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김치의 세계화

지난 2001년 5월,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 있는 7개 여고가 김치요리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여고의 요리교실에선 배추김치나 오이김치를 담그는 방법은 물론 볶음밥이니 덮밥 등 김치를 이용한 식단(食單)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일본의 여고가 김치교육을 시작한 것은 절임배추에 고춧가루·마늘·생강·파·무 등 온갖 양념을 혼합해 발효시킨 한국김치가 일본의 이른바 ‘기무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적] 김치의 세계화

그런가하면 같은해 7월, 충북 충주의 살미농협 남한강 김치공장은 도쿄 근처의 6개 육상자위대에 한글로 ‘농협김치’라는 브랜드를 단 김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1997년 국제품질인증(ISO 9002)을 받은 남한강 김치공장은 2000년부터 일본 자위대에 김치를 소량씩 납품해오다가 2001년 3월부터는 매달 600㎏ 정도를 공급해왔다는 것이다. 2000년 한해 동안 일본에 수출한 한국김치는 2만3천4백33t(7천8백80만달러어치)이었다.

2004년 2월엔 일본 후지TV가 실시한 ‘이것만 있으면 밥을 몇 공기든 먹을 수 있는 한가지 음식’을 골라 달라는 설문조사에서 김치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참고로 1위는 명란젓이었고 2위는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納豆)였다. 일본인들이 ‘야키니쿠’라고 하는 불고기도 17위에 올랐는가 하면 한국식 김도 40위에 올랐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몇해 동안 화제가 되고 있는 한류(韓流)도 따지고 보면 김치가 먼저 불을 붙인 셈이다.

그 사연 많은 김치가 드디어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상품 이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김치의 영문표기인 ‘kimchi’가 2007년 1월1일부터 니스국제상품 분류목록에 등재된다는 것이다. 이 분류목록에 등재됨으로써 우리의 김치도 이젠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식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70년대 초, 미 상원 청문회에서 기껏 ‘채소에 썩은 생선기름’을 버무린 식품으로나 인식되던 김치가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큰소리치는 식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광훈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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