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수와 만수, 다시 대한민국 권력을 가지고 놀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에 지식인들이 자기 괴리감에 침묵할 때도 그래도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역할은 희극인들이 해왔다. 30년 명작 <칠수와 만수>는 그런 정치연극의 대표격이다. 문성근, 유오성 같은 명배우들을 탄생시킨 이 연극은 지난 3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며 현실 권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해왔다. 올 2012년. 연극 <칠수와 만수>는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왜 돌아왔을까? 왜 다시 현실 권력을 비판해야 했는가? 주인공 칠수역의 박시범 씨와 만수역의 안세호 씨를 만나보았다.

풍자와 해학 그게 연극의 힘인걸요.

연극 <칠수와 만수> 두 주인공. 칠수역의 박시범 씨(오른쪽) 만수역의 안세호 씨(왼쪽)

연극 <칠수와 만수> 두 주인공. 칠수역의 박시범 씨(오른쪽) 만수역의 안세호 씨(왼쪽)

▶연극 칠수와 만수 참 재밌게 보았습니다. 실제 두 주인공을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박시범: 저는 칠수역의 박시범이고 올해 32살입니다.

-안세호: 저는 만수역의 안세호입니다. 동갑이지만 제가 생일이 빠르니까 형이에요.

▶연극에는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정치연극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 박시범: 글쎄요. 뭐 정치연극은 맞지만 100분 토론이나 심층 토론도 아니고……. 처음 이 연극 대본을 보고 재미있겠다. 해보고 싶다 해서 한 거지 정치에 대한 비판의 의무감, 책임감 이런 게 있는 건 아닙니다.

-안세호: 저는 별생각 없이 연극을 하게 되었어요. 재미있어 보이고 또 사실 워낙 유명한 연극이라 서요.

▶그래도 연극 내용을 보니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이 많네요. 이명박 대통령 가면 쓴 장면도 있고, 4대강 비판도 있고. 그런 말 해도 돼요? 겁나지 않으세요?

연극 <칠수와 만수>는 현실 권력을 풍자한다.

연극 <칠수와 만수>는 현실 권력을 풍자한다.

-박시범: 시사토론이 아니잖아요. 연극이잖아요. 연극은 연극으로 봐야죠. 풍자와 해학, 그게 연극의 힘인걸요.

-안세호: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 연극 보시면 아시겠지만, 욕은 죄다 칠수가 했어요. 만수는 안 합니다.(웃음) 저는 트위터도 안 해요.

칠수와 만수 역할의 매력은 ‘꿈’이 있다는 것이다.

칠수는 거칠고 양아치 같지만, 속은 여리다.

칠수는 거칠고 양아치 같지만, 속은 여리다.

▶본격적으로 연극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칠수와 만수 두 분이 맡은 역할을 어떤 역할인가요?

-박시범: 아~ 칠수……. 참 매력 있는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수라는 꿈입니다. 지금의 밑바닥 인생에서 상위 1%로 올라갈 꿈을 꾸는 친구죠. 겉으로 보면 당당하고, 자기 꿈을 소리치고, 허세도 세고, 겉멋 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꿈 내면을 보면 참 짠하거든요. 집에서 가출한 자기 동생 미란이를 찾아 행복하게 살려고 하고.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여린 거죠. 그걸 감추려고 더 세게 나가고 양아치처럼 보이려고 하는 그런 내면과 외면이 배치되는 인물입니다.

만수는 소심하지만 칠수처럼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다.

만수는 소심하지만 칠수처럼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안세호: 만수는 칠수랑 성격으로는 반대되는 캐릭터죠. 칠수에 비해 소심하고 말 수도 적고요. 하지만 칠수처럼 꿈이 있죠. 슈퍼마켓이라는 소박한 꿈이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거친 칠수보다 소박한 매력이 있는 거죠.

진지한 정치가 아니다. 재미있는 연극이다.

