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그녀는 요술쟁이’

- 로맨틱 코미디에 빠진 현대판 동화이야기 -

‘그녀는 요술쟁이’(Bewitched)는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다. 감독의 맛깔스러운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빚어내는 화음이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포장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보니 중요한 뭔가가 빠져 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요술쟁이’ 는 감독의 가장 나쁜 영화로 기억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장 최고로도 기억되지 않는다.

[영화리뷰] ‘그녀는 요술쟁이’

거짓 마법세계에 싫증을 느낀 이자벨(니콜 키드먼)은 평범한 사람과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녀의 이상형은 커피숍에 같이 가고 할인점에서 쇼핑을 함께 하는 착한 남자(영화에선 이런 남자를 ‘얼빠진 남자’라 칭함). 그런 이자벨에게 TV로 재기를 노리는 한물간 배우 잭 와이엇(윌 패럴)이 TV 시트콤 ‘아내는 요술쟁이’에서의 상대역을 제안한다. 허점투성이 잭에게 매력을 느낀 이자벨은 그와의 순수한 사랑을 꿈꾸며 제의를 수락한다. 하지만 잭의 술수를 우연히 엿듣게 된 그녀는 응징을 결심한다.

잭은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만 비춰지기를 바라며 상대역은 장식처럼 서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이자벨이 실제 ‘마녀’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면서 상황은 엉뚱한 데로 흐른다.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마법, 사랑의 환타지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와 에피소드를 생생한 감동과 사랑의 설렘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리뷰] ‘그녀는 요술쟁이’

극중 마녀로 나오는 이자벨은 코를 실룩거리거나 손가락만 튕기면 신용카드, 자동차 등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 그건 스타배우 니콜 키드먼과 별반 다르지 않다(현실에서도 키드먼은 손가락만 튕기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물질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니콜 키드먼의 캐스팅은 유효적절하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가장 잘 허물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다. 극중 낭만적이고 기묘한 이사벨로서의 인물 분석에 그녀 외 다른 선택은 없을 터. 패럴 역시 언제 솔직히 행동해야 하는지, 또 언제 그것을 우스워 해야 하는 지를 적절히 안다.

하지만 영화는 딱 이까지이다. 마녀에서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자벨의 혼란과 두려움은 없다. 그녀는 여전히 마법을 사용하며, 진실을 털어놓으면 만사형통이라고 믿는다. 왜 그녀가 마법세계를 떠나 힘겨운 현실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아울러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잭 역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판 동화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64년부터 71년까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시트콤 ‘아내는 요술쟁이’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가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노라 에프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5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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