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축구, 10년 만에 ‘평화의 A매치’

이진영 기자

파키스탄과 카불서 친선전

내전과 빈곤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10년 만에 치른 축구 A매치를 통해 희망을 봤다.

아프가니스탄은 21일 수도 카불의 아프가니스탄축구협회(AFF) 스타디움에서 파키스탄과 친선전을 벌여 3-0으로 승리했다. 2003년 투르크메니스탄을 2-0으로 꺾은 뒤 10년 만에 치른 홈경기였다.

아프가니스탄 축구는 1979년 구 소련의 침공 이후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다. 한때 아시아축구연맹(AFC) 창설 멤버로 세계 축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내전과 탈레반 통치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져 축구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그사이 탈레반 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축구의 성지인 가지 스타디움을 공개 처형 장소로 변질시켰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원정 선수단 신변보호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내 축구경기를 금지시켰다.

아프가니스탄 선수가 21일 자국에서 10년 만에 열린 축구 A매치 파키스탄전 도중 쥐가 나 쓰러진 상대 선수의 다리를 풀어주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선수가 21일 자국에서 10년 만에 열린 축구 A매치 파키스탄전 도중 쥐가 나 쓰러진 상대 선수의 다리를 풀어주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FIFA랭킹 139위 아프가니스탄과 167위 파키스탄의 친선전은 양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열렸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지원 의혹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암살 배후 의혹 등으로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하지만 이날 관중 충돌은 전혀 없었다. 군인과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오히려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6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의 입장권은 1시간 만에 동났다. 여성과 아이들도 얼굴에 국기를 그리고 따로 마련된 구역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 TV 생중계가 되기도 했다. 전국이 잔칫집처럼 들떴고, 모두 하나가 됐다.

한 수 위 실력을 가진 아프가니스탄이 완승을 거뒀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전쟁처럼 사활을 건 경기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위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양국 축구협회는 36년 만에 치른 이번 맞대결로 우호 증진을 약속했다. 사예드 아가자다 AFF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이 힘든 시절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 즐거움, 행복은 물론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흐메드 야르 칸 로드히 파키스탄축구협회 사무총장도 “이 경기는 아시아 축구 발전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양국은 오는 12월 파키스탄 라호르로 장소를 옮겨 2차 친선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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