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편법 상속

총수일가 ‘불법 富세습’

참여연대가 5일 공개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거래 현황 보고서는 ‘문제성 주식거래’가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주주 이익이나 기업가치를 키우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개인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그룹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의 그릇된 부의 세습 관행이 별다른 여과과정 없이 재벌기업 전반의 ‘불문율’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참여연대는 “국가경제의 중추인 대기업이 오너 일가의 사금고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가 6일 38개 기업을 상대로 한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있다. /강윤중기자

참여연대가 6일 38개 기업을 상대로 한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있다. /강윤중기자

◇재벌은 비리 온상=부의 편법 세습은 대기업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문제가 된 70개 기업 중 4대그룹 계열사는 23곳으로 32.8%를 차지했다. 4대그룹 조사대상 기업 57곳 가운데 40%가 ‘문제기업’으로 판명된 셈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중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그룹 1곳이 10건이나 됐다. 현대차와 LG·SK 역시 4~5건씩의 부당행위가 적발돼 4대그룹은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5~10대 중견 재벌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제기업이 적은 데 비해 하위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가 더 많은 점도 눈에 띈다.

11~20대 그룹과 21대 이하 그룹 역시 적발건수 비율이 각각 29.7%와 26.1%로 나타나 만만찮은 비중을 보였다.

참여연대는 “롯데의 경우 분석대상이 대부분 비상장기업이어서 정보부족으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현대중공업은 1건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상장기업이 돈줄=재벌총수 일가가 비상장기업을 부의 세습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삼성그룹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공시 의무나 사외이사 참여와 같은 견제수단이 촘촘히 엮여 있는 상장·등록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오너 일가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또 외부 감시가 소홀한 것도 안성맞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도 비상장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상장회사는 이번 조사에서 127곳 중에서 17건이 적발돼 13.4%에 그쳤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은 123곳 중 53건이나 문제거래가 발견돼 43.1%에 달했다. 특히 4대그룹의 경우 상장기업(12.1%)에 비해 비상장회사(79.2%)를 각종 비리에 이용하는 비율이 월등히 차이가 났다.

[재벌편법 상속]총수일가 ‘불법 富세습’

등록·상장 여부에 따라 비리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와 같은 주식 연계증권을 이용해 총수 일가에 특혜를 주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다. 증자가 이해당사자들이 실권한 뒤 이를 대주주 일가가 헐값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이 주로 사용한 수법이다.

그러나 부의 세습엔 비상장기업이 훨씬 매력적이다. 모기업의 집중지원을 통해 회사를 키워 오너 일가에 막대한 부를 몰아주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기업분할이나 신규 회사를 설립한 뒤 오너 일가가 주식 지분을 헐값에 구입하면 덩치 큰 모기업이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키워 막대한 상장차익을 남겨먹는 행태다. 현대차그룹과 STX 대주주 일가가 이를 이용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

◇수법도 가지가지=재벌 규모에 따라 비리 행태도 다양하다.

재벌총수 일가가 비리에 주로 이용한 회사는 자산 1천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기업 68곳(전체 70개 중 자산이 확인되지 않은 2곳은 제외) 가운데 자산규모 1천억원 미만이 50%에 달했다. 적은 돈을 투자해 큰돈으로 불려먹기엔 소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자본금이 클 경우 투자액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별 애용수법도 약간씩 차이가 난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후계구도 작업에 특혜성 거래가 집중된 게 특징이다. 전체 적발건수 10건 중 이상무 관련 사안이 8건이 된다. 삼성전자 CB 발행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이 모두 비상장기업에 몰려 있는 것도 삼성만의 노하우다.

현대차는 ‘몰아주기’의 전형이다.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전 계열사가 총동원됐다. 관계사가 올릴 부를 정회장 일가가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게 참여연대 분석결과다.

신세계와 SKC&C 사례도 대주주의 막대한 권한을 이용해 계열사의 이익을 대주주 일가가 대신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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