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앞엔 애비, 자식도 없다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감독 김성훈 제작 (주)투모로우엔터테인먼트/(주)아이러브시네마)’에는 정말 치사한 두 남자가 나온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형편없는 사내들의 꼬락서니를 보여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미묘하다. 둘은 부자지간이다.
영화는 사기로 인생을 날로 먹는 ‘능구렁이’ 홀아비 철동(백윤식)과 부전자전, 엽기적인 고딩 아들 동현(봉태규)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파란만장한 승부를 뻔뻔한 패러디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었다.
철동은 비 오는 날 오폐수를 몰래 내보내는 공장과 불량품을 만든 화장지 제조업체 등을 협박하는 변종 사기꾼. 그러나 자신은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선다’고 생각하는 괴짜다. 동현 역시 만만치 않다. 무슨 일만 생기면 망치를 들고 나타나고 어른 알기를 발톱의 때만큼도 공경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아버지도 포함된다.
어느 날 애정결핍의 부자에게 묘령의 여인이 등장한다. 볼륨있는 몸매와 뇌쇄적인 눈빛으로 동네 남정네들을 확 사로잡은 그녀는 이혼녀 미미(이혜영). 첫 눈에 필이 꽂힌 두 남자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엽기행각을 벌인다.
전은강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전개는 상당히 빠르다. 생각이나 여백의 시간이 거의 없다. 두 주인공의 기발한 신체학대 유머와 질투 전쟁에 쉼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영화는 부성애 등 정서적 공감을 앞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판타지적 분위기와 사건별 에피소드의 나열로 웃음에 더 큰 공력을 기울였다. 몇몇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은 정말 낄낄거리며 웃지 않을 수 없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질투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더구나 같은 여자를 두고 “잤냐 안잤냐”를 따지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오로지 두 주연배우의 캐릭터 코미디에 의존해서 ‘서로 골탕먹이기’ 소재로만 버무리다보니 두 사람이 화면에 나오지 않으면 도저히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없다. 자연 두 사람이 부딪히지 않는 장면에서는 웃음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주변 인물들은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만 머물고 만다. 후반으로 갈수록 억지스러움과 과잉이 본말로 채워진다. 더구나 발정난 수컷과 배설물 개그가 화면을 포장하다보니 어떤 이에게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16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