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

최병태 선임기자

전통시장 매출 크게 하락, 백화점·마트는 소폭 올라

“명품 고객은 되레 늘어”

7년 만에 찾아온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소비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 사실상 나흘간의 연휴 마지막 날인 25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전통시장은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그나마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이 예년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전통시장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잠실점 주차장 진입도로에는 자동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고객의 구매욕구를 자극했다는 섣부른 판단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깨졌다.

이 백화점 직원 한윤실씨는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라 토, 일요일 이틀 동안 손님이 몰렸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나흘 연휴 마지막 날이다 보니 이미 쇼핑을 한 분들이 많아 크리스마스 특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계속되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고객들이 물건을 잘 사가는 제품의 가격대도 크게 떨어졌다. 또 다른 직원은 “잡화 매장에서 파는 귀고리의 경우 이전에는 세트로 구입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경기 침체 여파 때문인지 단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고객이 선호하는 단가도 4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고가에 팔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은 경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팔려 나가고 있었다.

이 직원은 “보통 고객들의 손님당 구매 단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샤넬, 프라다, 구치 등 명품을 찾는 고객들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명품 매출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이마트 가든5점 매장도 휴일 수준을 유지했다.

하태호 가든5점 인사파트장은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 자율휴무 탓에 내일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화요일인 오늘 손님이 다른 요일에 비해 약간 많은 편”이라면서 “크리스마스라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매장에 나오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매출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든5 매장이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개장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 특별히 손님이 많이 몰리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 목표는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 매대 점원은 “2만~3만원대 저가 와인을 찾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전에는 손님들에게 와인 특성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가격대를 미리 정해 선호하는 와인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냉기’가 돌았다. 상인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달리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송파구 신천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김형준씨는 “선거가 있는 해는 오히려 전통시장 쪽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도 그랬다”면서 “태풍과 한파 등의 영향으로 팔고 있는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실시될 때만 해도 형편이 나았는데 강제 휴무가 풀리면서 다시 매출이 뚝 떨어졌다”면서 “송파구가 다시 강제휴무를 한다는데 거기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만난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크리스마스라 기분도 그렇고 해서 시장에 나와 봤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 않고 썰렁하다”면서 “잡곡, 마른 대추, 쌀 같은 농산물값이 자꾸 오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