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오페라 ‘해피 엔딩…’ 카르멘을 뒤집다

집시 오페라  ‘해피 엔딩…’ 카르멘을 뒤집다

촌스러우면서도 정겹다. 쿵짝대는 집시 리듬에 몸을 맡기면 진창 속의 삶도 어느새 행복이 된다.

고란 브레고비치(56)의 ‘해피 엔딩 카르멘’이 2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브레고비치 스스로가 ‘집시 오페라’라고 명명한 프로젝트다. 고란 브레고비치와 그가 이끄는 ‘웨딩 앤 퓨너럴 밴드’는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해 40여분의 앙코르 무대를 가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고슬라비아의 인기 로커였던 브레고비치는 에밀 쿠스타리차의 영화음악을 맡으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집시의 시간’(1989), ‘언더그라운드’(95) 등 사실과 마술이 뒤섞인 영상과 브레고비치의 구수한 음악은 찰떡처럼 달라붙었다. ‘펑크의 대부’ 이기 팝의 걸쭉한 목소리를 빌린 ‘아리조나 드림’(93) 사운드트랙도 명반으로 꼽힌다.

‘해피 엔딩 카르멘’은 제목 그대로 비극으로 끝나는 원작 ‘카르멘’을 희극으로 바꾼 작품이다. 브레고비치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무대에서만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이것은 유난히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집시들의 천성 때문인데, 그들은 정말 더 이상 순진할 수 없을 만큼 해피 엔딩을 바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 집시 할머니에게 “뭘 보고 계세요?”라고 물으면 “결혼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기 위해 기다린단다”라고 답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 관객을 만났던 3명의 불가리아 여성 보컬과 9명의 집시 브라스 연주자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세트나 꽉 짜인 대본도 없다.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구분도 없다. 집시 밴드 뮤지션들이 직접 내레이션하고 노래, 연주한다. 들어서 흥겹고 행복할 수 있다면 형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카르멘’은 집시에 관한 이야기지만 정작 음악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집시들은 연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브레고비치는 보통 집시 음악인도 연주할 수 있는 노래를 새로 썼다.

텔레비전 쇼에서 점을 봐주는 점쟁이 클레오파트라가 우연히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그 곡의 사연을 캐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클레오파트라는 작곡자 파우드와 그가 곡을 바친 카르멘이라는 집시 매춘부의 슬픈 사연을 듣는다. 클레오파트라와 거리 청소부 바키아, 카르멘과 파우드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2004년 4월 이탈리아에서 초연됐고, 유럽 전역 투어를 통해 브레고비치의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02)2005-2114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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