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교인 300명 상담역
독일군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유대교 랍비를 군 성직자로 임명했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21일(현지시간) 유대교 랍비인 졸트 발라(사진)가 군 성직자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독일군엔 기독교와 천주교 성직자만 상담역으로 일하고 있다. 독일군엔 약 300명의 유대교인이 복무 중이다. 도이체벨레는 “유대교 랍비가 군 성직자로 임명된 것은 1955년 독일군 재무장 이후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발라가 독일군의 첫 랍비는 아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1만2000명의 유대인들이 군복무를 자원했고, 1914년 9월부터 랍비들도 군에서 일했다.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랍비로 기록된 레오 백(1873~1956)은 독일군에서 복무하다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에 갇혔다. 히틀러 집권 후 모든 유대인들이 독일군에서 추방됐고, 랍비도 사라졌다. 패전 후 독일은 군대를 없앴다가 1955년 연방군(분데스웨르)으로 재창설했다. 발라는 연방군에서 일하는 최초의 랍비가 됐다.
2009년 랍비 서품을 받은 발라는 헝가리 출신으로 아버지가 군인이었다. 발라는 유디쉐 알게마이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로부터 군인들이 자신의 일을 존중하는 것을 배웠다”며 “많은 청년들이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하고 있고 이 나라의 역사(홀로코스트)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이 군인으로 일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제프 슈스퍼 독일유대인중앙회 의장은 “연방군과 히틀러 치하 독일군(베어마흐트)은 다르다. 그것이 오늘날 랍비가 연방군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독일 국방부는 2019년 12월부터 유대인중앙회와 랍비의 군 성직자 임명을 추진했다.
독일군이 랍비의 군 성직자 임명을 추진한 것은 최근 몇년간 독일 내에서 나치를 신봉하는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확대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2018년 당시 국방부 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군대 내에 나치가 썼던 용품들이 전시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철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