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독선 꼬집는 두 신작…‘심장이 뛴다’ ‘쿠바의 연인’

백승찬 기자

연초 두 편의 한국영화가 선을 보인다. 극영화 <심장이 뛴다>와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이다. 두 영화의 겉모습은 매우 다르다. <심장이 뛴다>는 톱스타 김윤진·박해일이 출연한 상업영화이고, <쿠바의 연인>은 정호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독립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이 두 영화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의 주류 기독교인들이 가진 정서와 삶의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이다. <심장이 뛴다>는 여자 주인공, <쿠바의 연인>은 여자 주인공의 가족이 기독교인이다.

왜 당신은 다른 이의 삶이 안중에 없는가

상업영화 ‘심장이 뛴다’

상업영화 ‘심장이 뛴다’

◇ <심장이 뛴다> 속 이기적인 종교 = <심장이 뛴다>는 가족을 살리려는 두 남녀의 대결을 그린다. 남편과 사별했지만 서울 강남에서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연희(김윤진)에겐 큰 걱정이 있다. 어린 딸 예은이는 심장이 약해 빨리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마침 예은과 혈액형이 같은 뇌사 직전의 환자가 응급실에 나타나자 연희는 환자 보호자에게 거액을 준 뒤 심장 이식 동의를 받는다.

그러나 환자의 아들 희도(박해일)가 나타나 이식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평소 어머니와 의절하다시피 살아온 희도이지만, 삶의 막바지에 몰린 어머니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희도는 어머니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연희는 그 심장을 빼앗아 딸에게 이식시키기 위해 대결한다.

영화 초반부 연희는 선인, 희도는 악당처럼 보인다. 연희의 원장실 책상에는 해외봉사에 다녀온 듯 외국 어린이들과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연희는 이주노동자의 심장을 사서 이식하자는 불법 장기 브로커의 제안도 거절한다. 반면 희도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달이다. 부모에 대한 천륜, 친구에 대한 우정도 없다. 입만 열면 육두문자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 선인과 악당의 위치가 바뀐다. 평소 착하게 보이던 연희는 딸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이웃에 대한 배려를 멈춘다. 아직 죽지 않은 환자를 보호자 동의 없이 빼돌리기까지 한다. 영화는 중간중간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연희의 모습을 강조한다. 연희는 딸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기도할 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안중에도 없다. 희도는 “사람 목숨 다 똑같은 거 아니냐?”라고 항변하지만, 연희의 재력에 동원된 폭력배들 앞에선 무력하다. 딸 예은은 엄마를 ‘천사’라 여기지만, 타인에겐 목숨을 빼앗는 ‘악마’나 다름없다.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 윤재근 감독은 “한국이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구조적인 대결, 갈등의 문화가 조장됐다”며 “한국의 강남, 영어교육, 교회로 상징되는 계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왜 당신은 다른 이의 믿음이 틀렸다 하는가

독립 다큐 ‘쿠바의 연인’

독립 다큐 ‘쿠바의 연인’

◇ <쿠바의 연인> 속 배타적 종교인 =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정호현 감독은 캐나다 유학중 10일간 쿠바 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감흥을 잊지 못해 이듬해 다시 쿠바를 찾아 4개월간 머물렀다. 처음엔 쿠바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인 춤, 사랑, 낭만 등을 다루려 했으나, “정부는 월급을 주는 척하고, 사람들은 일하는 척한다”는 쿠바 사람들의 마음속 말을 들으면서 작품 방향이 달라졌다. 더욱 결정적인 계기는 10살 연하의 쿠바 남성 오리엘비스와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쿠바의 연인>은 한국 여성과 쿠바 남성이 사랑을 시작하면서 겪는 문화적 차이를 다룬다.

영화는 오리엘비스가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오리엘비스는 뭐든 복잡한 한국에 질린다. 특히 낯선 건 한국의 기독교 문화다. 감독의 어머니는 검은 피부의 사위에게 자신의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애쓴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교회 집사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지하철 옆 자리에 앉은 한 할머니는 오리엘비스의 ‘폭탄머리’가 사탄처럼 보인다며 기독교식 말세의 징조라고까지 말한다.

정 감독은 전작 <엄마를 찾아서>에서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사연을 담았다. 정 감독은 “어머니는 왜 맹신도 혹은 독실한 신앙인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려 했다”며 “불교를 믿는 8남매집 맏며느리로 들어가 원래 갖고 있던 종교를 버려야 했던 어머니에게 교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준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본주의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사회주의자인가”라는 한 한국인의 질문에 오리엘비스는 “어느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은 그저 한 사람일 뿐, 이념의 틀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리엘비스는 자신을 전도하려는 장모를 이해하려 한다. “나를 새 가족으로 받아주셨으니,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주려 하시는 것 같아. 그게 바로 구원이겠지. 그러나 이것 아니면 다 틀렸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어.” 그는 쿠바식 사회주의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들 스스로 자신이 유일한 진리임을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기주의(심장이 뛴다), 배타주의(쿠바의 연인)가 연초 두 편의 한국영화가 보는 한국 기독교의 모습인 셈이다. 정 감독은 “문화로서의 종교는 좋다. 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은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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