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비커밍 제인’

- 열정과 냉정 사이 -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은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제도, 관념, 금전에 의해 가로막힌 제인과 리프로이의 열정적인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결혼에만 목을 매고 ‘사랑타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한 여성의 힘겨운 삶의 감성에 테두리를 정한다.

[영화리뷰] ‘비커밍 제인’

가난한 시골 목사의 딸인 제인 오스틴(앤 헤서웨이)은 책을 옆에 끼고 살면서 글솜씨가 훌륭하다. 어느 날 오빠의 친구이자 도시에서 왔다며 번드르르한 의상에 재수없게 으스대는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에게 소설 나부랭이나 쓰며 자아도취에 빠진 여자라는 핀잔을 받는다. 무례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상종하지 않겠다던 제인은 서서히 그에게 끌린다. 리프로이도 인간본성에 대한 위트가 넘치는 제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현실. 제인은 궁핍한 집안살림 때문에 돈 많은 집안의 청혼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리프로이도 돈 많은 외삼촌의 허락에 기대어 사는 신세.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짓누름에 두 사람은 사랑을 접는다.

여자는 딸, 아내, 엄마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순종을 강요하는 시대에 제인은 자신을 믿고, 또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제 손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씩씩하게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가난은 영혼을 망가뜨린다”며 부잣집 자제의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부채질한다. 그에게 찾아온 리프로이와의 불같은 사랑의 열정. 그는 사랑만 있으면 어떤 험난한 고비도 넘을 수 있으리라 장담하지만 엄마는 사랑보다는 돈을 택하라고 한다. 가난한 노처녀는 평생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뿐이라며 돈 없는 사랑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강변한다.

[영화리뷰] ‘비커밍 제인’

세상에 당당하고 싶었던 제인의 바람은 한 남자 외에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건 없는 사랑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았을 때 제인은 미어지는 사랑을 접는다. 영화 속의 제인 오스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오스틴보다 현대적인 로맨틱 상상으로 그려진다. 열정의 불꽃을 안고 살았던 제인은 여자로서 소설가로서 실제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연히 그녀의 언니 카산드라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가 발견되고, 그 속에 잠시 사귀었던 남자를 영화 속으로 불러내 가정으로 채웠다.

영화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처럼 소설의 분광을 통해 오스틴의 삶을 찾는다. 그녀의 책의 팬이라면 영화와 소설 ‘오만과 편견’ 사이에는 유사한 요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제인은 펜으로 소설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면서 현실과 달리 행복을 찾고 있다. 정략과 제도, 금전적인 문제를 뛰어넘는 완벽한 사랑을. 11일 개봉.

<온라인뉴스센터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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