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친구는 ‘마음’으로 사귀는 거란다

전국의 초등학교가 일제히 입학식을 하고 새내기들이 맞은 한 주였다. 요즘 어린이들은 일찌감치 놀이방, 유치원 등을 다니는 만큼 사회생활 시기가 빨라졌다곤 하지만, 초등학교는 공식적인 첫 공교육 기관인 만큼 어린이들로서는 학교생활이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낯선 장소, 낯선 친구들과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될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해본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한 반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다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친구 사귀기일 터. 한데 외모만 보고 친구를 판단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고릴라 아저씨네 빵집’(시라이 미카코 글· 와타나베 아키오 그림/한림출판사)은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언덕에 예쁜 빵집을 차린 고릴라 아저씨는 고민이 있다. 손님들이 모두 고릴라 아저씨만 보면 놀라 달아나 버리는 것. 고릴라 아저씨는 웃어도 보고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도 해보지만 무용지물이다. 그가 생각해낸 묘안은 바로 손가락 인형. 아저씨는 몸을 숨기고 손가락 인형을 움직여 손님을 맞는다. 우여곡절 끝에 손가락 인형의 실체를 알아버린 아기 토끼들은 아저씨를 무서워하기는커녕 매일 친구들과 빵을 사러온다는 이야기다. 겉모습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친구들을 이해하자는 메시지가 포근한 분위기의 그림 속에 담겼다.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며 ‘나는 왜 저만큼 못할까’라며 한번쯤 주눅들게 마련이다. ‘치킨 마스크-그래도 난 내가 좋아!’(우쓰기 미호 글·그림/책읽는곰)는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공부도 못하고, 글씨도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쓰고, 만들기와 노래도 엉망이고, 달리기도 꼴찌인 치킨마스크. 자신이 늘 방해만 되는 것 같고 필요 없는 존재인 것 같아 교실 밖으로 나온 치킨마스크. 그때 운동장 구석에 평소 부러워하던 능력을 가진 마스크들을 써 볼 기회가 생긴다. 올빼미 마스크를 쓰니 수학문제가 술술 풀리고, 개구리 마스크를 쓰니 노래가 즐겁고, 햄스터 마스크를 쓰니 만들기도 잘할 수 있었다.

한데 그렇게도 다른 친구들이 부럽던 치킨마스크는 오히려 뭘 골라 잡아야 할지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때 작은 풀꽃들이 치킨마스크에게 말한다.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네가 없어지면 누가 우리한테 물을 주겠어? 넌 마음이 참 예뻐.”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격려 한 마디는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둘이 함께’(제인 시몬스 글·그림/청림아이)는 커다란 개 복슬이와 조그만 개 땅꼬마 사이의 우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복슬이는 강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하고 그늘을 좋아한다. 하지만 땅꼬마는 헤엄을 싫어하고 양지 바른 곳을 좋아한다. 서로의 집에서 놀려고 해도, 복슬이는 땅꼬마네 집이 너무 작아서 싫고, 땅꼬마는 복슬이네 집이 진흙탕인데다가 추워서 싫다. 둘은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보니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함께’라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각권 8500~9000원

〈 윤민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