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렁해진 바지허리춤… 그들은 ‘오히’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 기업 소유 민영방송사들 “오히 승리 땐 위기 닥쳐” 자본가 입장 편파보도만▲ 집회 참석한 29세 청년 “자살한 수많은 국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오히뿐”한 중년의 그리스 남성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다소 허름한 옷차림이었지만, 아테네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행인이었다. 그가 갑자기 걸음 속도를 늦추더니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그는 빠른 동작으로 쓰레기통 안을 뒤졌다. 누군가 먹다버린 햄버거 포장지를 들어 올렸다. 그는 자신을 지켜본 사람이 없는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재빨리 거리의 행렬 속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스며들었다.지난 5년간의 긴축 탓에 가파르게 상승한 그리스의 실업률과 빈곤율 통계를 이미 외신을 통해 수없이 접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테네에 도착한 첫날인 지난 1일 그 남성의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야 직접 눈으로 봐야만 실감할 수 있는 숫자의 잔혹함을 깨닫게 됐다. 그는 ... -
“민주주의 승리” 짧았던 축제… 날 밝자 불안감에 휩싸여
▲ 신타그마 광장 덮은 인파“오히!… 치프라스!” 연호청년·서민층이 반대 몰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노인들·관광업계 ‘시름’“오히(Oxi·반대)!” 국제 채권단의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의 압승으로 결론 난 5일(현지시간), 아테네 도심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자 한층 짙어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속에 거리에는 다시 불안감이 휩쓰는 듯했다.5일 오후 7시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반대’는 일찌감치 ‘찬성’을 따돌리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는 ‘반대’ 지지자들이 하나둘 그리스 국기를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광장 여기저기에서는 북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시민들은 “오히”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사람들은 북소리에 맞춰 “채권자들은 부채 계약서를 들고 이 나라를 떠나라”고 합창하며 발을 굴렀다. ‘반대’를 찍었다는 대학원생 만토스(31)는 “... -
“여전히 불안” “후유증 클 것” 투표 끝나도 어두운 얼굴들
▲ 투표소 나오는 시민들희망·기대감 안 보여세대·계급 간 갈등 드러나“결과 어떻든 후유증 심각”“투표소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투표를 마친 지금도 답답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군인인 마놀리스(26)는 5일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근처 콜로나키 투표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 채권단의 긴축안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마친 그리스 사람들의 표정은 투표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해 보였고 희망이나 기대감을 찾기 힘들었다. 아들을 데리고 투표소에 온 드미트리스(57)는 “7년간의 경제적 고통, 6일간의 경제 마비가 그리스를 분열시켰다”며 “공포, 분노, 굴욕감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꿈꾸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그리스는 최근 일주일 동안 찬성과 반대, 둘로 쪼개져 몸살을 앓았다. 특히 지난 5년간의... -
시가지 덮은 전단지… 시위대… 긴축재정안에 찢어진 아테네
▲ 찬성파 “그렉시트 땐 경제 파멸”… 반대파 “긴축 여부만 결정”“은행 금고 바닥” 소문에 현금 싸들고 출퇴근… 식품 사재기도국제 채권단의 긴축 정책안 수용 여부를 묻는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임박하면서 국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아테네 곳곳은 상반된 구호로 가득 찼고 길거리는 양측이 뿌린 전단으로 도배됐다.투표일을 이틀 앞둔 3일 곳곳에서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오후 아테네 최대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 앞에서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청년당원들이 전단을 뿌리며 반대투표를 독려했다. 대학생 엘라다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면서 “OXI(오히·반대)는 ‘반유럽’이 아니라 ‘반긴축’을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전날 저녁에는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대로가 경찰에 의해 전면 봉쇄됐다. 10분 남짓 걸어가면서 세 그룹의 시위대를 만났는데 모두 반대파였다. 광장에서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 -
그리스, 4년간 연금 40% 삭감… “과잉 복지는 헛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연금이었다. 국내 일각에서도 이번 구제금융 협상 결렬의 원인이 마치 그리스 연금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처럼 묘사된다. 과연 그리스의 국가부도가 포퓰리즘 때문에 ‘과잉복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도박’ 때문일까.수도 아테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신타그마 광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벤치나 난간 곳곳에 앉아 있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 한 명인 퇴역 장성 니코스(63)는 18세부터 군생활을 시작해 58세에 은퇴했다. 원래 그의 연금액은 은퇴 전 월급의 80% 수준인 2500유로(약 311만원)였다.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가 매달 급여의 4.5%를 떼가면서도 은퇴 후 소득의 46%밖에 돌려주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많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 얘기다. 현재 그는 1300유로(약 162만원)의 연금만을 받고 있다. 2011년 이후 유로존의 긴축 요구로 불과 4년 만에... -
“내 누더기 바지 보라” 5년 긴축 ‘분노’ 활활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 정부청사와 의사당이 밀집돼 있는 신타그마 광장은 오는 5일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 여부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시위가 연이어 열리고 있는 ‘격전지’다. 1일 낮 찾은 신타그마 광장 일대에서는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는 최근 외신 보도와 달리 반대 목소리가 매우 커 국민투표 결과를 가늠할 수 없어 보였다. 이날 발표된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중 54%가 반대표를, 33%가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혀 1주일 만에 반대 여론이 찬성을 큰 폭으로 앞섰다.셔터를 내린 재정부 청사 앞에서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이 “긴축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손팻말을 들고 개별 시위를 벌이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한 무리의 시위대는 그리스은행 앞으로 간다면서 가두행진을 했다.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시위대와 뒤섞여 취재경쟁을 벌였다.광장에 모인 이들은 “지난 5년간의 고통스러운 긴축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