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꼬리 자르기’로 매듭 지은 검찰 디도스 수사

혹시 했던 기대는 역시 하는 실망과 허탈감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테러 수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씨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차모씨를 추가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한달 가까이 수사를 해왔지만 경찰에 의해 구속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씨와 디도스 공격 실행자 강모씨 등 5명을 빼면 이들 두 사람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는 데 그친 것이다. 국가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이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테러행위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사건의 ‘몸통’이나 ‘배후’를 규명하는 데는 철저하게 실패한 셈이다.

검찰의 수사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이 사건은 월급 수백만원의 30대 국회의장 비서관이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위기상황’을 막기 위해 1억원이라는 개인돈을 탕진해가며 선관위 디도스 테러라는 엄청난 범죄를 꾸민 것이 된다. 이런 내용을 과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어느 누가 납득하겠는가. 여당 의원들의 상당수도 속으로는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국회의원 비서관 등은 행동책이었을 뿐 청와대나 여당 고위관계자의 배후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들이 드러났다. 김효재 정무수석의 경우 조현오 경찰청장과 통화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김 수석은 최구식 의원에게 수사상황을 수시로 알려줬다고 한다. 한편 최 의원은 디도스 공격 하루 전날 동료의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호언하는가 하면, 범죄사실이 알려지자 “나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과연 검찰이 박 의장, 김 수석, 최 의원 등을 상대로 관련의혹을 제대로 조사했는지 묻고 싶다. 만일 검찰이 이번 사건에 거명된 청와대·여당의 고위 관계자들을 철저히 수사했는데도 이런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면 정치권력 앞에는 한없이 작아지는 구태를 벗지 못한 것이 된다.

우리가 이미 누차 지적했지만 이번 사건은 특별검사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통합당은 조만간 특검법안을 제출할 예정이고, 한나라당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특검 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디도스 테러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시국선언을 할 정도로 이미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여야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 여망을 받들어 특검이 최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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