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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바이든”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전 제시와 솔선수범을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다. 그는 2020년 11월 7일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나는 우리 미국이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라면서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기의 힘(power of example)’은 힘을 앞세워 남이 따르도록 강압하기보다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함으로써 남들이 스스로 따르고자 하는 솔선수범의 다른 표현이다. 이후로도 그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재건을 말할 때마다 본보기의 힘을 입버릇처럼 말했다.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생각하는 솔선수범을 통한 미국의 리더십 복원 계획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첫 조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그만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미국의 전력 ... -
미국 총기 문제와 국가의 실패
딱 하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에서 후퇴하는데 걸린 시간이.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해왔던 일과 내가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고 계속 그런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나는 무기를 불법화할 수 없고, 신원 조회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숨진 텍사스주 유밸디를 방문했을 때 “뭐라도 하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하려면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미 의회는 일체의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에 가로 막혀 10년이 넘도록 유의미한 총기 규제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총기 규제를 해봤자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총기 문제에 관한 정치와 정부의 실패를 ... -
북핵 문제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한 포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달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가운데 인상 깊었던 대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에만 너무 많은 역점을 두는 바람에 글로벌 외교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비판한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서 지역이나 이슈에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그렇게 할 역량도 갖췄다.윤 당선인의 말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북한과 군사적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외면하거나 경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가 목표로 내건 ‘글로벌 중추 국가’로 가기 위해서도 북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말하자면 북한 문제는 한국이 피할 수 없는 ‘근본 모순’인 셈이다. 북한이 연초부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핵·미사일 문제는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직면할 도전 과제의 앞자리를 예약해둔 상태다.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핵문제 대처와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도 ... -
토머스 대법관과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저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적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자체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제도와 관행들을 과감하게 무시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의 체면을 무참히 구겼다.신뢰 하락은 정부를 구성하는 입법·행정·사법부를 가리지 않는다. 갤럽이 지난해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입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7%, 행정부는 44%, 사법부는 54%였다. 같은 기관이 집계한 1997~2021년 평균을 보면 입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47%, 행정부는 52%, 사법부는 68%였다.클래런스 토머스 미 대법관과 부인 버지니아 토머스의 사례는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에 일조하고 있다.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습격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1·6 특위’는 2020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정국 당시 마크 매도스 ... -
우크라이나 사태와 요동치는 국제질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옛 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탄생 장면을 목격하는 게 반드시 가슴 벅차는 일은 아닐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자리잡은 국제질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라는 거창한 평가는 전쟁이라는 날것의 폭력 앞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방송 화면과 인터넷을 통해 봐야 하는 고통을 덮지 못한다.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 13일째를 넘겼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군사장비를 지원하되 직접 병력을 들여보내지 않겠다면서 직접 군사 개입에는 일찌감치 선을 그은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가를 물리겠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일사분란하게 쏟아내고 있다.고국에서 목숨을 잃거나 이웃 나라로 대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은 뜨겁다. 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 -
바이든 정부 북핵 허들 넘기와 한국 정부의 역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1년에 즈음해 대북 외교에 관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북한은 새해가 밝자마자 마치 백화점에 신상품을 진열하듯 다양한 미사일들을 시험 발사하며 능력을 과시했다. 급기야 제대로 발사하면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까지 선보이며 ‘한반도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은 출발부터 소극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식 ‘일괄타결’이나 버락 오바마 정부식 ‘전략적 인내’를 모두 지양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조치에 따라 실용적 조처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정책과 B정책을 지양하고 중간을 추구한다는 식의 설명은 모호했고,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움직일 추가 동기 부여는 부족했다.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장기... -
미국은 내전으로 향하고 있는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중이 대선 결과를 뒤집겠다면서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했다. 1주년을 맞은 ‘1·6 의사당 습격 사태’의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 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되레 내전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미국의 내전 가능성과 관련해 최근 주목받은 인물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인 바버라 F 월터다. 월터는 다음 주 발간 예정인 책 <내전은 어떻게 시작하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의사당 습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내란 전’ 단계와 ‘충돌 초기’ 단계를 넘어 ‘공개 충돌’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후원하는 연구조직 ‘정치적 불안정 태스크포스’ 멤버인 월터는 이 태스크포스가 개발한 평가 지수를 적용하면 미국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중간인 ‘부분적 민주주의’로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부분적 민주주의 국가는 일반 민주주... -
미국의 총격 사건과 무한반복 외양간 고치기
매디신 볼드윈(17)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반으로서 이미 대학 몇 곳에서 전액 장학금과 함께 입학 통지를 받았다. 테이트 마이어(16)는 미식축구팀 주전 선수로서 운동에 소질을 보였으며 학업 성적도 우등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헤나 줄리아나(14)는 고교 신입생으로서 학교 농구부 경기에 처음 출전할 예정이었다. 저스틴 실링(17) 역시 졸업반으로서 내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며, 방과 후에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미국 미시간주 옥스퍼스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 학교 재학생 이선 크럼블리(15)가 일으킨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4명의 청소년이다. 미국 언론들은 비명횡사한 젊은이들의 인생을 몇 문장씩 짤막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지만, 어처구니 없는 총기 난사 사건은 4개의 우주를 또 다시 이 세상에서 가뭇없이 지워버렸다. 이 사건으로 부상을 당한 7명도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역사적·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인... -
미국 인프라법 통과와 '바이든식 정치'
미국 워싱턴 지역 언론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덜레스 국제공항과 워싱턴 전철을 연결하는 공사가 완공에 ‘거의’ 도달했다는 작은 기사가 실렸다. 2008년 시작된 1단계 공사는 2014년 마무리 돼 일부 구간이 개통됐고, 2013년 시작된 2단계 공사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 ‘비놀리아’ 비누의 TV광고 대사 “아직도 그대로네!”가 유행한 뒤로 ‘비놀리아 공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워싱턴 인근 주민들에겐 덜레스 공항에서 워싱턴 권역 기존 전철망까지 32㎞를 연결하는 공사가 비놀리아 공사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가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당초 2018년 끝날 예정이었다.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부실공사로 인한 재공사, 하도급 업체의 부정에 관한 내부고발 등 공사 지연 이유는 다양했다.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교통·통신 등 인프라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
'리틀 트럼프'의 코로나19 도박과 미국 정치
“당신은 그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치료실(ICU)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개탄스럽다.”론 드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를 향해 이같이 일갈했다. 어린이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플로리다주 소재 한 아동병원 ICU에 입원해 있는데 이들이 마스크를 썼다면 입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학생들의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틀어 반격한 것이다.‘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드샌티스의 정치적 도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2018년 40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인구가 세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에서 주지사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지난해 전문가와 언론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 마스크’ 정책을 고수하고, 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