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춤추는 종부세 궤변

이종탁 논설위원

정부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논리가 연일 지면에서 춤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곳곳에서 어지럽게 흘러나온다. 종부세가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인 만큼 ‘대못’을 뽑아야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오히려 간단할 것을, 구구하게 설명하려다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적]춤추는 종부세 궤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종부세 완화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있는 사람에게는 감세를, 없는 사람에게는 복지를” 제공하는 게 한나라당의 정책목표라고 말했다. 집권당으로서 부자와 빈자 모두를 위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다보니 나온 말일 것이다. 얼핏 들으면 이상(理想)국가의 비전 같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다. 세금은 정부 재정 그 자체다.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없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복지 또한 줄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세계 최고율의 세금을 징수한다. 없는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려면 있는 사람에게는 ‘증세’, 또는 ‘적정 과세’를 해야 맞다.

박 대표의 이 논리적 모순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곧바로 뒤집혔다. 종부세 완화는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라 세금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성격규정을 한 것이다. 이로써 ‘부자에 대한 감세’ 운운하는 말은 쑥 들어갔지만, 이번엔 ‘바로잡기’ 논리가 뒤를 이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징벌적 과세 제도로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바로잡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종부세 부과대상자들을 ‘박해받는 소수’로 본다는 뜻이다. 부동산 부자들만큼은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니 ‘강부자’ 정권의 본색을 드러낸 셈인가.

더 가관인 것은 정부 당국자의 표변(豹變) 논리다. 기획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당시 재경부 홈페이지에 종부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종부세가 잘못 되었다며 개편안을 내놓았다. “자기 얼굴에 침뱉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권이 바뀌었으면 바뀐 방향에 따라 서포트해주고 지원해주는 게 공무원의 기본 책무”라고 둘러댔다. ‘영혼 없는 공무원’의 슬픈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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