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예매관객 바보 만드는 ‘기브티켓’

김희연기자

미판매 예상티켓 60~80% 할인제

“문화부가 불공정거래 조장” 논란

주부 김모씨(41·서울 중구)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한 인기 가족공연을 보기로 했다. 일반예매 사이트를 통해 오는 25일 오후 4시 공연을 예약했는데 조기예매로 40% 할인 받아 2만4000원(S석)에 2장을 샀다. 그러나 김씨는 친구가 같은 날짜·등급의 티켓 2장을 ‘기브티켓’ 사이트에서 1만6000원에 예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한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아 억울했다. 요즘 같은 불황에 8000원이나 헛돈을 쓴 셈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기브티켓’(www.giveticket.or.kr) 제도가 일반 예매관객에게는 불공정 거래를 조장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브티켓’은 공연장 및 단체가 미판매 예상티켓을 60~80% 할인된 가격에 내놓으면 관람을 희망하는 초·중·고등학생, 교사, 예술강사에 한 해 살 수 있는 제도다. 기브티켓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 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한 공연당 1인 3장씩 구매할 수 있다.

지난 9일 기준으로 국·공립 극장 중심의 작품들로 구매할 수 있는 공연이 61개 올라와 있다. 공연 단체는 판매가 불분명한 티켓을 팔 수 있고, 관객 입장에서는 촉박하긴 하지만 원하는 공연을 값싸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상적인 예매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공연 2~3일 전의 티켓이 아니라 2~3주 후 주말 공연 표가 버젓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심지어 2개월 뒤의 6월달 공연 티켓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예술의전당에서 한창 공연 중인 <2009 교향악축제>의 15일 저녁 8시 공연 R석을 인터넷을 통해 예매해봤다. 기브티켓 사이트를 통해서는 장당 1만원에, 일반 예매사이트를 통해서는 청소년 할인 20%를 적용받아 장당 2만4000원에 살 수 있었다.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또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댄스뮤지컬 15분23초>의 경우 18일 주말 오후 7시 공연 R석을 기브티켓에서는 1만8000원에, 일반 예매사이트를 통해서는 6만원에 사야 했다. 다른 점은 일반 예매에서는 같은 등급이라도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문화부는 뉴욕의 연극발전재단(TDF) 회원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다. TDF 회원제는 학생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홈페이지에 가입해 이용하는 것으로 회원 가입비 27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때그때 안팔린 공연 좌석이 나오기 때문에 회원들은 매일 또는 실시간으로 검색한다. 운이 좋으면 싼 값에 유명 공연의 R석 구입도 할 수 있다.

기브티켓을 주관하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원칙은 3일 전 정도의 공연티켓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시행 초기로 미판매 티켓이 바로바로 시장에 나오는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사이트 오픈에 맞춰 참가작을 받았다”면서 “극장 재량에 맡겼고 실제 수량도 많지 않다. 작품 홍보를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내놓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극장 관계자는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시행하면서 작품 수를 늘리려다 보니, 문화부 산하의 국·공립극장 입장에서는 공연 일자가 한참 남은 티켓이라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홍보가 안돼 공연 관계자들조차 내용을 잘 모르고 관련 공문도 임박해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월에야 공식적인 기브티켓 설명회 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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