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 다양한 장르별 179편 상영

올 여름에도 멀티플렉스 극장가에는 익숙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오직 이 계절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공포영화와 물량 공세로 일관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경쟁하듯 스크린을 장악 중이다.

헤드윅

독특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생겼다.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 축제’가 아트플러스 회원 극장과 서울아트시네마 등 광화문·종로·명동 일대 8개 영화관에서 7~8월 열린다. 각 극장마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여름 영화제가 하나의 브랜드로 묶여 홍보되고 있는 것이다. 200편에 육박하는 다양한 영화가 고만고만한 대작에 지친 관객들을 부르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2007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가 눈에 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각 섹션을 합해 물경 10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데 지난해에도 “이걸 어떻게 다 보란 말이냐”는 영화팬들의 원성 아닌 원성을 들었다.

폭력의 역사

매년 1~2편을 공개하는 다작 성향을 보이면서도 장르 영화팬들을 꾸준히 만족시켜 온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열전’이 열린다. 눈을 돌리게 하는 잔혹한 공포물에서부터 황당한 액션까지, B급 영화를 양산해 온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46억년의 사랑’ 등 근작과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섹션도 있다. 그레타 가르보, 오드리 헵번, 더스틴 호프만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불멸의 스타전’, 막스 브라더스, 빌리 와일더 등의 코미디 영화를 소개하는 ‘천국의 웃음전’ 등도 추천이다.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자크 리베트의 13시간짜리 대작 ‘아웃 원’도 상영된다. 영화학도와 시네필을 위한 다시 없는 기회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일본 인디영화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처음 개최돼 수차례 연장상영되는 등 호응을 얻은 종로 스폰지하우스의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뜨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스타 오다기리 죠의 영화 3편이 소개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 더 풀’은 하주 종일 지속되는 발기로 고생하는 남자와 강박증에 걸린 여자, 수영장에서 직장의 스트레스를 푸는 남자의 이야기다. 괴팍한 언행과 복장으로 이들을 치료하는 괴짜 의사가 나와 웃음을 준다. 만화 원작 영화를 모은 ‘망가, 논스톱’ 섹션에선 지난해 일본 아카데미상을 휩쓴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이, 일본 청춘들의 이야기를 묶은 ‘도쿄 팝 제너레이션’ 에선 ‘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가 상영된다.

만덜레이

명동 CQN은 다양한 퀴어 영화(동성애자 등 성적소수자를 다룬 영화)를 모아 보여준다. ‘신작 퀴어 컬렉션’에선 개봉 예정인 5편의 퀴어 신작을 상영한다. ‘달콤한 열여섯’ ‘푸치니 초급과정’ 등이 소개된다. 퀴어 색채가 짙은 한국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천하장사 마돈나’ 등도 다시 볼 수 있다. 전설적인 컬트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와 뮤지컬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헤드윅’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청춘들의 사랑과 모험을 다룬 ‘소년비행, 하늘높이 FLY’ 전을 마련한다. ‘알래스카’ ‘영원한 여름’ ‘서머스톰’ ‘애프터 미드나이트’ 등이 잇달아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 중 독일의 포크 뮤지션 막시밀리언 헤커가 ‘알래스카’ 주제곡을 들려주는 미니 콘서트를 열고, ‘영원한 여름’의 주연 배우가 내한해 사인회도 가진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