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명당 10원, ‘인터넷 카페’ 팔아요

[이다일기자의 네티즌수사대]

“600만원에 카페를 구입했습니다”

지난 9월 초 게임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는 큰 혼란에 빠졌다. 카페의 운영자가 600만원을 받기로 하고 회원 23만명의 인터넷 카페를 팔아넘긴 것.

카페를 구입한 네티즌은 공지사항을 통해 ‘자신은 정당하게 구입했고 이곳에 쇼핑몰을 접목시킬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존 운영진의 권한을 모두 박탈시켰다.

급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회원들은 운영자 거부운동을 하기에 이르렀고 카페를 구입했던 운영자는 실명과 집주소는 물론 전화번호, 학교까지 공개돼 네티즌들의 집단 괴롭힘을 받았다.

회원수 23만명의 이 카페는 회원들의 노력으로 결국 일주일여만에 정상화 됐지만 운영자와 회원간의 신뢰는 무너졌고 6년간 모아진 70만건의 자료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던 것이다.


돈벌이를 위한 불법, 음성적 거래

카페를 거래하는것은 대부분 서비스 업체의 약관상 금지되어있다. 또한 카페를 이용한 상업활동 역시 금지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취재결과 카페는 회원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어 거래되고 있었고 심지어 카페의 직거래 장터를 통해 향정신성 의약품까지 카페내에서 거래되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D사에는 ‘카페거래’를 위한 카페가 있었다. 회원수 23만명의 카페도 이곳을 통해 거래됐다. 카페거래에는 회원 1명당 7원에서 10원이라는 ‘적정가’ 기준도 마련돼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된 또다른 웹사이트는 카페를 회원수별, 주제별로 소개하며 거래를 알선해 주는 곳도 있었다. 결국 카페거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한 일이었다.

카페가 돈이 되나?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네티즌은 카페의 수익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명 인터넷 카페의 경우 공동구매를 하면 수 천개씩 팔려나간다”며 “업자들이 이런 시장을 그냥 놔둘리 없고 ‘소개비’, ‘리베이트’, ‘광고비’등 각종 명목으로 수 십에서 수 백만원의 돈이 오간다”고 말했다.

또한 카페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장삿속이란 비판이 있다. 한 와인카페의 회원은 “지난해 카페의 연말모임에 갔는데 회비를 5만원이나 받고 정작 테이블에는 업체에서 협찬받은 싸구려 와인들이 주로 올라왔다”며 “더욱 가관인것은 성형외과 의사가 나와서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며 홍보했고 이어진 경품추첨에서는 이 성형외과의 시술권이 제공됐다”고 전했다. 이 참가자는 행사에 대해 “동호회라는 느낌보단 마치 ‘홍보행사’에 다녀온듯 했다”고 말했다.

카페의 주인은 누구?

카페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면서 책임과 권한에 대한 문제가 부각됐다. 인터넷 카페는 회원 1인이 만들어 확장시키는 구조다. 회원유치, 가입승인, 게시물 작성 등 개인이 땀흘려 일궈가는 구조다.

그러나 회원규모가 수십만명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루 게시물만 수천건에 이르고 신규가입자도 수백명에 달한다. 이를 모두 관리하려면 여러명이 일을 나눌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카페가 개설자 1인의 소유라고 말하긴 곤란해진다.

하지만 운영자의 강력한 권한은 변하지 않는다. 2명이 활동하는 카페나 20만명이 활동하는 카페가 똑같은 구조다. 운영자에게 게시물의 삭제, 회원탈퇴의 권한이 있다. 심지어 카페폐쇄 권한도 있어 언제건 카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네이버에서 회원수 23만명의 카페를 운영했던 신동하씨는 카페 운영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운영자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다. 23만명이 70만개의 게시물을 작성한 초 대형 카페라도 운영자가 마음만 먹으면 클릭 두번만에 모두 삭제할 수 있다”며 카페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씨는 “우리 카페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백업게시판과 자체규약을 만들어 해결하고 있지만 모두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수작업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고 한편으로는 서비스업체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서비스업체는 나몰라라

카페 서비스는 포털업체의 접속자수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접속자수는 업체의 영향력으로 비춰지고 이는 곧 광고단가로 이어진다. 때문에 접속자수가 많은 카페는 쉽게 제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의 서비스 약관상 ‘클럽 유상 거래를 시도하는 행위’는 ‘즉시폐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600만원에 거래된 사실이 클럽 공지사항을 통해 알려지고도 해당 카페에 네이버 관계자의 제재조치는 실행되지 않았다.

이에대해 네이버 홍보팀의 곽대현 과장은 “현장에서 돈이 거래되는것을 목격한 것도 아니고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도 없기 때문에 증거없이 카페를 폐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수면 밑에서 진행되는 카페 거래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방안 모색해야

서비스 업체가 방관하고 있는사이 카페의 운영진들은 공정하고 안전한 카페운영을 위해스스로 대책마련에 나섰다.

70만건의 글을 모두 날릴뻔했던 카페에서는 운영자의 권한을 축소하고 부운영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자치규율’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스템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회원들간의 규율이기 때문에 효력은 불확실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차라리 상업화를 공식화해서 모든 회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비스업체의 시스템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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