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몰아내 홀로 지배한 서구의 시대 곧 끝난다”

이지선 기자

니얼 퍼거슨 교수… “인도가 중국보다 주목받을 것”

“우리 세대는 서구 지배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금융의 지배> <콜로서스> <증오의 세기> 등의 저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47·사진)가 지난 13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테드글로벌 콘퍼런스 강연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수십억의 미래(Future Billions)’라는 주제로 열린 네번째 세션의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퍼거슨은 18분으로 제한된 강연시간 동안 약 600년간의 인류 역사에 대해 풀어놨다고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경쟁자 몰아내 홀로 지배한 서구의 시대 곧 끝난다”

퍼거슨은 경제적, 지정학적인 의미에서 유럽과 북미라는 ‘서구’가 나머지 세계를 앞질러 온 것은 6가지 ‘킬러 앱(killer apps)’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킬러 앱은 경쟁상품을 몰아내고 시장을 재편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퍼거슨이 언급한 역사상 6가지의 킬러 앱은 과학의 발전, 법치의 확립, 개인 재산권의 보장, 현대 의학, 소비 사회, 노동윤리 등이다.

그는 이 6가지 킬러 앱이 과거 서구에 의해 독점됐으나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아랍과 아프리카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서구지배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퍼거슨은 강연 직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튀니지를 시작으로 아랍 국가로 번져간 민주주의 혁명에 대해 “단순히 독재자를 몰아내고 선거를 치르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미를 제한했다.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확립이 힘든 일이라는 것은 증명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킬러 앱에 민주주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법치의 확립이나 개인 재산권이 먼저 보장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재자를 추방하고 선거를 치르고 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프리카에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퍼거슨은 또 중국보다는 인도가 향후 30~40년 이후 더 주목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은 킬러 앱 가운데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다운로드 받았고 법치의 확립이나 개인의 자유 및 재산권 보장의 핵심인 정치적 자유를 제외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영역에서 킬러 앱이 존재하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풀뿌리(민중)로부터 상위 지도부로 전달되는 피드백이 부족하면 그것은 바로 손실로 연결된다”며 “일당 권위주의 체제에서 국가 주도의 산업화를 이룬 중국은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글로벌 (TEDGlobal) 콘퍼런스

기술(Technology), 연예(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를 딴 단체 테드(TED)가 세계 곳곳에서 주최하는 콘퍼런스다. 초청 연사로부터 18분 동안의 강연을 듣는 테드콘퍼런스(매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와 팜스프링스 개최)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한다. 올해는 7월11~15일 5일 동안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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