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色 수다에 담긴 여자의 일생 ‘돈많은 친구들’

돈많은 친구들 Friends with Money

감독 니콜 홀로프세너|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4色 수다에 담긴 여자의 일생  ‘돈많은 친구들’

프랜시스 맥도먼드·캐서린 키너·조앤 쿠색어릴 적부터 친자매처럼 절친했던 4명의 친구들. 나이가 들고 점차 각자의 인생사로 마음이 바빠질 때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더욱이 경제적 형편에 차이가 생기고 그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달라질 때 이들의 우정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깔끔하게 풀어주는 ‘돈 많은 친구들’은 30, 40대 여성들의 소란스럽지 않고 정겨운 수다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영화다. ‘워킹&토킹’(1996) ‘러브리&어메이징’(2001)과 TV시리즈 ‘섹스&시티’의 몇 개 에피소드 등을 통해 여자들의 속마음을 사려 깊게 들여다봐온 감독의 솜씨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독신녀 올리비아(제니퍼 애니스톤)는 교사였지만 버릇없는 부잣집 아들·딸내미들이 밥값이나 하라며 동전을 모아준 일을 당한 뒤 학교를 나왔다. 오래된 혼다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는 게 이유였으니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이후 가정부 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올리비아는 남의 집 변기를 닦고 침대보를 세탁해주며 구질구질함과 씩씩함 사이를 오가며 산다. 여성지 부록으로 나오는 화장품 샘플을 뻔뻔하게 모으러 다니고 소개팅으로 만난 괴짜 남자도 성격 좋게 상대해준다. 그녀의 일상에는 ‘올리비아의 굴욕’이라 할 만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다 신경쓰고 살다간 자기만 해롭다는 걸 그녀는 안다. 올리비아의 세 친구는 제법 돈많은 친구들인데, 그들의 삶이 마냥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의상 디자이너인 제인(프랜시스 맥도먼드)은 건조한 일상에 지쳐있다. 머리카락이 건조해진다며 감지를 않고 떡덩어리 같은 머리를 하고 다니며, 새치기를 당하면 참지 못하고 악을 써대는 아줌마다. 남편과 함께 각본을 쓰는 크리스틴(캐서린 키너)은 자기 엉덩이가 살쪘다는 얘기를 배려 없이 해대는 남편과 더이상 같이 사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 가장 부유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프래니(조앤 쿠색)는 자선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며 올리비아에게 남자를 소개해주는 등 그녀를 챙겨주려 애쓴다. 그런 올리비아가 50달러를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프래니는 몇 달 후면 작아져서 못 신게 될 아이의 신발을 95달러 주고 산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했다. 있는 그대로 써내려가되 지어내지 않는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돈 많은 친구들’에서 영화적으로 승화된다. ‘돈 많은 친구들’은 여성들의 감정을 카메라에 담되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섹스&시티’가 무수한 말의 성찬으로 공감을 샀다면, 이들보다 나이 든 주인공들을 내세운 이번 작품은 그 차이만큼의 성숙미를 발한다. 네 친구들이 모임을 가진 뒤 귀가하는 차에서 배우자와 나누는 솔직한 말들은 이 영화가 ‘여성들의 대화’를 넘어선 ‘인생의 대화’를 들려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며 영화보는 맛을 더한다.

명여배우들의 관록이 작품을 더욱 빛낸다. ‘프렌즈’ ‘브루스 올마이티’의 제니퍼 애니스톤을 비롯해 ‘파고’ ‘노스 컨츄리’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카포티’ ‘존 말코비치 되기’의 캐서린 키너, ‘스쿨 오브 락’ ‘인 앤 아웃’의 조앤 쿠색 등 4명의 배우들이 한데 모인 영화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28일 개봉.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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