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다니 -

[영화리뷰]‘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I served the king of England)’는 프라하의 교도소에서 14년 9개월 만에 출소하는 노년의 디떼(올드리치 카이저)에서 시작한다. 그는 황폐하게 버려진 국경 근처의 작은 술집에 안착한다. 부서진 집을 수리하고, 길을 닦고, 이웃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젊은 시절 지나쳤던 삶의 여유를 되찾아간다. 도대체 그의 젊은 시절이 어땠기에. 영화는 디떼의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기차역에서 소시지를 파는 디떼(이반 바르네브)의 꿈은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다. 작은 호텔을 사서 예쁜 신부와 결혼하는 삶을 꿈꾼다. 우연히 자기가 떨어뜨린 동전을 줍기 위해 사람들이 아등바등하는 것을 보고 돈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사업가 월튼은 “성공하고 나면 인생은 아름다워진다”며 호텔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

[영화리뷰]‘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상영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떼의 호텔 생활은 적절한 유머와 세상의 논리를 비트는 해학이 어울려져 유쾌하다. 그는 작은 키로 부자들의 술시중을 들고 비위를 맞추면서도 백만장자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프라하 제일의 호텔까지 진출하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 리자가 전쟁 중에 가져온 우표로 디떼는 결국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결국 호텔 주인이 된 디떼. 하지만 공산 정권이 들어서고 가진 재산을 모두 국가에 뺏긴 뒤 감옥에 수감된다.

“나의 행운은 불행으로 이어졌다”는 극중 대사처럼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는 디떼의 아이러니한 인생여정은 체코의 변화(나치, 2월혁명 등 )와 궤를 같이한다. 키 작고 한없이 착했던 남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격랑에 휘말리면서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기억은 과거의 잔상들을 펼쳐 보이고, 과거를 돌아보니 더 역겹기만 하다.

회화적이고 유쾌한 이야기의 근간에는 계급에 대한 부조리, 가진 자들의 추태와 허상, 물질을 쫓는 인간의 본성, 예기치 못한 파멸 등 날카로운 비판이 날서 있다. 시대보다 파란만장했던 디떼의 삶은 행운과 불행이 교차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건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러닝타임 120분. 5월 1일 씨네큐브에서 단독 개봉한다.

<장원수 경향닷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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