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 나섰던 14세 콜롬비아 소년, 괴한 총격에 사망

손구민 기자
브레이너 데이비드 쿠쿠냐메. 파르케스콜롬비아 트위터 갈무리

브레이너 데이비드 쿠쿠냐메. 파르케스콜롬비아 트위터 갈무리

콜롬비아 원주민 단체에서 환경 운동을 하던 14세 소년이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이 반군 잔당들의 공격에 시달리면서 아동들도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콜롬비아 서부 카우카 지역에서 마을 주변을 순찰하던 원주민들 중 3명이 괴한의 총격에 숨졌다. 이들 중 한 명은 14세인 브레이너 데이비드 쿠쿠냐메였다. 쿠쿠냐메는 아버지와 함께 순찰을 하던 중 기습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카우카 원주민 위원회(ACIN)에 따르면 쿠쿠냐메와 순찰단을 공격한 이들은 옛 콜롬비아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잔당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같은 범죄조직들은 마약 원료 재배나 불법 채굴로 돈을 번다. 이들은 환경보호와 원주민 인권 운동을 하는 원주민들도 살해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해 145명, 2020년에는 182명의 원주민들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카우카 원주민 단체(CRIC)는 “학생 원주민 순찰단으로 활동했던 쿠쿠냐메는 자연과 원주민들의 수호자였다”고 말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도 트위터에 “카우카 환경보호의 기수였던 쿠쿠냐메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정부와 반군 간 오랜 대결의 희생양이 돼왔다. 정부가 FARC 등과 평화협약을 맺은 2016년까지 지난 수십 년 곧안 이어온 충돌로 26만명이 사망했고 700만명이 집을 잃었다. 평화협약 이후에도 FARC 잔당들은 꾸준히 원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국제위기그룹 연구원 엘리자베스 디킨슨은 “두려움에 빠진 지역사회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환경운동가들은 반군 잔당들에겐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운동가들을 상대로 한 이들의 위협을 더 이상 눈감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반군 잔당들의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12세 소년인 프란시스코 베라가 환경 운동을 위해 연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야 했다. 카우카 지역 아동들은 반군 잔당들에 강제로 영입되기도 한다. 디킨슨은 “쿠쿠냐메가 살해된 지역 주변에선 지난해만 100여명의 아동들이 반군들의 헛된 약속을 믿거나 또는 강제로 영입돼서 활동하게 됐다”면서 “많은 아동들이 반군의 공격에 부모를 잃고 집을 잃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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