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데이비드 로웬덜 ‘과거는 낯선 나라다’

가끔 나는 역사가들을 부러워한다. 어떻게 지나간 과거에 대해 저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을까? 나는 자신의 지난 일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정말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책읽기 365]데이비드 로웬덜 ‘과거는 낯선 나라다’

그런데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 역사부터 최근의 과거사에 이르는 많은 과거사에 대해 과감하게 재단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과거를 현재의 일부로 여기고, 마치 자신의 몸 일부를 보듯이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또 우리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결과가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기에 과거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과거가 정말로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일까? 역사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로웬덜의 ‘과거는 낯선 나라다’(개마고원)는 과거가 낯선 나라라고 주장한다. 즉 과거의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행위는 과거의 지식과 가치관에 따른 것이었다. 지금은 세계관과 가치관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잣대로 과거의 행위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낯선 나라에 가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낯선 나라를 자신의 나라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생활에서 찾지 못하는 위안과 휴식을 과거라는 이미 이루어진 세계에서 찾으려는 것은 아닐지. 나에게 과거는 낯선 나라다.

〈탁석산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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