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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판 <뮌헨>… ‘천국을 향하여’

[영화]팔레스타인판 <뮌헨>… ‘천국을 향하여’

▲ 천국을 향하여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출연 카이스 나셰프·알리 술리만·루브나 아자발

테러는 테러를, 보복에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빚는다.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는 팔레스타인판 ‘뮌헨’이다. ‘뮌헨’처럼 지명으로 제목을 바꾼다면 ‘나불루스’이다. ‘뮌헨’은 유대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천국을 향하여’는 팔레스타인인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이 테러를 소재로 반 테러를 주창했다. ‘천국을 향하여’는 반어법적 표현, 원제는 아무리 지옥같아도 현재가 바로 천국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무대는 나불루스. 이스라엘이 1967년에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으로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64㎞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을 드나들 때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자이드(카이스 나셰프)와 할레드(알리 술리만)는 팔레스타인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지냈고, 나불루스 계곡의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이들은 어느 날 저항조직의 부름을 받는다. 텔 아비드로 가서 자폭 테러를 하라고.

출정은 조직의 부름을 받은 다음 날. 죽음을 겁내면 이미 죽은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부름을 신의 뜻으로 받든다. 투쟁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면서 이를 위한 투쟁에 자신들을 바칠 것을 다짐하고 자폭 테러에 나선다.

이야기 구조는 2남 1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느 작품과 다르지 않다. 두 남자는 감성인, 한 여자 수하(루브나 아자발)는 이성인으로 설정해 드라마를 엮었다. 자이드는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보여준 뒤 출정 준비·출정식·출정, 테러 실패 이후 자이드와 할레드의 잇단 엇갈림, 조직의 대응, 두 청년의 조우, 이들의 재출정과 그 이후를 담담하게 조명했다. 재출정 이후가 압권이다.

세 남녀는 제각각 처지가 다르다. 특히 자이드와 수하는 대척점에 있다. 자이드는 반역자의 아들, 수하는 순교한 영웅의 딸이다. 투쟁 방식도 다르다. 자이드는 폭력, 수하는 비폭력을 주장한다. 수하는 자이드를 좋아하고, 자이드는 수하가 드러내는 호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뮌헨’은 이스라엘 비밀조직의 팔레스타인 요인 암살에 비중을 두었다. ‘천국을 향하여’는 ‘뮌헨’과 달리 두 청년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청년은 겉으로는 “자폭은 순교”라고 거침없이 주장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테러를 다루면서 피 한방울, 총소리 한번 내지 않으면서 중동의 비극성을 역설한다. 테러의 현실성을 대화와 논쟁을 통해 실감나게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할레드가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비장한 각오를 펼치는 장면은 중간쯤에 극 전반의 분위기와 달리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반역자와 순교자의 최후 언행을 담은 비디오 가운데 반역자의 것이 더 인기”라는 비디오방 주인의 말은 팔레스타인 사회의 아이러니를 엿보게 한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아랍어 영화 가운데 최초로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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