▶연극 <칠수와 만수>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박시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한 마디로 되게 재밌습니다. 정치적 성향으로만 연극을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대본을 읽고, 대사를 생각해도, 연습할 때까지 웃깁니다. 혼자서 ㅋㅋㅋ 거립니다. 그게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죠. 실없는 웃음도 많고, 코믹한 부분도 아주 많습니다. 진지하게 보지 말고 웃기게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정치가 아닌 연극이거든요.

-안세호: 그렇죠. 칠수와 만수 둘의 말장난이 웃기는데 동시에 뼈가 있어요. 코믹한 그 말에 그 사람의 심연이 담겨있거든요. 그런 대본을 보는데 어떻게 캐릭터에 욕심이 없겠습니까? 뼈있는 큰 웃음과 빅재미가 연극 칠수와 만수에 매력이죠.

연극 <칠수와 만수> 출연진

연극 <칠수와 만수> 출연진

▶연극 <칠수와 만수>의 명장면은 무엇일까요?

-박시범: 첫 장면부터 끝 장면 다 명장면이죠.(웃음) 그중에서 굳이 고르자면 원래 30년 전에는 칠수가 자기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새로 생겼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명장면이라고 봅니다. 칠수는 가벼운 캐릭터라 자기 꿈을 늘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죠. “이 새끼야~넌 뭐 할 거야? 넌 매니저만 해. 내가 대박 가수 할 테니까.” 뭐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마지막에 건물 아래에서 시위대가 환호하는 게 평소에 늘 꿈꾸었던 경기장 공연처럼 느끼고 만수한테 자기 꿈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그 장면. "나는 정말 가수 하고 싶어. 왜 해야 하는가." 그리고 동생 미란이의 화상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그 순간이 명장면이라고 봅니다. 감동적인 부분이에요. 마지막에 그렇게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죠.

-안세호 : 제 명장면은 조금 웃긴 부분인데요. 저는 칠수랑 만수가 물통을 들고 있는데 시위자들이 화염병인 줄 아는 게 명장면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이 작품이 재밌는 이유가 오해에 오해의 거듭입니다. 결국 그 장면이 이 연극의 클라이맥스로 몰아갑니다.

청년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위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거 그거 답답하거든요.

▶아무래도 경향신문 웹장이 20대들이 많이 봅니다. 20대 관객들에게 <칠수와 만수> 이야기 부탁합니다.

-박시범 : 정치하면 부담이 될 겁니다. 저는 부담을 넘어서 싫을 정도거든요. 하지만 ‘칠수와 만수’는 ‘칠수와 만수’일 뿐이에요. 연극일 뿐이죠. 부담 느낄 필요 없고요. 그리고 칠수와 만수는 사실 연극을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은 처음 보는 사람이 보기 좋아요, 연극의 본질인 풍자와 해학에 초점을 맞춘 만큼 내용 이해도 쉽고 무엇보다 코믹한 요소가 많아 재밌기 때문이죠.

-안세호 : 오리가 있잖아요. 물 위에서 보면 평안해 보이는데, 물 아래로는 발버둥 끊임없이 치고 있어요. 하지만 물 위에서는 안 보이죠. 지금 저희 세대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청년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위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거, 그거 답답하거든요. 그런 답답함을 풀려고 오면 좋겠네요. 특히 20대라면 부모님이랑 오면 좋을 거 같아요. 부모님 세대랑 많이 단절되었는데 칠수와 만수는 30년 전 연극을 2012년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 잘 전달될 수 있는 만큼 부모님과 함께 보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아! 7월 8일까지 연극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 없으신가요?

칠수와 만수, 다시 대한민국 권력을 가지고 놀다

-박시범: 칠수와 만수 많이 찾아와 주시고 많은 행복 전해드리겠습니다.

칠수와 만수, 다시 대한민국 권력을 가지고 놀다

-안세호: 많이 보러오세요. 공손하게, 정성스럽게 올리겠습니다.

홍명근/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동국대)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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