 40% 이상이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집단이었다.... -
차별에 꺾인 한국계 성소수자 소년
지난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백악관 앞 카퍼레이드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학생 알렉스 아다미(14)는 교황의 미국 방문에서 어떤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 사람들을 계몽시켜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자유로운 나라이고 독재국가도 아닌데, 이 안에서 사는 사람이 성소수자(LGBT)라고 해서 불안감에 떨며 살아서는 안된다.”이 소년이 교황에게서 그런 메시지를 기대하는 데는 근거가 있었다. 교황 본인이 과거 “누군가 게이인데, 그가 신을 찾고 있고 선한 의지를 가졌다면 내가 그 누구를 옳다 그르다 판단하겠느냐”고 발언한 사실 때문이다. 동성커플의 결혼허가증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다 법정구속된 공무원 논란이 벌어졌던 미국 내에서는 교황의 관련 발언에 주목했지만 그는 특별히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성소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교회 사람들에겐 실망스럽게 다가왔다.교황이 미국을 떠난 지... -
개학도 늦춘 ‘놀이공원의 로비’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시에 사는 알리 자파리는 1일 오후 두 초등학생 아들들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이웃 메릴랜드주나 워싱턴DC는 어제 개학했는데 우리 주는 왜 1주일씩이나 개학이 늦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올해 버지니아주 공립학교들은 가을 새 학기가 다른 주들보다 1주일 늦은 9월8일에 시작한다. 노동절 연휴 이전에 개학하지 못하도록, 1986년에 제정된 주 법 때문이다. 9월 첫째주 월요일인 미국 노동절은 올해의 경우 가장 늦은 9월7일이다. 이 때문에 여름 내내 학교에 가지 않는 자녀들의 방학 중 활동 계획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던 부모들은 학수고대하던 9월이 왔지만 1주일 더 자녀들을 돌봐야 하게 됐다.버지니아주가 개학이 늦은 이유는 이 주에 있는 어린이 놀이공원들 때문이다. 킹스도미니언, 부시가든 등 놀이공원들은 새 학기 시작을 노동절 연휴 이후로 하게 해달라고 주 의회에 로비했고, 그 결과 이른바 ‘킹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