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은행 매각 내내 ‘눈치보기’… 투자자소송 ‘부메랑’

김지환 기자

은행 소유 자격·매각 승인 등 엄정한 법집행 ‘뒷짐’

부실한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세금 소송’ 빌미도

한국 정부는 벨기에와 투자보장협정(BIT) 개정협상을 벌이면서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걸러내는 조항’을 넣지 못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 판단까지 4년을 허비했다.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조7000억여원의 매각 차익을 챙겨 한국 땅을 떠난 뒤에도 한국 정부와 악연을 이어가고 있는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한 원인을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2일 “론스타가 한국의 은행법, 금융감독체계를 농락한 것도 문제지만 결국 감독당국이 법령에 기초한 판단을 적기에 내놓지 않은 것이 론스타의 반발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외환은행 매각 내내 ‘눈치보기’… 투자자소송 ‘부메랑’

시민사회단체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매각을 추진하던 2007년부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판단을 늦추면서 문제의 조기 해결을 사실상 방치하다 4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3월 “론스타는 금융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금융위의 ‘뒷짐 행정’은 매각 승인 지연으로 이어졌고, 론스타에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할 빌미를 준 꼴이 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정부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하고 다시 매각하게 한 전체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모든 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밝혔다.

세무당국의 정당한 과세마저 중재 대상이 된 것은 미흡한 협정 체결이 원인이 됐다. 한·벨기에는 1974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협정을 선진화한 규범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2006년 협정을 개정했다. 이후 양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지난해 3월27일 개정된 협정이 발효됐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개정협상을 벌이면서 협정 상대국 내 기업이라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라면 협정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혜택의 부인(Denial of Benefits)’ 규정을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이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혜택의 부인 규정을 뒀더라면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국세청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LSF-KEB 홀딩스를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고 있다. 벨기에는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등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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