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세계읽기]남남 그리고 남북 사이, ‘중간’은 불가능한 영토일까](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1/10/22/l_2021102301002717300249481.jpg)
“앗, 선생님 어디선가 뵌 얼굴입니다.” 21세기 초, 군사분계선을 넘어 처음 북한 땅을 밟았다. 속초에서 배편으로 장전항에 도착했다.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이었다. 현실은 감회에 젖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북측 남자 안내원이 기습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5시간 정도 소요되는 만물상 코스의 초입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남측 방문객들이 방북 기간 내내 목에 걸어야 했던 신분증을 멋대로 들춰 인적사항을 훑었다.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의 한 명으로 조선기자동맹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방북한 길이었다.인적사항을 확인한 그는 대뜸 “기자는 시대의 조산원입네다”라며 추켜올렸다. 그러더니 “하지만 잘못하면 시대의 쓰레기장이 됩네다”라고 덧붙였다. 제멋대로 대구였지만,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다. 문제는 이어진 그의 장광설이었다. 그즈음 경기도 양주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효순·미선양이...
2021.10.22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