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스님 ‘학승의 공든 탑’ 학력의혹에 흔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이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가짜 학력’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불교계 스타’로 꼽히던 지광스님에 이어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의 수장이자 종교계 원로인 지관스님마저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진 것은 큰 충격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1만3000여명의 스님과 3000여개 사찰을 관장하는 자리. 전국 사찰의 주지 임면권,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 300억원이 넘는 총무원 예산집행권 등 막강 권한을 갖고 있다.

지관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을 거쳐 1975년 이 대학의 선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1980년 불교대학장, 1984년 교육대학원장을 거쳐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동국대 총장을 역임했다.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이자 금석문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지관스님은 총장 퇴임 후 1991년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세워 전 15권 분량의 방대한 불교대백과사전 ‘가산불교대사림’을 8권째 출간했다. 이와 함께 ‘교감역주역대고승비문’(1~6권), ‘한국고승비문총집’ 등 금석문 연구서를 비롯해 ‘사집사기’, ‘선종약사’, ‘한국불교소의경전연구’, ‘요경서설’, ‘조계종사’, ‘남북전육부율장비교연구’, ‘비구니계율연구’, ‘신행귀감’, ‘계율론’, ‘신행일감’, ‘한국불교계율전통’ 등 많은 책을 저술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2001년)에 서훈됐고, 조계종 포교대상(2001년), 만해대상 학술부문상(2005년) 등을 수상했다.

지관스님의 학력의혹 제기에 대해 ‘온정론’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당시 해인사 큰스님들이 젊고 유능한 학승들에게 근대적 교육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며 불교계에서 운영하던 마산대에 지관스님의 편입학을 권유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로 인해 당시 편입학 서류를 학교측이 임의로 처리했을 경우 지관스님은 자신의 이전 학력이 어떻게 기재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옹호했다.

불교계 관계자는 “지관스님의 학력문제는 일제 강점기와 전후 혼란기, 출가 승려의 신분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이해해야 하며, 세속의 잣대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가 대학 이전의 학력을 스스로 내세운 적이 없고, 이후 승려학자로서 연구와 저술활동에 상당한 업적을 쌓은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교계의 각종 비리의혹과 파벌싸움 등으로 조계종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총무원장의 학력의혹까지 불거져 종단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석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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